나는야 도시어부~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는 나의 어장 ♬ 할인 택이 붙는 밤 9시가 물때인데,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태풍 오고 미세먼지 심한 날이 더 좋다. 경쟁자가 적어 해루질하기 수월하다. 초마짬뽕 밀키트는 40% 할인 택이 붙어 2인분에 5,899원. 대구곤이+명태알(1,990원)과 오만둥이(990원)도 반값에 샀다. 초마짬뽕은 3가지 버전이 있는데 왼쪽부터 라면, 냉동면, 밀키트(냉장)로, 라면은 싼 대신 감흥도 없고, 냉동면부터는 어지간한 배달짬뽕보다 맛있다. 평소 쟁여 놓았다가 간편하게 조리하려면 냉동 버전, 조리가 번거롭더라도 더 맛있는 짬뽕을 먹겠다면 밀키트가 좋다. * 제조사나 판매업체로부터 돼지껍데기나 청양고추 등 일체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 그냥도 훌륭하지만, 새우..
초에 밥을 더하면 초밥, 초밥에 회를 얹으면 생선초밥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초 양념을 초대리(스시즈, 寿司酢)라고 부른다. 일식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초대리는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만든다. 전기압력밥솥 맨 위 고슬고슬한 밥과 초대리를 섞고 조물조물 뭉친다. 귀찮으면 식자재 마트나 인터넷에서 음식점 용량의 초대리를 사도 된다. 1.8리터에 7천원이니까 만수르 아니어도 살 수 있음. 일식집에서는 손으로 회와 함께 꽉 쥐어 내오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 요렇게 도마에 가지런히 배열하고 생와사비를 바르고 회를 올리면 완성 과정은 수상했으나 결과는 찬란한 초밥이어라. 맛도 빠지지 않는다. 어서 와~ 야매 일식은 처음이쥐? (- ㅂ-)/
요리는 삶의 질을 담보하는 행복한 노동이자, 저렴한 식재료를 값진 끼니로 변환하는 낮은 수준의 연금술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고기 뒤집고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으나 세월은 상남자를 주부로 만들었고, 들꽃과 갈대가 피어난 강변에 집을 짓고 큰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약간의 호연지기와 과도한 먹부림을 통해 어느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센 불로 연어를 굽고 미리 만들어 간 초밥 위에 와사비와 연어를 올리고 파슬리와 후추를 뿌리면 연어 타다끼 초밥 완성~ 양파와 버섯을 넣고 볶아 만든 국적 불명의 요리. 양파, 타르타르 소스, 초절임무, 무순을 곁들여 먹는다.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넣어 비옥하게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로 니글거리는 속을 달랜다. 까나리 액젓과 무가 들어가야 맛있다...
이런저런 일로 발목이 잡혀 비밀 아지트에 도착한 시간은 해 질 무렵, 머리에 랜턴을 달고 집을 짓고 나니 깜깜한 밤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한번 거른 끼니는 평생 다시 찾아 먹을 수 없다는데 에잇~ 전날 밤 이마트 할인코너에서 연어+참치를 반값에 털어 왔다. 회는 아침, 초밥은 점심이야. 넌 저녁밥 쫄깃한 빨판만 모아서 잘라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주방장 특선이라며 웃고 손뼉 치고 좋아했으나, 볼수록 이상하고 옳지 않은 느낌 왔구나. 왔어. 환공포증 이번엔 망원렌즈를 챙겨왔다. 안구 정화를 위해 달을 봐야지. 별도 본다. 가운데 동작 그만~ 누구냐. 너 성운이 망극한 밤 --- 절취선 --- 아침 밤사이 서리가 내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텐트 안은 난로로 난방을 하고 천장에 서큘레이..
덩어리째 싸게 떼어 온 돼지 앞다리살은 도톰하게 잘라서 진공 포장기로 소분 숯불에 구우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시에라 컵은 미국에서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뮤어(John Muir)가 이끄는 시에라 클럽에서 자연보호 기금을 모으기 위해, 수납이 용이하고 야외에서 열원에 직접 올려 가열하거나 조리할 수 있는 컵을 고안해 판매한 것에서 유래했다. 겹겹이 포개져 수납이 용이하고 손잡이는 고리에 걸 수 있으며 밥이든 국이든 반찬이든 담을 수 있고 술잔이나 물그릇으로도 기능하니 참 요긴하다. 눈금자가 표시된 것은 개량컵으로도 쓸 수 있다. 참고로 일반 종이컵 용량은 180ml 새 식구를 들였다. 이 아이는 알콜 담당 샤방한 가죽 손잡이도 달아주었다. 우리 공화국에 온 걸 환영해. 이런저런 잡무를 분주히 마감..
날계란은 싸지만 구운계란은 비싸다. 계란을 구운계란으로 변환하는 것은 가사노동을 통해 저장성과 상품성을 높이는 낮은 단계의 연금술이다. 삶는 것보다 찌는 것이 유리하다. 증기로 익히면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덜 깨지며 에너지까지 절약된다. 끓기 시작해 10분이면 반숙, 15분이면 완숙, 더 삶으면 흰자의 황과 노른자의 철 성분이 결합해 황화철이 되어 녹색으로 바뀐다. 계란이 완전히 익었는지는 바닥에 놓고 돌려 보면 알 수 있다. 잘 익은 놈은 오뚜기처럼 서서 돌고, 덜 익은 놈은 천방지축으로 땡깡을 부리며 굴러다닌다. 전기압력밥솥에서 고온 + 고압으로 찌면 집에서도 맥반석 계란을 만들 수 있다. -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을 깨끗이 씻는다. 껍질 표면의 닭 응가가 밥솥 구석구석을 야무지게 오염시키는 참사를 막을..
명절 연휴 ‘사회와 거리두기' 주제의 자린고비 여행을 떠나는데 목표는 다음과 같다. 여행과 방역을 동시에 후천성여행결핍증을 치료하되 타인과의 접촉을 요리저리 피해 그림자처럼 다녀온다. 긴 일정이니 멀리 가자 국토 남반부의 섬을 탐험하고 신비스러운 해변을 찾는다. 이 구역 자린고비는 나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를 포함해 24만원(4만x6일) 이내로 사용한다. 내가 굴비고 굴비가 나인지 알 수 없는 몰아일체의 세계 ----- 절 취 선 ----- 이용객이 밀집한 난민촌 같은 캠핑장이 끔찍해 주로 공중화장실이 있는 공원이나 노지를 찾아 다녔는데, 캠핑과 차박이 코로나 시대 탈출구로 각광받으면서 내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인적이 드문 장소로 가기 위해 휴대용 변기를 장만했는데, 응가에 특수 고안된 효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