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문어 머리로 부르는 부위는 실은 몸통으로 눈과 입이 달린 부분이 진짜 머리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문어 대가리'라고 한다면 과학적으로는 '몸통에 비해 머리가 참 작다'는 의미이니, 큰머리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을 '문어 대가리'로 부르는 것은 덕담에 가깝다 할 것이다. 문어는 한 번에 무려 10만~20만 개의 알을 낳는데,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다가 자기들끼리 먹기도 하고 알을 지키려는 어미도 뜯어 먹으며, 성체가 되어서도 종종 동종을 잡아먹고, 심지어 먹을 게 없으면 자기 다리를 뜯어먹기도 한다는데, 이것으로 문어 다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다. ( ̄∇ ̄)a 문어 다리 8개는 서로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어 뇌를 거치지 않고 다리끼리 정보를 직접 주고받으며 움직이는데, 우리가 문어라면 팔다리가..

브랜드 치킨 한 마리 값이면 비어치킨 홀더를 알리에서 살 수 있다. 도착했으니 일단 만들어 볼 수밖에 후추통같이 생긴 용기에 맥주를 부어주고 플레이트와 결합 생닭 속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마늘가루를 바르고, 플레이트에는 양파와 파, 파뿌리를 깔아준다. 여기서 파뿌리가 왜 들어가느냐? 그냥 남아서 ¯ࡇ¯;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70도에서 1시간 반 돌리면 몸서리치게 맛있는 비어치킨이 만들어지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높이가 안 맞아 안 들어감. 꽤애액 /(- ㅁ-)\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쥐. 캠핑용 폴딩 오븐을 펼쳐 닭을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다. 대각선으로 겨우 밀어 넣고 중간에 연기 나면 물을 보충해주며 1시간 반 씨름 끝에 나의 첫 번째 비어치킨 탄생. 자세가 굴욕적이다. 볼일 보는데 누..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50% 할인 택이 붙은 생아귀(특) 2팩을 7,280원(3,640 x 2)에 구입, 물개박수를 치며 인근 식자재마트로 달려가 돌미나리(1,500원), 콩나물 600g(2,200원), 만가닥버섯(1,000원), 팽이버섯(600원)도 사 왔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뒤져 아귀찜을 만든다. 흐르는 물에 세척한 아귀 두 마리, 대구 곤이, 어느 집이나 곤이는 다 냉동실에 있는 거잖아요 디포리 한 마리, 다시마, 마늘, 물 없이 소주 한 컵만 부어 냄비 뚜껑을 덮고 찌다가, 머리를 딴 콩나물, 돌미나리, 버섯, 전복 두 마리를 올리고, 식자재마트표 '다 되는 매운 양념', 깨, 참기름을 뿌리면 야매 밀키트가 탄생한다. 걸쭉하게 양념이 달라 붙으라고, 아귀를 끓이고 나온 육수를 따로 빼서 전..

165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조셉 공작소(Joseph's Machines)에서 여러분들의 귀차니즘을 해소하고 먹이활동에 관한 여러 요구들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궁극의 장비를 개발했다. 수프, 샐러드, 옥수수, 소시지 그리고 맛난 에클레어(케이크)를 손 하나 대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당신은 그저 흘리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 ㅁ-)/ 4분 30초부터는 아침에 잠을 자동으로 깨워주고 씻기고 먹이는 기계가 등장한다. ٩( ᐛ )و

초밥은 당기는데 만들어 먹기는 귀찮아 몸부림치던 중, 창의적인 레시피가 떠올랐다. 방금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초대리를 섞어 도마 위에 대충 깔고 연어 필렛을 철퍼덕 덮은 뒤 ¯ࡇ¯; 아몰랑~ 이대로 썰면 되는 거겠지. 오이피클 국물에 절인 양파, 초절임무, 생강편을 놓고 상어껍질강판에 생와사비도 올리고 종지에 회간장을 채운다. 코다리찜 한 토막으로 구색을 맞추고 재고가 넘치는 파를 과도하게 때려 넣은 미소국을 곁들이면 독창적인 신당동식 게으른 초밥 완성 \(- ㅂ-)/ 밥과 회의 비례가 극단적인데, 창의적이면 원래 좀 이상한 거다. \(- ㅂ-)/

로씨야 잡화점에서 냉동 양 어깨살을 팔길래 냉큼 집어왔다. 냉장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완전히 녹기 전에 꺼내 칼로 다듬는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겠지. 자주 가던 훠궈집이나 종종 시켜 먹던 인터넷표 양고기보다 저렴하고 품질은 훨씬 좋다. 로씨야 잡화점 만세 \(- ㅁ-)/ 얇게 썰어 접시에 가지런히 올리고 동두부를 준비한다. 음식점 납품용 대용량 두부를 사서 미리 얼려두었는데, 냉동과 해동을 3~4번 반복하면, 물기가 빠지면서 영양 밀도가 높아지고, 스펀지와 같은 독특한 식감이 생긴다. 이렇게 썰면 되는 거겠지. 동두부 자체의 맛은 밋밋하지만, 송송 뚫린 구멍 사이로 양념이 잘 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샤브샤브 용도에 더 적합하다. 전날 닭한마리탕을 만들면서 닭육수를 남겨놓았다. 이금기표 훠궈 마라탕 소스..

봉수한테 전화가 왔는데, 중간중간 끊어지고 잘 들리지 않는다. 봉수: 형, 칡소 아세요? 나: 운전 중인감? 잘 안 들려. 직쏘? 여기서 잠깐! 칡소 황갈색에 검정 줄무늬가 특징인 토종 한우 품종으로 과거 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는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넘들이 즐겨처먹어 씨가 마르다가 최근 4천두 정도로 회복 직쏘(Jigsaw) 가는 톱날이 수직으로 왕복 운동하며 곡선 모양으로 목재를 자를 때 사용하는 전기톱이다. 어쨌든 대화는 이어지는데... 봉수: 네. 칡소! 나: 직쏘 있잖아. (봉수 집에 직쏘 있음.) 봉수: 형~ 칡소. 칡소. 나: 그래 그래. 직쏘. 뭐 자르는 거? 봉수: 덩어리라서 잘라야 해요. 나: 응 그래. 직쏘니까 자르는 거 맞잖아.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하면서 계속 이어짐.) 봉수가..

남해안 개조개 2마리 개조개는 맛도 덩치도 슈퍼헤비급인 마이 큰 백합으로, 저렴한 본명 대신 음식점에서 대합이라는 예명(응?)으로 활동 중이다. 족보 상으로는 백합목 백합과로 백합 맞고, 미쿡에서는 버터 조개(butter clam)라고 부른다. 조개 하나가 225.8g이라니 한 몸무게 한다. 울퉁불퉁한 게 운동 좀 하신 듯 우와 259g! 개조개는 껍질과 살 사이에 수저를 넣어 4곳의 관자를 잘 도려내야 열 수 있다지만, 나는야 상남자 악력대마왕~♬ 손으로 양쪽 껍질을 잡고 으라차차 힘을 주는 순간, 꽉 닫히면서 무는데, 꾸애액 /(- ㅂ-)\ 황급히 손가락을 뺐는데도 힘이 얼마나 센지 잘리는 줄 알았다. 들기름에 다진마늘을 넣고 볶다가, 손질한 개조개를 넣어 1~2분 볶고, 물에 불린 미역을 투척해 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