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종전 대신 ‘살 수 없는 상태’가 일상으로 굳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행보는 두 갈래로 뚜렷해지고 있다. 하나는 서안지구에서 점령 통치의 권한을 이스라엘 쪽으로 더 끌어와 사실상 병합을 굳히려는 흐름, 다른 하나는 홍해–아덴만 요충지인 소말릴란드를 둘러싼 승인 카드를 발판으로 무역·안보 협력을 엮어 역외 거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1. 가자에서 서안·홍해로: 파괴의 다음 설계도네타냐후, “전쟁 끝나도 돌아갈 곳 없을 것”국제이주기구(IOM)는 2025년 말 문서에서 유엔 추정을 인용해 가자 주택의 약 92%가 손상 또는 파괴된 것으로 분석했다. 가자 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의 종료 여부와 상관 없이, 원주민이 집으로 돌아가 삶을 재건할 기본 조건 자체가 무너졌다는 뜻이다. 유엔 OCHA(점령..
창원지법이 ‘세비 반띵’으로 불린 명태균·김영선 사건에 1심 무죄를 선고했다. 자백이나 다름없는 녹취·증언과 금전 이동 등 핵심 정황이 제시됐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급여’나 ‘채무 변제’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을 부정했다. 윤석열·김건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천 거래 의혹의 고리를 법정에서 끊어낸 ‘판사의 난’이자 ‘제2 내란’이다. 재판을 둘러싼 불신과 분노는 조희대 책임론과 사법개혁 요구로 번지고 있다.‘세비 반띵’이 급여라고?창원지법 1심은 “돈이 오갔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그 돈의 성격을 바꿔치기했다. 공천을 둘러싼 녹취·증언과 금전 흐름이 맞물리는데도, 법원은 사건을 “급여일 수도, 빚 갚은 걸 수도 있다”는 틀로 정리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권력형 공천거래를 사적 ..
정부가 일선 경찰서에 정보과(치안정보 기능)를 다시 두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 치안에 필요한 변화”라고 설명하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은 차갑다. “과거 정보경찰의 민간 사찰과 사회단체・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강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논쟁이 “윤석열이 없앤 정보과를 왜 이재명이 다시 만드나”로 번지면서 사실관계와 쟁점이 엉키는 양상도 나타난다.윤석열 정권 시기에는 경찰서 단위 정보 기능을 줄이고 시·도경찰청 중심(광역정보팀 등)으로 끌어올려 운영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 기능을 다시 경찰서 단위로 돌려놓는(환원) 방향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글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빛의 혁명’ 시대 주권자가 요구하는 기준, 즉 △업무 범위 △투..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36일 고공농성(2025년 2월~2026년 1월 14일)을 한 뒤 로비 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에게 검찰이 업무방해·퇴거불응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2월 2일 로비 농성 중 연행됐고, 함께 체포된 조합원·연대 시민 다수는 풀려났지만 고 지부장만 구금된 채 2월 4일 오후 3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4년 넘게 복직을 요구해 온 해고노동자에게 회사는 교섭의 문을 닫았고, 국가는 구속수사로 겁박하고 있다. 고 지부장의 요구는 한결같다.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익을 좇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시련을 감내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
교실에서 ‘노알라’ ‘윤어게인’ ‘드럼통’ 같은 짤·숏폼이 돌아다니고, “우리 반은 우파가 더 많다” “보수 7, 진보 3”이란 말이 학생 입에서 나온다. 〈토끼풀〉과 〈시사IN〉이 수도권 중·고생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도는, 이 흐름이 “정치에 대한 호기심”이나 “철없는 장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조롱 밈을 주고받고,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인 장기 밀매” 같은 공포 괴담을 믿고 생활 속에서 대비한다. 지금 교실의 문제는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극우 성향을 가지게 됐나”가 아니라, 아이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따져볼 자리 없이, 친구가 ‘좋아요’ 누른 영상이 또 다른 영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휩쓸려 가짜뉴스와 왜곡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먹게 되는 구조다.“마음은 극우인..
미국 텍사스에서 진행된 두 건의 보궐선거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민주당 텃밭에서는 더 강경한 민주당이 이겼고, 트럼프가 크게 이겼던 공화당 텃밭은 뒤집혔다."용어와 제도부터 짚어보자. 보궐선거는 임기 중 의원이 사망·사임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그 빈자리를 메우는 선거다. 그리고 텍사스는 1차에서 과반이 안 나오면 결선을 다시 치르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에 화제가 된 두 선거 모두 ‘보궐+결선’ 조합이었다.휴스턴 연방하원 18지구: “노엄 탄핵” 외친 민주당 후보 압승, ‘트럼프 이반’은 아냐휴스턴 지역 연방하원 18지구(TX-18)에서 승리한 인물은 해리스 카운티 최초의 흑인 변호사(법무책임자) 출신인 크리스천 메네피다. 그는 결선에서 68%를 얻어 크게 이겼고, 취임 과정에서 “노엄 국토안보..
한국 사회는 지금 집값에 잠식돼 망해가고 있다. 경제가 붕괴해서도, 전쟁이 닥쳐서도 아니다. 아파트는 어느새 우리 시대의 우상, 투기의 종교, 공동체를 좀먹는 망국병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방치한 대가로, 조용히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미래를 상실해가고 있다.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재산을 불리는 곳’이 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뒤틀렸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실제로 필요한 사람보다, 지금 사두면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살 집’을 찾는 대신 ‘오를 집’을 쫓으며, ‘영혼까지 끌어’ 빚을 내어 매달린다. 집 한 채가 삶의 목표를 삼켜버린 사회, 인생 전체가 주택 마련에 저당 잡힌 현실이 오늘의 한국이다.이 망국병이 불러오는 파국은 처참하다. 첫째는 출산의 붕괴다. ..
미니애폴리스의 거리겨울의 얼음과 매서운 추위를 가르며니콜렛 애비뉴를 따라 걸어 내려가네불붙은 도시는 불과 얼음 사이를 버텼지점령군의 군화 아래에서국토안보부가 보낸 트럼프 왕의 사병들이외투에 총을 걸어 찬 채로미니애폴리스로 들어왔어법을 집행하러 왔다고, 그들 말로는매캐한 연기와 고무탄을 뚫고, 동틀 무렵 희미한 빛 속에서시민들은 정의를 위해 섰고, 그 목소리는 밤을 울리며 번져 갔지자비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엔 피 묻은 발자국만 남았고눈 덮인 거리엔 두 사람이 버려졌다. 알렉스 프레티, 르네 굿오, 우리의 미니애폴리스여피비린 안개 너머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그 안개를 뚫고 울리는 너의 노래이 땅을 위해 우리는 선다. 우리 곁의 낯선 이를 위해서도우리 집에서 그들은 죽이고 떠돌았지. 이천이십육년의 겨울에우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