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와 '큰 렌즈'를 챙겨 목동야구장에 왔다. 지난 세기에 처음 가보고 두 번째 야구장 방문고딩 리그에서 선수로 뛰는 지인 아들을 찍으러 왔다. 좌타자라 내야 2층, 3루와 홈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스포츠 분야가 생소해 불안하지만, 보도 사진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빠른 셔터 스피드를 이용해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끼얏호 안타다 ٩( ᐛ )و 편파 관중 모드클러치 능력 출중하고잘 치고 잘 달리는호타준족 3할 6푼 고딩 중견수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٩( ᐛ )و 오구오구 4할 가즈아너의 공, 너의 꿈. 세상을 향해 힘껏 던지렴. :-)

저녁을 먹고 창문을 바라보다가 딸내미와 동시에 '우와'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하늘에서 우주쇼가 한참이다. 이웃집이 신비스럽고 거리 풍경은 그대로 윈도우즈 바탕화면에 벽지로 발라도 되겠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옛 애인들을 피해 북쪽으로 동현아 동현아 무작정 외쳤다. 노을을 보면 생각나는 이름을 불러보자. 동현아 = 동대문현대시티아울렛 (- ㅅ-)a 신당동 하늘을 떠난 노을이 카자흐스탄을 지나 지금쯤 아부다비 상공을 항해 날고 있겠구나. 붉게 물든 페르시아만을 바라보면서 누구는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기고 누구는 웃고 박수치고 좋아라 하겠지. 언젠가 내 시간이 다해 지구별을 떠날 때 그립지 않도록 틈틈이 하늘을 보겠어.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언론의 끈질긴 공격, 정치적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한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다음은 2009년 5월 23일 대한문 앞 상황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는 것을 방해하고, 차벽으로 막아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경찰 버스 안에서 캠코더 녹화가 이뤄지는 것을 발견한 시민들이 신문지로 막고 있고, 경찰이 이를 피해 더 높은 창으로 이동해 촬영 중이다. 빈소를 막은 경찰 버스에 조문객들이 국화를 걸었다. 누군가는 영정을, 누군가는 탁자와 돗자리를, 누군가는 양초와 종이컵, 과일을 들고 왔다. 시민 분향소가 모습을 갖췄다. 호외 신문 사진으로 영정을 세우면 누군가는 국화꽃을 놓았다. 촛불이 바람에 ..

오랜 세월 기와를 한 장씩 쌓아 올렸을 자리에는 이제 기와 모양의 연질 플라스틱 패널이 올라간다. 그러나 백년이 흘러도 건물을 완성시키는 것은 여전히 노동자의 땀이다. 한 줄씩 뻗어가는 지붕을 보며 노동의 값진 의미를 되새긴다. 1920년 근대 여성운동의 선구자 차미리사가 주축이 된 조선여자교육협회에서 야학을 열어 20명의 여성을 가르친 데서 비롯되어 근화여학교가 설립되었다. 1928년 '근화'가 무궁화를 상징한다는 일제의 시비에 따라 교명은 '덕성'으로 변경되는데, 한마디로 '말 잘 들으라'는 뜻이었다. 근화여학교는 이렇게 자기 이름을 잃고 덕성여자실업학교로 바뀌었다가 오늘날의 덕성여자고등학교가 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구관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1941년도에 지어졌다. 할머니 세대의 학창 시절 추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