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울수록 복잡해지고, 멀어질수록 단순해지지. 어떻게 보이느냐는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달려있어.
유비쿼터스의 바다동네반점 가상본과 마주하다나는 배고픈 한마리 커서(- _-)
서울 지하철 3호선 구룡역에서 내려 북쪽을 바라보면 도곡동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뒤를 돌아보면 판자로 벽을 치고 슬레이트와 타이어로 지붕을 올린 판자집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서울의 대표적인 판자촌인 구룡마을로 이어지는 우울한 거리. 폐지를 잔뜩 올린 유모차가 비틀거리며 내 앞을 지나갔다.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가 유모차를 세우고 굽은 허리를 달래는가 싶더니, 그만 비닐 봉지를 놓치면서 사과가 시멘트 바닥을 굴러갔다. 배수구로 돌진하는 사과를 정신없이 건져보니 딱 네 알. 낯선 호의가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는 내가 주워온 사과들 중 가장 크고 온전해 보이는 녀석을 골라 건넸다.'젊은이 이거 하나 먹고 가.'그 사과를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저것이 하루 양식은 아닐까. 그..
초기 현장은 심각하다기보다는 어리둥절한 분위기로 불꽃은 보이지 않는데 연기만 피어올랐다. 당시 소방당국은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것으로 생각하고 현장 일부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우르르 내쫓듯이 내려보낸다. 10시 42분 상황이다. 숭례문 전체가 물속에 들어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소방수가 뿌려졌지만 밀폐된 적심 안쪽에 미치지 못하고,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한 훈소상태에서 차가운 불꽃이 번져간다. 소방대원이 임의로 판단, 도끼를 휘둘러 숭례문을 뜯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재, 그중에서도 목조건물에 대한 화재 진압 대응책이 없었고, 숭례문을 일부 훼손하는 화재진압 계획을 승인하지 못한 것이 숭례문의 생사를 갈랐다. 무방비로 개방되어 무책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