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결정 과정을 다룬 일부 언론 보도를 ‘반역’으로 규정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결심한 배경과 백악관 내부 회의 내용이 언론에 새어 나간 데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기사들을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에게 건넸고, 일부 기사에는 ‘반역’이라는 메모까지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뉴욕타임스의 4월7일 기사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이란 전쟁으로 끌고 갔나’이다. 기사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례적인 설명회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정황이 담겼다. 미국 정보당국은 ‘정권교체’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봤고,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쟁은 “쉽고 빠른 승리”라는 환상에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 보도는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네타냐후의 화려한 연출과 낙관적 전망은 트럼프의 본능을 자극했다. 트럼프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한 특수작전이 별다른 사고 없이 성공한 것에 고무돼 군사력의 효용을 더 굳게 믿게 됐다는 서술도 이어진다. 여기에 상당수 참모가 대통령의 결심을 되돌리기보다 “가능하다”는 말로 거들면서, 전쟁은 지속하기도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수렁으로 번졌다. 그 결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와 차단의 피해는 에너지, 물류, 식량 위기로 전 세계에 전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대로라면, 전쟁의 기획과 추진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다. 한국의 ‘12·3 비상계엄’ 수사와 재판에서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란 기획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이번 보도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밀실에서 전쟁 결정을 밀어붙인 과정을 드러낸다. 향후 전쟁범죄 책임을 따질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보도 자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몰아가며 기자와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며 '반역' 꼬리표를 붙인 뉴욕타임스 폭로 기사를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 편집자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이란 전쟁으로 끌고 갔나

조너선 스완·매기 하버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

2월11일 오전 11시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태운 검은색 SUV가 백악관에 도착했다. 몇 달 동안 미국이 이란 대규모 공격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해온 네타냐후는 별다른 의전 없이,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곧장 안내됐다. 그의 긴 정치 이력에서 손꼽힐 승부처가 눈앞에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먼저 집무실 옆 내각회의실에 모였다. 이어 네타냐후는 ‘본게임’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 장소는 백악관 상황실. 외국 정상과의 대면 회의에 좀처럼 쓰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네타냐후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상대로 이란 관련 최고기밀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트럼프는 상황실 마호가니 회의탁자 맨앞, 평소 앉던 자리에 앉지 않았다. 대신 벽면 대형 화면을 정면으로 보는 자리에 앉았다. 네타냐후는 그 맞은편, 트럼프 바로 앞에 자리했다.

네타냐후 뒤쪽 화면에는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과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네타냐후의 배경처럼 배치된 이들은 그를 참모진에 둘러싸인 전시 지도자처럼 보이게 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탁자 맨끝에 앉았다.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평소 자리를 지켰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나란히 앉았고,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 국장도 그 옆에 자리했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이란 협상을 맡아온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까지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는 유출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좁혀졌다. 다른 주요 각료들은 회의가 열린 사실조차 몰랐다. 부통령도 없었다. J. D. 밴스는 당시 아제르바이잔에 있었고, 일정이 촉박해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했다.

네타냐후가 이어간 한 시간짜리 설명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동의 대규모 무력충돌로 밀어 넣는 분수령이 됐다. 이후 며칠, 몇 주 동안 백악관 안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논의가 잇따랐다. 트럼프는 여러 선택지와 위험을 저울질한 끝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트럼프가 미국을 전쟁으로 끌고 간 과정을 담은 이 기록은 곧 출간될 책 『정권교체: 도널드 트럼프의 제국적 대통령제 내부』 취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행정부 내부 논의는 대통령의 본능, 핵심 측근들의 균열, 트럼프식 백악관 운영 방식을 드러낸다. 이 기사는 익명을 전제로 한 다수의 심층 취재를 통해 내부 논의와 민감한 사안을 재구성했다.

지난해 12월 플로리다 팜비치의 트럼프 마러라고 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포옹하며 입장하고 있다. ❘ 로이터

취재 결과를 보면, 네타냐후의 구상은 몇 달에 걸쳐 트럼프의 강경론과 촘촘히 맞물려 있었다. 대통령의 일부 핵심 참모들조차 그 밀착 정도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긴밀한 결속은 트럼프 1기와 2기를 관통하는 특징이었다. 그 관계는 때로 거칠게 충돌하면서도 미국 정치권 좌우 모두에서 강한 비판과 의심을 불러왔다.

이 기사는 또 전쟁 내각의 ‘신중파’들조차 결국 트럼프의 본능을 따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악관 안에서 전면전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밴스만 예외적으로 선명했다. 트럼프는 전쟁이 짧고 결정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강했다.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2월11일 상황실에서 네타냐후는 강매에 가까운 설득을 펼쳤다. 이란은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이 마침내 이슬람공화국을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스라엘 쪽은 한때 짧은 영상도 틀었다. 강경 정권이 무너지면 누가 새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후보 영상이었다. 여기에는 이란 마지막 샤의 망명한 아들 레자 팔라비도 포함됐다. 워싱턴에 사는 반체제 인사인 그는 신정 체제 이후 이란을 세속 정부로 이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네타냐후 쪽은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할 만한 조건들을 나열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몇 주 안에 파괴할 수 있고, 정권은 크게 약화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힘도 잃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주변국의 미국 이해관계를 겨냥해 보복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모사드 정보에 따르면 이란 내부의 거리 시위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폭동과 반란을 부추기면, 강도 높은 폭격전이 야권에 정권 붕괴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스라엘 쪽은 이라크에서 국경을 넘은 이란계 쿠르드 전투원들이 북서부에 지상 전선을 열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렇게 되면 이란 정권군이 여러 전선으로 흩어지고 붕괴가 빨라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란 수도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테헤란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AFP-지지

네타냐후는 확신에 찬 단조로운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가장 중요한 청중인 미국 대통령에게는 먹히는 듯했다.

“나쁘지 않네.”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타냐후에게 이 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에 사실상 청신호가 켜졌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렇게 느낀 것은 네타냐후만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참모들도 대통령이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고 봤다. 네타냐후의 군과 정보기관이 “할 수 있다”고 장담한 것에 트럼프가 깊이 끌린 기색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6월의 12일 전쟁을 앞두고 통화했을 때도 트럼프는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2월11일 백악관 방문 앞선 일정에서 네타냐후는 내각회의실에 모인 미국 쪽 인사들의 문제의식을 ‘실존적 위협’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이란의 86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초래하는 위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참석자들이 작전의 위험을 묻자, 네타냐후는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를 강조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행동하지 않을 때의 위험이 행동할 때보다 더 컸다. 공격을 늦출수록 이란은 미사일 생산을 늘리고, 핵 프로그램 주변의 방어망을 더 두껍게 칠 시간을 벌게 된다는 논리였다.

회의에 있던 사람들은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재고를 훨씬 낮은 비용으로, 훨씬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반면 미국이 자국 이익과 동맹을 지키는 데 필요한 고가 요격체계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속도는 그보다 더딜 수밖에 없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5월 부다페스트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AFP-지지

네타냐후의 설명과 트럼프의 긍정적 반응은 미국 정보기관에 곧바로 과제를 던졌다. 분석관들은 하룻밤 사이 투입돼 이스라엘 쪽 설명이 현실성이 있는지 평가했다.

‘가소롭다’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는 다음 날인 2월12일, 미국 쪽 인사들만 참석한 또 한 번의 상황실 회의에서 공유됐다. 트럼프가 들어오기 전, 고위 정보당국자 2명이 대통령 핵심 측근들에게 브리핑했다.

두 사람은 미군 능력에 정통했고, 이란 체제와 권력 지형도 깊이 알고 있었다. 이들은 네타냐후의 구상을 네 갈래로 나눴다. 첫째, 아야톨라를 제거하는 ‘수뇌부 제거’. 둘째, 이란이 역내에 힘을 투사하고 이웃을 위협하는 능력의 마비. 셋째, 이란 내부의 대중 봉기. 넷째, 세속 지도자를 세워 정권을 교체하는 방안이었다.

미국 쪽 평가는 분명했다. 첫째와 둘째 목표는 미국의 정보·군사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셋째와 넷째, 곧 쿠르드가 이란을 지상 침공할 가능성까지 포함한 정권교체 구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가 회의에 들어오자 랫클리프 중앙정보국 국장이 평가를 보고했다. 그가 네타냐후의 정권교체 구상을 설명하며 고른 말은 하나였다. “가소롭습니다.”

그러자 루비오가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헛소리라는 거죠.”

랫클리프는 덧붙였다. 어떤 전쟁이든 변수가 많아 정권이 무너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달성 가능한 목표로 삼아 계획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여러 사람이 가세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막 돌아온 밴스도 정권교체 가능성에 강한 회의를 보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5월 워싱턴 국무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

트럼프는 케인에게 물었다. “장군, 당신 생각은 어때?”

케인은 답했다. “각하, 제 경험상 이건 이스라엘이 늘 쓰는 방식입니다. 과장하고, 계획이 늘 치밀한 것도 아닙니다. 자기들이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아니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겁니다.”

트럼프는 잠시 저울질했다. 정권교체는 “그쪽 문제”라고 했다. 여기서 ‘그쪽’이 이스라엘을 뜻하는지, 이란 국민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결론은 명확했다. 네타냐후 구상의 3단계와 4단계가 실현 가능한지는 트럼프의 참전 결정을 좌우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1단계와 2단계에는 여전히 강한 관심을 보였다. 최고지도자와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고, 이란 군사력을 해체하는 목표였다.

트럼프가 '레이진 케인*’이라고 부르길 좋아한 케인은 과거 “이슬람국가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격파할 수 있다”고 말해 트럼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는 그 자신감을 높이 사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그를 최고 군사자문역에 앉혔다. 케인은 정치적 충성파는 아니었고, 대이란 전쟁에 심각한 우려도 갖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에게 의견을 내놓는 방식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레이진 케인(Razin’ Caine)’은 댄 케인 합참의장을 트럼프가 부르던 별칭(콜사인)이다. 영어 관용구 raise Cain(난리를 치다, 소란을 피우다)에서 따온 말장난으로, ‘소동을 일으키는 케인’ 정도의 뉘앙스다. / 역자 주

소수 참모들이 며칠 동안 계획을 공유하며 논의를 이어가는 동안, 케인은 트럼프와 주변에 군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란을 상대로 한 대규모 작전은 요격미사일 등 미국 무기 재고를 급격히 소진시킬 수 있다는 평가였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수년간 지원하면서 공급 여력이 빠듯해졌고, 재고를 단기간에 보충할 뚜렷한 길도 보이지 않았다.

케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 정권이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항복할 것이라고 보고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통령은 전쟁이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6월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한 이란의 미온적 반응은 그런 인상을 더 굳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댄 케인 합참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 블룸버그

전쟁으로 가는 길목에서 케인의 역할은 군사 자문과 대통령 결심 사이의 고전적 긴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케인은 “제가 대통령께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선택지와 위험, 2차·3차 파장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라고 되풀이했다. 명확한 찬반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 탓에 일부 참석자들은 케인이 한 사안을 두고 동시에 모든 쪽 논리를 대변하는 듯했다고 느꼈다.

그가 입버릇처럼 던진 질문은 “그다음은요?”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종종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듯했다.

케인은 전임 합참의장 마크 밀리와 거의 모든 면에서 달랐다. 밀리는 트럼프 1기 때 트럼프와 거칠게 맞섰고, 위험하거나 무모한 결정을 막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트럼프와 케인의 관계를 아는 한 인사는 트럼프가 케인의 ‘전술 조언’을 ‘전략 조언’으로 혼동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인은 한편으로는 작전의 한 측면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지 경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중 우세만 확보하면 미국은 값싼 정밀유도폭탄을 사실상 무한히 보유하고 있어 몇 주 동안 이란을 타격할 수 있다고 덧붙이곤 했다.

케인에게는 별개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뒤의 말이 앞의 경고를 상쇄한다고 받아들인 듯했다.

논의 내내 케인은 대통령에게 “대이란 전쟁은 최악의 생각”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다만 케인의 동료 일부는 그가 속으로는 정확히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봤다.

매파 트럼프

네타냐후를 불신하는 참모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위기 인식은 트럼프의 관점과 놀라울 만큼 가까웠다. ‘미국 우선주의’ 진영의 비개입주의자들이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이런 결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트럼프가 두 차례 대통령 재임 중 맞닥뜨린 외교안보 과제 가운데 이란은 유독 특별한 적이었다. 그는 이란을 “유례없이 위험한 상대”로 봤고, 이 체제가 전쟁 수행 능력을 키우거나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게 하려면 큰 위험도 감수할 뜻이 있었다. 네타냐후의 정권교체 구상은 1979년, 트럼프가 32살이던 해 권력을 장악한 이란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싶다는 트럼프의 욕망과 맞물렸다. 그 체제는 이후 줄곧 미국의 눈엣가시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5월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있다. ❘ 블룸버그

이제 트럼프는 성직자 권력이 들어선 지 47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정권교체를 성사시킨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겉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늘 배경에 깔린 동기도 있었다. 이란이 2020년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암살을 모의했다는 의혹**이다. 미국에서는 솔레이마니를 이란의 국제 테러 작전을 떠받친 핵심 인물로 봐왔다. **이란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면서 트럼프는 솔레이마니 사살 책임으로 “법정에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 역자 주

2기 집권 뒤 트럼프의 미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더 커졌다. 특히 1월3일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거처에서 체포해온 특수작전은 트럼프를 크게 고무시켰다. 미군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트럼프에게는 미군의 압도적 역량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내각에서 헤그세스는 대이란 군사작전의 가장 강한 추진자였다.

루비오는 동료들에게 훨씬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이란이 협상 타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전면전보다는 ‘최대 압박’ 전략을 이어가길 원했다. 다만 트럼프를 작전에서 떼어놓으려 하지는 않았다.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행정부의 논리를 확신에 찬 태도로 앞장서 설명했다.

와일스는 해외에서 새 전쟁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우려했다. 그러나 큰 회의에서 군사 문제에 강하게 끼어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신 참모들이 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견해와 우려를 직접 말하도록 독려했다. 다른 사안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트럼프와 장군들이 함께 있는 방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와일스는 군사적 결정을 두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우려를 대통령에게 말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케인, 랫클리프, 루비오 같은 참모들의 전문성이 대통령에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와일스는 동료들에게 미국이 중동의 또 다른 전쟁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란 공격은 중간선거를 몇 달 앞두고 유가를 급등시킬 수 있었다. 이는 트럼프 2기 후반 2년이 성과의 시간이 될지, 하원 민주당의 소환장에 시달리는 시간이 될지를 가를 정치적 변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와일스도 작전에 동의했다.

회의론자 밴스

트럼프 핵심권력 안에서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가장 심각하게 걱정했고, 이를 막기 위해 가장 많이 움직인 인물은 부통령이었다.

밴스는 그런 군사적 모험주의에 반대하며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대이란 전쟁을 “엄청난 자원 낭비”이자 “막대한 비용”이라고 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16일 백악관에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다가가고 있다. ❘ 로이터

다만 밴스가 모든 사안에서 비둘기파였던 것은 아니다. 1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이란을 향해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고 경고하며 “도움이 가고 있다”고 말했을 때, 밴스는 사적으로 대통령에게 한계선을 집행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적 보복 타격이었다. 2017년 트럼프가 시리아의 민간인 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해 미사일을 발사했던 방식에 가까웠다.

밴스는 정권교체 전쟁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의 바람은 아예 타격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다만 트럼프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제한적인 행동으로 방향을 틀어보려 했다. 이후 대통령이 대규모 작전에 마음을 굳힌 것이 확실해지자, 밴스는 오히려 “한다면 압도적 힘으로 신속히 끝내라”고 주장했다.

밴스는 동료들 앞에서 트럼프에게 경고했다. 이란과의 전쟁은 역내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의 정치 연합을 산산조각 낼 수 있으며, ‘새 전쟁은 없다’는 약속을 믿고 지지한 유권자들에게는 배신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통령은 다른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부통령으로서 미국의 탄약과 무기 재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 생존 의지가 강한 정권을 상대로 한 전쟁은 미국이 앞으로 수년간 다른 분쟁을 치를 능력을 오히려 크게 약화시킬 수 있었다.

밴스는 주변에 이렇게도 말했다. 정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이란이 어떤 보복에 나설지는 어떤 군사적 통찰로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전쟁은 쉽게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게다가 전쟁 뒤 ‘평화로운 이란’을 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가장 큰 위험은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지나는 이 좁은 수로에서 이란은 우위를 쥐고 있다. 해협이 막히면 미국 내 파장은 치명적이다. 당장 휘발유 가격 급등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파 진영에서 또 다른 개입 회의론자로 떠오른 논객 터커 칼슨도 지난 1년 동안 여러 차례 집무실을 찾아 “이란과의 전쟁은 대통령 임기를 망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몇 주 전, 트럼프는 칼슨에게 전화로 안심시키려 했다. “걱정하는 건 알지만, 괜찮을 거야.” 칼슨이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늘 그랬으니까”라고 답했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일정을 크게 앞당길 새 정보를 놓고 논의했다. 아야톨라가 정권 핵심 인사들과 지상에서, 그것도 대낮에 회합을 갖는다는 정보였다. 공습에는 더없이 좋은, 잠깐 열렸다 닫힐 표적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 이란 권력 심장부를 찌를 목표였다.

트럼프는 이란에 핵무기로 가는 길을 막는 합의에 나설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외교는 동시에 미군 자산을 중동으로 더 옮길 시간도 벌어줬다.

참모 여러 명에 따르면 대통령은 몇 주 전 이미 사실상 결심을 끝냈다. 다만 정확히 언제 실행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네타냐후는 이제 서두르라고 그를 압박했다.

3월31일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기리는 현수막 옆을 이란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다. ❘ AFP-지지

같은 주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제네바에서 전화했다. 이란 당국자들과의 최신 협상을 마친 뒤였다. 오만과 스위스에서 세 차례 협상을 거치며 두 사람은 이란에 합의 의지가 있는지 떠봤다. 한때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동안 무료 핵연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테헤란이 농축을 고집하는 이유가 민간 에너지 때문인지, 아니면 폭탄 제조 능력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시험하려는 의도였다.

이란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존엄에 대한 공격”이라는 이유였다.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대통령에게 상황을 정리해 보고했다. 협상을 통해 뭔가를 만들 여지는 있지만, 몇 달은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쿠슈너는 트럼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정말 해결할 수 있다고 눈을 마주치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기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란이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월26일 목요일 오후 5시쯤 마지막 상황실 회의가 시작됐다. 이 무렵 방 안의 입장은 모두 선명해져 있었다. 앞선 회의에서 다 논의된 내용이었고, 누가 무엇을 주장하는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토론은 약 1시간30분 이어졌다.

트럼프는 평소 자리인 탁자 맨앞에 앉았다. 오른쪽에는 부통령이 앉았고, 밴스 옆으로 와일스, 랫클리프, 백악관 법률고문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공보국장 스티븐 청이 차례로 앉았다. 청의 맞은편에는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앉았고, 그 오른쪽으로 케인, 헤그세스, 루비오가 자리했다.

전쟁 계획 그룹이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된 탓에,*** 세계 석유시장에서 역사상 최대급 공급 차질을 관리해야 할 핵심 인사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회의에서 제외됐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도 빠졌다. ***한국의 12・3 계엄 당시 상황과 닮았다. / 역자 주

대통령은 “자, 지금 뭐가 나왔지?”라고 묻고 회의를 열었다.

헤그세스와 케인이 공격 순서를 훑었다. 트럼프는 “테이블을 한 바퀴 돌며 모두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밴스는 전제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온 터였다. 그는 대통령에게 말했다. “제가 이걸 나쁜 생각이라고 본다는 건 알고 계시죠. 하지만 하시겠다면 지지하겠습니다.”

와일스는 트럼프에게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진행하라고 했다.

랫클리프는 진행 여부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았다. 대신 테헤란의 아야톨라 거처에서 이란 지도부가 곧 모일 것이라는 새 정보를 설명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정의에 따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가 최고지도자 제거를 뜻한다면, 그건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워링턴 법률고문은 미국 당국자들이 구상해 대통령에게 올린 방식이라면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개인 의견은 내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견해를 묻자 해병대 출신으로서 과거 이란에 의해 숨진 미군을 알았고, 이 사안이 지금도 개인적으로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어차피 단독으로라도 진행할 것이라면 미국도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청 공보국장은 여론의 역풍을 설명했다. 트럼프는 추가 전쟁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당선됐다. 유권자들은 해외 분쟁을 위해 표를 던진 것이 아니다. 이번 계획은 6월 이란 폭격 이후 행정부가 해온 말과도 배치된다. 그동안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었다”고 8개월 내내 강조해왔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청은 찬반을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언론 대응은 최대한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헤그세스의 논리는 단순했다. 언젠가 이란을 처리해야 한다면 지금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정한 병력 수준으로 어느 정도 기간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술적 평가를 덧붙였다.

케인은 냉정했다. 위험과 탄약 소진 문제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찬반을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명령하면 군은 집행한다는 태도였다. 대통령의 두 최고 군사 지휘관은 작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국이 이란 군사력을 얼마나 약화시킬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루비오는 좀 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말했다. “목표가 정권교체나 봉기라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파괴라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대통령의 본능에 기대었다. 트럼프는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상상하기 힘든 위험을 떠안고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온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 누구도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말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해야 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이나 역내를 향해 미사일을 마음대로 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케인은 트럼프에게 시간이 조금 있다고 했다. 다음 날 오후 4시까지는 최종 승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다음 날 오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케인이 말한 시한을 22분 남기고 트럼프는 지시를 보냈다.

“에픽 퓨리 작전 승인. 중단 없다. 행운을 빈다.”

(끝)

원문 출처:
뉴욕타임스(구독 필요) https://www.nytimes.com/2026/04/07/us/politics/trump-iran-war.html?searchResultPosition=1

댓글
«   2026/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