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월 8일(현지시간) 발효한 임시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스라엘이 시작한 대이란 침략 전쟁은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종전 메모’를 다시 손질해 미·이란 사이 간극을 메우려 하자, 워싱턴 내부의 협상 연장 기류와 텔아비브의 재공격 요구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형국이다.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의향서’를 통해 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30일 협상 창구를 열자고 했지만, 네타냐후는 협상 자체를 불신하며 전쟁 재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 분위기가 험악했다는 전언이 나온 가운데, 두 정상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고 네타냐후의 조만간 워싱턴 방문 가능성도 거론됐다.

협상판의 ‘최신’ 구도는 이렇게 정리된다. 중재국들은 ①전쟁 공식 종료(문서화) → ②호르무즈 해협 통항·안전 조정 → ③30일 협상의 3단계 틀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틀’일 뿐, 핵심 쟁점은 단계의 순서와 실행을 누가, 무엇으로 담보하느냐에 있다.

로이터는 파키스탄이 이란의 ‘수정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으며, 이란은 영구적 적대행위 종료가 선행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 논의에 들어갈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으로는 레바논 전선을 포함한 전투 종료, 전쟁 피해 보상, 미 해상 봉쇄 해제, 추가 공격 금지 보장, 석유 판매 재개 등이 거론됐다.

알자지라는 이란의 ‘14개 항’이 전쟁 종식과 봉쇄·제재 해제를 전면에 두고, 핵 의제는 애초에 뒤로 뺀 구상이라고 정리했다. 반대로 미국은 농축 유예, 고농축 우라늄 반출, 시설 해체 같은 조치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협상을 말하면서도 폭격을 협상 수단으로 거론해 신뢰를 흔들고 있다. 액시오스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이란 제안이 미흡하다며, 진전이 없으면 폭탄으로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역시 걸프 지도자들의 요청으로 공격 계획을 일단 멈췄지만, 동시에 며칠만 더 기다리겠다며 재공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서 이스라엘 변수가 협상의 목을 죈다.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선박 단속(해적 행위) 중단과 동결자금 해제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 내세운다. 다시 말해, 이란 입장에서는 ‘핵’만 떼어 다룰 수 없는 전쟁이다. 레바논 전선을 계속 열어둔 채 이란에만 ‘비핵화 선조치’를 강요하는 구도는, 협상이 아니라 항복 요구일 뿐이다.

역내 중재는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공격을 일시 정지한 배경에도 카타르·사우디·UAE 등 걸프 국가들의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고, 터키도 휴전 연장을 지지하며 레바논 확전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파키스탄은 이란 제안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맡으며 협상선의 중심에 섰다.

이러는 사이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의 관문이자 세계 경제의 급소로 굳어지고 있다. 로이터 탐사보도는 이란이 섬 검문소, 정부 간 합의 등 통행 비용 요구까지 엮어 통항을 통제하면서 선박 운항이 줄고 비용·위험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이란이 오만과 ‘지속 가능한 해협 안보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늘(5월 21일) 로이터는 유가가 다시 반등했다고 전하면서, 이란이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을 신설하고 통제 구역을 운용하는 움직임까지 보도했다. 이란의 통제 강화와 미국의 이란 연안 봉쇄가 맞물리면서, 해협은 ‘부분 개방’과 ‘사실상 폐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발언 하나, 경고 하나가 유가를 흔든다.

전쟁의 비용은 세계 경제에 전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쟁 이후 50개 주 전체에서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겼다는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가 나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호르무즈 위기가 길어지면 에너지·물류 충격이 비료와 농식품 체계로 번져 6~12개월 내 세계 식료품 가격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핵’을 중심에 둔 협상은 출구가 되기 어렵다. 전쟁을 일으킨 쪽이 공습과 함께 제재·동결자산·봉쇄를 묶어 경제전을 벌여온 이상, 해법도 그 압박 장치부터 멈추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이란이 봉쇄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을 주권의 문제로 못 박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협상의 관건은 가해 책임을 회피한 채 이란의 굴복을 요구하는 구도를 깨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이란·레바논 전선을 포함한 전면 휴전과 외부 검증 △민간을 겨냥한 봉쇄 해제와 동결자산의 반환, 인도주의 통로 상설화 △연안국 주도의 항행 안전 협정 △예외 없는 비핵지대 논의가 한 묶음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을 명분으로 봉쇄와 제재를 상시화하는 합의는 이란에게는 전쟁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폭격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조건과 값싼 기뢰·드론이 만드는 비대칭 전력은 그대로 남는다. 공습은 전황을 바꾸기보다, 출구 없는 전쟁을 더 길게 늘어뜨릴 뿐이다. 장기화의 피해는 중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과 물류망, 해상 안전을 흔들며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동맹에 전쟁 비용을 떠넘기려는 압박은 결국 동맹을 멀어지게 한다.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전쟁의 대가는 끝내 미국 사회로 되돌아온다.

결론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마음대로 끝내지 못한다. ‘승리’라는 말로 덮을 수도 없다. 시간 또한 그의 편이 아니다.

댓글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