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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회장, 마가와 결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신세계그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춘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행사 파문과 관련해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사과문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현장 마케팅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를 내걸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붙였다.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이를 “악의적 조롱”,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국가폭력의 기억을 상업 행사에 끌어들인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일이다.
정 회장은 사태를 보고받은 뒤 대표와 담당 임원 해임을 지시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탱크데이’는 단순한 명칭과 문구의 실수가 아니다. 그룹 총수의 정치 성향이 기업 운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검수 실패’였다는 해명은 왜 신세계가 반복적으로 민주주의의 금기를 건드리는지에는 답하지 못한다.
정 회장은 2022년 ‘멸공’,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후 미국 극우 복음주의·마가 계열 인사들과의 교류가 이어졌다. 그 흐름은 ‘빌드업코리아’ 행사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반공주의와 미국 보수 복음주의, 트럼프 진영의 정치 구호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자리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한국 정부가 교회를 탄압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옳은 일을 위해 싸울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스타벅스는 이 행사 참가자들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했다. 정 회장은 2023년 첫 행사에 축하 영상을 보내 “미국 선교사”와 “성경에 바탕을 둔 자유”를 언급했다. 반공과 친미 복음주의 색채가 뚜렷한 메시지였다.
이어서 지난 4월 28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가 ‘개인적 친분에 따른 문화 일정’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릅 회장 배우자인 한지희씨의 첫 음반 발매 기념 연주회에 참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 보수 진영과 복음주의 우파의 ‘평행 경제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공개적으로 반공·반중 정서를 드러내 온 재벌 총수가 미국 마가 진영의 핵심 인물과 손잡는 장면은 ‘탱크데이’ 사태보다 더 심각한 신호다. 사업 협력의 형식을 띠었지만, 실상은 마가 복음주의 세력과 대기업 유통망이 서로의 필요를 확인한 자리였다. 반민・매국 자본과 종교, 외교가 뒤엉킨 이 장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면, ‘멸공 떡볶이’와 ‘마가 복음주의 기저귀’가 시장 한복판에 진열되는 일도 머지않다.
정 회장 스스로 진정으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하려면 대표와 임원 해임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마가와 결별하고 스스로 신세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스타벅스 마케팅 승인 과정과 대외 협찬·후원 결정, 빌드업코리아 등 정치적 행사와의 연루 가능성도 외부 독립기구가 조사해야 한다. 5·18과 민주화운동 당사자 단체가 참여하는 재발 방지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그 정도 조처가 없다면 이번 문책은 또 하나의 꼬리 자르기로 기록될 것이다. 정 회장이 잘라낸 것은 책임의 꼬리일 뿐, 문제의 몸통은 여전히 신세계 경영의 중심에 남아 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본질이 바꾸지 않는 한 다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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