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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4월 28일 한국을 찾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배우자인 한지희씨의 첫 음반 발매 기념 연주회에 참석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번 방한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문화 일정’이며, 외교부 면담 등 공식 일정이 없는 사적 방문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아들이 그냥 한국에 왔을까?
이번 만남을 단순한 개인 교류로 보면 안 된다.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보수 진영과 복음주의 우파의 ‘평행 경제권’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가 성향의 기업과 소비자를 묶어 시장과 종교, 정치가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 회장의 과거 발언과 행보를 살펴보자. 그는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산당이 싫다는 글을 반복했고, ‘멸공’ 표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북한 미사일 발사 기사와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보다 북한을 향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신세계 주가 급락과 대중국 사업 차질 우려로 번지며 ‘오너 리스크’ 대가를 치렀다.
공개적으로 반공·반중 정서를 드러내온 재벌 총수와 미국 마가 진영의 핵심 인물이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사업 협력이라는 외피 아래, 마가복음주의 정치 네트워크와 대기업 유통망이 서로의 필요를 확인하는 자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사회에 합류한 퍼블릭스퀘어는 ‘생명, 가족, 자유’를 앞세운 상거래 플랫폼이다. 그는 마가 진영의 투자 네트워크에서 ‘평행 경제’ 사업에 관여해왔다. 이른바 평행 경제란 마가 진영을 비롯한 보수 성향의 기업과 소비자를 따로 묶어, 기존 시장과 별개의 소비·결제망을 만들려는 시도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흐름을 해외로 넓히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이 경제망은 종교와 가치 담론을 앞세운다. 퍼블릭스퀘어 계열 기저귀 상품인 에브리라이프도 한국 진출을 제품 판매가 아닌 ‘운동’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저출산은 가족과 부모의 책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양극화, 긴 노동시간,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부족한 공공 돌봄이 겹친 결과다. 저출산을 부모 책임으로 돌리면,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좁혀진다. 이들이 추구하는 유통망은 이런 왜곡 담론을 퍼뜨리는 정치・경제・종교 공동체의 핵심 통로가 된다.
이런 흐름은 ‘빌드업코리아’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겉으로는 한미 청년 교류 행사였지만,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한국 정부의 교회 탄압 주장이 이어졌고, 찰리 커크를 비롯한 미국 마가 진영 인사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종교 행사의 형식을 빌린 정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 자리에도 정용진 회장과 신세계그룹이 등장한다. 계열사인 스타벅스 코리아가 이 행사에 커피를 후원하고 부스를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정치 후원 여부와 별개로, 국내 대형 유통사가 미국 복음주의·마가 네트워크와 같은 행사장에 등장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랑제일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 보도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교회 수사를 비판한 바 있다. ‘교회 탄압’이라는 표현은 곧 한국 내정에 개입하는 명분이 된다. 동시에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함께 흔드는 내란 세력에게는 자신들의 반민·매국 행위를 정당화할 권위를 안겨준다.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정확히 이 흐름 위에 있다. 그는 미국 마가 진영의 정치경제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네트워크는 ‘생명’과 ‘가정’이라는 복음주의 언어를 상품, 기부, 행사와 묶어 세력을 넓혀왔다. 한국에서는 유통망, 대형교회, 청년 행사가 그 발판이 됐다. 이번 방한은 그 발판 위로 미국 마가 진영의 정치경제망이 들어오는 장면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군사·통상·사법·내정을 가리지 않는다. 쿠팡 수사를 자국 기업 탄압으로 몰고, 미셸 스틸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한 흐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여기에 트럼프 주니어와 정용진 회장의 만남까지 겹치며, 미국 마가 진영와 국내 반민・매국 진영의 접점은 더 선명해졌다. 통일부 장관 경질 압박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의 사법권과 외교 자율성은 노골적인 내정간섭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전광훈의 알뜰폰과 전한길의 성조기 우산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다. 만민중앙교회의 무안단물, 허경영의 불로유, 통일교의 영감상법에 이어, 멸공떡볶이와 마가복음주의 기저귀까지 시장 한복판에 오르는 미래라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마가 복음주의가 한국 사회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의식주 전반에 상표를 달고 유통되는 현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트럼프 주니어와 정용진의 만남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반민・매국 자본과 종교, 외교가 뒤엉킨 이 문제의 본질은 결국 주권 전쟁이다.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이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