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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민간 구호선단을 공해상에서 나포하고, 한국 활동가 ‘해초’ 김아현씨와 김동현씨,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승준 리씨 등을 억류했다. 이는 우리 국민을 공해상에서 강제로 억류한 중대한 외교 사안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굶주림과 봉쇄 속에 가둬온 이스라엘이 이제 공해상 민간 선박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선을 한참 넘었다. 한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와 국제법 준수 의무에 따라 이 문제를 실제 외교·사법 절차로 다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3국 선박을 공해에서 나포해 우리 국민을 잡아가는” 사안으로 규정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 검토를 지시한 것은 정당하다.

김아현씨와 조나단 승준 리씨가 탄 ‘리나 나블시’호는 가자지구에서 118해리(약 219km) 떨어진 공해상에서 나포됐다. 김동현씨가 탄 ‘키리아코스 X’호는 더 먼 해역에서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나포, 아슈도드항 이송, 취조, 추방을 되풀이해 왔다. 영사 조력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 공해상 불법 나포와 구금을 바로잡는 대응이 될 수 없다.

국제법의 원칙은 분명하다. 공해는 어느 한 국가의 영해가 아니다. 군함이 외국 선박을 강제로 멈춰 세우고 검색할 수 있는 경우도 해적 행위, 노예무역, 무허가 방송, 무국적선 의심 등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인도주의 구호선이 가자지구로 향했다는 이유만으로 공해상에서 나포하는 행위는 유엔해양법협약이 정한 자유로운 항행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한다.

이스라엘은 가자 해상봉쇄의 합법성과 봉쇄 위반 차단을 내세운다. 그러나 민간인을 굶주리게 하고, 의약품과 생필품 반입을 막으며, 주민 전체를 집단적으로 처벌하는 봉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인도법은 점령국과 교전 당사자에게도 분명한 제약을 둔다. 민간인의 생존을 압박하는 봉쇄와 구호 활동 방해, 민간 활동가의 자의적 구금은 국제인도법의 한계를 넘어선 행위이며, 전쟁범죄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이번 공해상 나포는 그 폭력이 가자지구를 넘어 국제 해역으로까지 번졌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책임도 무겁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정치적·군사적으로 뒷받침하며,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대량학살을 사실상 묵인・동조했다. 구호선단 관련 인사들에게 ‘친테러’ 낙인을 찍고 제재에 나선 것도 국제 연대를 위축시키려는 조치다. 앞에서는 인권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점령과 봉쇄를 떠받쳐온 미국의 이중 잣대가 다시 드러났다.

유럽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원조 차단과 공해상 나포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영국 외교장관들도 이스라엘의 가자 구호물자 반입 차단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 튀르키예, 브라질, 콜롬비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요르단, 리비아, 몰디브, 말레이시아 외교장관들도 공해상 선단 공격과 활동가 구금을 규탄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이미 2024년 11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등에 대해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도 일부 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의식해 체포영장 집행을 피하고 있다. 헝가리는 네타냐후 방문을 계기로 국제형사재판소 탈퇴까지 거론했다. 전쟁범죄 책임을 묻는 절차마저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더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한국은 로마규정 체제에 참여해 왔고,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를 처벌하고 관련 수사·재판에 협력하도록 한 국내법도 이미 두고 있다. 공해상에서 우리 국민이 억류된 지금, 정부의 역할은 유감 표명이나 영사 조력에 그쳐서는 안 된다. 네타냐후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 검토는 외교적 압박용 문구가 아니라 실제 법적·외교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국가의 책무다.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은 구호선단을 ‘정치적 도발’로 몰아가며 봉쇄 조처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해상 민간 선박을 군사력으로 나포하고 활동가를 억류한 행위는 그 자체로 국제법 질서를 훼손한다. 더구나 그 배가 향한 곳은 봉쇄와 굶주림 속에 놓인 가자지구였다. 인도주의 구호를 차단하는 군사행동을 안보 논리로 덮을 수는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억류자의 즉각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이스라엘의 공해상 나포가 국제법 위반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동성명 참여국과 협력해 유엔 등 국제기구에 이 사안을 정식으로 제기해야 한다. 향후 인도주의 항해가 군사력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감시단, 법률 지원, 언론 동행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네타냐후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 검토를 선언에 그치지 말고, 한국의 로마규정 이행 체계 안에서 구체적 절차로 다뤄야 한다.

네타냐후 체포영장 집행 검토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존권, 자유로운 항행 원칙, 국제형사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것은 주권자를 보호하는 길이며,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의 면책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책임 있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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