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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사회와 거리두기' 주제의 자린고비 여행을 떠나는데 목표는 다음과 같다.

여행과 방역을 동시에
후천성여행결핍증을 치료하되 타인과의 접촉을 요리저리 피해 그림자처럼 다녀온다.

긴 일정이니 멀리 가자
국토 남반부의 섬을 탐험하고 신비스러운 해변을 찾는다.

이 구역 자린고비는 나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를 포함해 24만원(4만x6일) 이내로 사용한다. 내가 굴비고 굴비가 나인지 알 수 없는 몰아일체의 세계


----- 절 취 선 -----


이용객이 밀집한 난민촌 같은 캠핑장이 끔찍해 주로 공중화장실이 있는 공원이나 노지를 찾아 다녔는데, 캠핑과 차박이 코로나 시대 탈출구로 각광받으면서 내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인적이 드문 장소로 가기 위해 휴대용 변기를 장만했는데, 응가에 특수 고안된 효소를 배합하면 냄새 없는 푸른 물로 바뀐단다. 비위가 약한 나를 몸서리치게 하는 비극이지만 이제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겠지. ~ __~ 난 자유다.

다리로 연결된 신안의 여러 섬들이나

목포의 여러 섬들을 일주할 예정이다. 경량 텐트로 가볍게 잠을 때우다가, 꿈 속의 해변에 도달하면 정식으로 자리를 잡고 휴가 모드로 전환해야지. 혹시 정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야전에서는 성냥 하나라도 없으면 불편한데, 섬인데다가 명절기간까지 겹쳐 현지 조달은 매우 어렵다. 식재료를 챙겨 끼니를 직접 해결하고 짐의 총량을 전방위에서 줄여야 하는데, 우선 알콜의 경량화를 위해 로씨야 잡화점에서 '소주보다 짐을 덜 차지하는' 보드카를 사 왔다. 큰병인데도 다해서 41,000원이니까 만수르 아니어도 살 수 있다.

로씨야 점원이 나를 붙잡고 '본보기... 본보기가 필요하냐?' 하는데

본보기는 뽁뽁이였다. 암튼 5박 6일동안 이거면 충분하겠지.

중국에서 주문한 티타늄 술병도 도착

인류는 최고의 캠핑용 수납가방을 발명해놓고 지금껏 공구가방으로만 쓰고 있다.

갖은 양념, 가스, 가스통 커버, 휴지, 가위, 칼, 집게, 국자, 토치, 버너, 헤드 랜턴, 스트링 랜턴, 수저, 젓가락, 수저받침, 종이호일, 알루미늄호일, 1회용 비닐, 와인따개, 스위스 만능칼, 모기약, 빨래줄, 깔대기 등을 뒤적거리지 않고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맨 아래칸에 보이는 둥근 동그라미들과 금속 필통처럼 보이는 것은 양념통이다.

헷갈리지 않도록 유리병에 라벨을 붙여 담았다. 캠핑을 다니지 않을 때는 딸내미에게 요리를 알려주는 교보재로 써야지.

라벨을 붙이지 않아도 식별이 가능한 것들은 따로 틴 케이스에 담았다. 왼쪽부터 설탕, 파슬리, 통깨, 고춧가루, 베트남 고추, 바질, 구운 소금, 생강

요렇게 미리 얼린 상태로 쿨러에 넣어 보냉재로 쓰다가 녹으면 초밥으로 먹어야지.

 

----- 절 취 선 -----

 

준비는 철저히 하되 계획은 막연하게 세웠다. 화요일에 떠나 먼 남해의 섬을 탐험하고 신비스러운 해변에서 묵다가 일요일 돌아오는 5박6일 여정이다. 신당동에서 출발해 예측불가능한 세계로 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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