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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먹부림 2

macintoy 2020. 11. 5. 21:40

요리는 삶의 질을 담보하는 행복한 노동이자, 저렴한 식재료를 값진 끼니로 변환하는 낮은 수준의 연금술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고기 뒤집고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으나 세월은 상남자를 주부로 만들었고, 들꽃과 갈대가 피어난 강변에 집을 짓고 큰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약간의 호연지기와 과도한 먹부림을 통해 어느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센 불로 연어를 굽고

미리 만들어 간 초밥 위에 와사비와 연어를 올리고 파슬리와 후추를 뿌리면 연어 타다끼 초밥 완성~

양파와 버섯을 넣고 볶아 만든 국적 불명의 요리. 양파, 타르타르 소스, 초절임무, 무순을 곁들여 먹는다.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넣어 비옥하게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로 니글거리는 속을 달랜다. 까나리 액젓과 무가 들어가야 맛있다.

다시마, 멸치가루, 양파, 파뿌리, 월계수잎, 무, 닭발육수, 연두순, 국간장, 소금을 넣고 끓여 육수를 미리 만들고, 영계는 초벌로 삶고 반으로 잘라 진공 포장해 가져왔다. 현장에서 라면 끓이듯 넣으면 '닭 한마리' 요리가 시작된다.

먼저 익은 떡은 매운 소스에 찍어 먹고

야들야들 익은 살을 먹는다.

칼국수 대신 대만식 도삭면

여기까지 먹고 배 불러 혼절

어느새 마지막 날. 거칠던 바람이 잔잔해져 숯불을 피웠다.

삼겹살이 가장 비싼 나라 = 돼지 앞다리살을 싸게 먹을 수 있는 나라임을 잊고 산다. 두껍게 썰어 숯불에 구우면 몸서리치게 맛있다.

에어 프라이어에서 초벌로 구운 임연수도 잔불에 구워 먹는다. 요건 밀폐 용기에 들어가지 않아 닭과 함께 부득 진공 포장을 했다. 

스텐인리스 식기와 시에라 컵 등은 현장에서 소주와 키친타올로 닦고, 밀폐용기 등 나머지 설거지감은 쌓아 두었다가 집으로 가져와 한방에 치운다. 설거지 양이 만만치 않지만 이렇게 하면 일회용기 사용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 다 마치고 체력 고갈로 장렬하게 기절~





식비 + 술값 + 난방비 + 교통비 + 기타 부대 비용 도합 12만원으로 3박 4일을 꽉 채우고 왔다. 노지에서의 캠핑은 자연에 대한 존중과 높은 책임의식이 요구되는데, 머문 자리는 조금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틈틈이 수거했다. 낭만과 비용 절감에는 대가가 따르며 자린고비 캠핑은 고강도 노동을 수반하지만, 지속가능한 여행은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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