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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계란의 흑점

macintoy 2020. 10. 17. 10:56

날계란은 싸지만 구운계란은 비싸다. 계란을 구운계란으로 변환하는 것은 가사노동을 통해 저장성과 상품성을 높이는 낮은 단계의 연금술이다.

삶는 것보다 찌는 것이 유리하다. 증기로 익히면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덜 깨지며 에너지까지 절약된다. 끓기 시작해 10분이면 반숙, 15분이면 완숙, 더 삶으면 흰자의 황과 노른자의 철 성분이 결합해 황화철이 되어 녹색으로 바뀐다. 계란이 완전히 익었는지는 바닥에 놓고 돌려 보면 알 수 있다. 잘 익은 놈은 오뚜기처럼 서서 돌고, 덜 익은 놈은 천방지축으로 땡깡을 부리며 굴러다닌다.

 

전기압력밥솥에서 고온 + 고압으로 찌면 집에서도 맥반석 계란을 만들 수 있다.

-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을 깨끗이 씻는다. 껍질 표면의 닭 응가가 밥솥 구석구석을 야무지게 오염시키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 세척한 계란을 미리 실온 또는 따뜻한 물속에 두었다 조리해야 급격한 온도 변화로 터지지 않는다.
- 내솥에 물을 없는 듯 자작하게 깔고 계란을 채운다.
- 소금을 곁들이면 끓는 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껍질이 단단해져 까기 쉽고, 짭조름한 간이 배어 맛도 좋아진다.
- 식초를 넣으면 껍질이 깨지더라도 단백질을 응고시켜 흰자가 덜 새어나온다. 실내 공기 맛이 시큼해지는 건 함정~
- 한번 돌리면 아쉽고 두번 돌리면 진한 색이 올라오면서 쫄깃해진다. 소금기가 압력밥솥 내부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으므로 조리 후 바로 세척하자.

 

찜질방표 맥반석 계란스러운 비주얼과 맛. 아무 수건이나 꺼내 머리에 두르고 '덥다 더워'를 연호하며 소금에 찍어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다.

 

두꺼운 팬에서 약불로 30~40분 계란을 돌려가며 구우면 압력밥솥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터넷 레시피를 보게 된다. 이리저리 돌려주려면 귀찮겠지만, 별빛이 쏟아지는 어느 하늘 아래 텐트를 펼치고 입에는 잎새주를 물고 등유 난로로 계란을 구워 먹으면 참 좋을 테지. 직접 불에 구워보자.

 

열심히 데굴데굴 굴려야 하는데 성실하게 조리에 임하지 못했다. 뭔가 거칠고 옳지 않은 느낌~

 

독약 비주얼의 '달마시안 로스티드 에그' 탄생. 모든 창의적인 시도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흑점 부위는 쫄깃하더라.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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