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수한 생산수단을 갖췄느냐 여부가 민족의 흥망성쇠를 갈랐다. 가정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효과적인 생산수단을 갖추는 것은 성공한 주부로 살기 위한 선결과제다. 따라서 육절기의 도입은 매우 이유 있다. ¯ࡇ¯;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본체는 견고하며, 주요 부품의 분해와 세척이 용이한 구조로 위생적이고, 7인치 칼날은 다양한 식재료를 용도에 맞게 매끄러운 단면으로 신속하게 잘라낸다. 유려한 곡선과 외장 도색은 드롱기 커피 머신을 연상시키고, 칼날이 지나간 듯 획을 도려낸 제품 로고까지 멋쟁이 풍모를 두루 갖췄다. 이렇게 곱게 자르려면 쉐프의 손이 필요했지만 이젠 나도 할 수 있음.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대용량 생고기도 더 이상 구입을 망설이지 않겠어. 돼지앞다리살 지방은 따로 발라..
밤 9시에 이마트 청계점 신선식품 코너에 가서 반값 할인 태그가 붙은 해산물을 낚아오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도시 어부의 해루질 취미. 갑각류와 연체동물이 싸게 나왔다. 해산물을 사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된다. 주꾸미 3,000원, 새우 4,200원 주꾸미는 눈과 입을 제거하고 물에 밀가루를 풀어 깨끗하게 씻는데, 끓는 물에 머리부터 데치고 바로 찬물에 헹궈야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가지런히 가르마를 넘겨 새우와 그릇에 담고 순두부, 대구고니와 함께 고명으로 올리면 위가 설레는 삼선해물짬뽕 완성. 일품요리 그까이 꺼
손질된 냉동 닭발은 식자재 마트나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해동시킨 닭발을 무, 파, 청양고추, 월계수잎, 통후추와 함께 냄비에 넣고 10분쯤 삶는다. 마늘 + 고춧가루 + 청양고추 + 설탕 + 고추장 + 매실청 + 간장 + 참기름 등으로 칼칼한 양념을 만들고 삶은 닭발과 버무려 반나절 정도 그대로 둔다. 순서대로 마이 넣는데 특히 빨간색으로 표시한 재료들은 과량으로 넣어야 맛있다. 이름난 맛집을 재현하려면 설탕과 미원을 팍팍 뿌리면 된다. 숙성된 닭발을 팬에 기름을 둘러 볶다가 숯불에 구우면 끝. 요거 한 접시 먹자고 집에서 숯불을 피울 수 없어 아쉽지만 가스 토치를 썼다. 두꺼운 팬에 강불로 살짝 태우듯 마무리해도 좋고, 국물 떡볶이, 계란찜을 곁들이면 몸서리치게 맛있다. 어우 이 집 닭발 ..
바야흐로 도치철, 몸서리치도록 맛있는 '알 반 고기 반' 도치탕을 만들어보자. 육수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가루 다시마 건새우 고추 무 파뿌리를 넣고 끓인다. -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진액이 나오기 때문에 십여 분 후 건진다. - 자연 조미료 약간과 국간장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 국물 재료를 다 갖추기 부담되면 다시 팩을 사다 넣어도 좋다. 재료 다듬기 도치 암컷은 알을 잔뜩 집어넣은 검은 풍선처럼 생겼는데 우선 살과 알로 나눈 뒤, 알을 둘러싼 막을 제거하고 촘촘한 채반에 올린 뒤 흐르는 찬물로 점액질을 씻어낸다. 살은 끓는 물에 5분 데친 뒤 흐르는 찬물에 문질러 씻어 검은 껍질을 벗겨낸다. 쉽게 제거되지 않는 검은 부분은 걍 놔두면 된다. 끓이기 도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끓는 육수에..
어젯밤 대형 마트 폐점 시간에 임박해 신선식품 코너로 달려가 할인 태그가 붙은 식재료를 털어 왔다. 토종닭 2마리가 10,640원,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1.7kg은 6,810원 토종닭 한 마리를 닭볶음탕으로 변환했다. 남은 한 마리는 냉장실에 저장해 보관하다가 백숙으로 만들어 칼국수를 곁들여 먹을 요량이다. 돼지 앞다리살 800g은 양념을 재워 불고기로 숙성시키고 600g으로는 파뿌리, 월계수 잎, 통후추, 된장, 소금, 국간장, 소주 약간을 넣어 수육으로 변환하고 300g은 깍둑 썰어 묵은지, 두부, 멸치가루, 다시마, 보리새우, 국간장, 들기름, 파를 혼합해 김치찌개를 끓였다. 이건 내일부터 먹을 건데 카레도 그렇지만 하루 지나면 더 맛있다. 고기 양이 많은 것 같아도 삶으면 이렇게 부피가 줄어든다..
전국 곳곳에 이름난 술이 많지만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어 마이 아쉽다. 그러나 절망하지 마시라. 택배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점찍어 둔 막걸리는 라벨에서 제조사 번호를 찾아 전화로 구입할 수 있는데, 가령 1.7리터 들이 원주 치악산막걸리 12병이 택배비 포함 단돈 27,000원. 술값을 벌기 위해 돈을 더 벌지 않아도 된다. 배송 도중 흔들리거나 눌리기도 하고, 내부 압력이 증가해 가스가 배출되면서 새어 나온 막걸리가 용기에 묻기 마련인데, 이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용기 겉면에 묻은 술이 건조되어 하얀 가루로 떨어지기 때문에 닦아서 넣는 것이 좋다. 이때 라벨까지 함께 벗겨내면 재활용 공정에 큰 도움이 된다. 분리수거 때마다 제거하려면 귀찮은데, 식재료 손질 하듯 싹 밀고 나니 의문의 환경 운동. 결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