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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미국은 ‘항행 안전’을 내세워 전력을 전개하지만, 좁은 병목에서의 충돌 위험은 구조적으로 커진다. 출처: DVIDS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장기화하면서 미군 내부에서는 고가 요격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싼 요격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막는 전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패트리엇과 SM 계열 같은 고가 요격탄을 대량으로 쓰는 방식은 재고와 예산을 동시에 소모한다. 최근 미군이 ‘값싼 요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전술이 달라진다고 전쟁의 구조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고, 항로가 제한된 병목 지대다. 기뢰, 드론, 소형 무인정 같은 저비용 수단이 고가 군함과 상선에 대응하기 어려운 위험을 만들어낸다. 미국이 요격 비용을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란이 가진 지리적 이점과 비대칭 전술의 효율성을 회피할 수는 없다. 다만 방어 비용이 낮아질수록 미국이 개입 부담을 가볍게 여기고, 그 결과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요격 비용 낮추려는 미군의 새 구상

최근 ‘값싼 요격’의 대표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전통적 요격미사일이 아니라 저가 정밀유도 로켓, 요격드론, 전자전이다. 중동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기 지원과 판매 흐름 속에 레이저 유도 로켓(APKWS) 같은 저비용 대드론 수단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가 요격탄은 아껴 두고, 드론과 저고도 위협에는 상대적으로 싼 요격수단을 쓰겠다는 구상이다. 탄 한 발의 비용이 낮아질수록 작전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미 국방부 시험평가 체계가 공개한 레이저 교전 장면. ‘비싼 요격탄’ 소모를 줄이려는 미군의 방향이 지향성 에너지 무기 쪽으로도 뻗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DOT&E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기지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쓰인 대드론 지휘통제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는 보도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핵심은 특정 무기 하나가 아니라, 레이더와 센서, 요격수단을 묶어 탐지, 식별, 교전 과정을 빠르게 만들고 필요한 곳에만 탄을 쓰도록 하는 통합 지휘통제 체계다. 드론 방어에서 큰 비용을 낳는 것은 요격탄 자체만이 아니다. 잘못된 경보, 늦은 대응, 중복 교전이 만드는 비효율도 만만치 않다.

 

미 중부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운용되는 대드론 요격체계 ‘Coyote’ 훈련 장면. 값싼 드론 위협에 더 싼 요격수단을 붙이려는 흐름이 현장 전력화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 DVIDS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이저는 탄약 대신 전력을 쓰기 때문에 이론상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고출력 마이크로파는 드론 군집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어 요격 비용 문제를 뒤집을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 무기들은 아직 실전 운용이 제한적이며, 시험과 배치 확대가 진행되는 단계에 가깝다. 당장 전장에서는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저가 로켓, 요격드론, 전자전이 먼저 쓰이고,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는 후속 전력으로 개발과 배치가 추진되고 있다.

정리하면 미군은 ‘비싼 미사일의 대량 사용’에서 벗어나 저가 탄, 무인체계, 전자전,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방어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현실적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전쟁을 끝내는 수단이 아니라, 전쟁을 더 오래 지속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 플랑드르 해양연구소(2026) ‘MarineRegions.org’, 보텍사(Vortex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그래픽: 르네 리그던(Renée Rigdon)·애넷 최(Annette Choi), CNN

 

호르무즈 지리는 여전히 이란에 유리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병목 지대다. 군사적으로 이 구조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민간선박의 항로가 제한되고 예측 가능해진다. 둘째, 작은 교란도 곧바로 큰 혼란으로 번진다. 해협은 단순한 지리적 통로가 아니다. 보험료, 운임, 선박 일정, 유가, 생활물가가 한꺼번에 걸린 세계 경제의 혈관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대항 훈련을 수행하는 미 해군 기뢰대항함. 기뢰는 저비용·고효율 비대칭 수단인 반면, 탐지·제거에는 시간이 들고 고가 전력이 묶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란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맞서지 않는다. 값싼 무기로 비싼 전력을 흔드는 방식에서 강점을 갖는다. 기뢰가 대표적이다. 기뢰는 싸고 숨기기 쉽다. 실제로 몇 발이 깔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뢰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항로는 혼란에 빠진다. 기뢰 제거에는 시간이 들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장비와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 공격은 싼데 방어는 비싼 구도가 되풀이된다.

 

이란이 공개 전시한 ‘샤헤드-136’ 계열 드론. 저비용 대량 투입이 가능한 드론은 고가 함정·방공체계에 ‘지속 소모’를 강요하는 비대칭 수단으로 작동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드론과 무인정은 이 비대칭을 더 키운다. 드론은 대량 생산과 대량 투입이 가능하다. 드론은 방어 측에 탐지와 요격 부담을 안기고, 레이더 운용과 탄약 소모를 늘린다. 소형 무인정과 고속정은 복잡한 해상 환경에서 식별 부담을 높이고 오판 가능성을 키운다. 미국이 ‘값싼 요격’을 도입해 드론을 더 많이 떨어뜨리더라도, 공격 측은 더 싸고 더 많은 수단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요격이 싸질수록 공격도 과감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해협의 안전 보장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문제다. 안정을 명분으로 한 '호위 작전'이 반복될수록 해협은 군사적 긴장이 고착된 공간이 된다. 작은 충돌이나 오판도 곧바로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

안정의 명분 아래 길어지는 전쟁

미군은 해협 통항을 지원한다며 병력과 항공기, 무인체계 등 대규모 전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이런 발표는 대개 상업선박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작전은 해상 통제와 봉쇄, 제재 체계를 군사력으로 유지하는 수단일 뿐이다. 해협을 ‘세계 경제 보호’라는 명분으로 군사 관리 아래 둘수록 비용과 위험은 선원과 항만 노동자, 연안 주민에게 먼저 돌아간다. 우회 항로와 운항 지연, 보험료 급등, 실질임금 하락은 그 부담을 더 키운다.

여기서 ‘값싼 요격’은 더 위험한 의미를 갖는다. 방어가 싸지면 개입이 쉬워지고, 개입이 쉬워지면 전쟁은 길어진다. 미국의 전술 변화는 결코 민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도주의적 선택이 아니며, 전쟁 비용 절감 전략일 뿐이다. ‘싸게 막는 전쟁’은 ‘오래 하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설도 있다. 미군이 싸게 막으려 할수록 실제로는 더 비싼 통합 체계와 첨단 기술에 의존할 수 있다. 기뢰 대응만 봐도 그렇다. 기뢰는 싸지만, 이에 대응하려면 무인 수중체계, 정교한 센서, 방대한 데이터 처리, 인공지능 기반 분석이 동원된다. 결국 싸게 막겠다는 목표가 더 비싼 체계로 귀결될 수 있다. 방산, 기술, 조달 시장만 커진다.

결론은 침략전쟁의 포기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행동을 억지, 방어, 항행의 자유로 설명한다. 이란은 주권과 생존을 내세운다. 그러나 누가 전쟁의 문을 열었는가를 보면 핵심은 분명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전에 호르무즈는 평화롭고 통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군사적 압박과 폭격, 봉쇄와 제재, 기지 확대와 해상 통제가 계속되면서 해협은 최고도로 불안정해졌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위기다. 미국의 침략과 봉쇄가 계속되는 한, 해협의 위험은 기술로 관리되지 않으며 충돌로 귀결될 뿐이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하다.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요격 기술이 아니라 전쟁을 멈출 정치적 결단이다.

첫째, 명분도 실익도 없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둘째, 군사 호위로 해협의 안전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해협을 전장으로 고착시키고 충돌과 피해를 상시화한다.
셋째, 해법의 출발점은 ‘값싼 요격’이 아니다. 공격 중단과 봉쇄·제재 완화, 미국과 이란의 직접 협상과 평화 합의가 먼저다.

미군은 요격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의 지리, 그리고 값싼 기뢰와 드론이 만들어내는 비대칭은 그대로 남는다.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전쟁을 장기화하는 길일 뿐이다. 무엇보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그 피해는 중동에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 물류, 안보 불안을 타고 세계 전체로 번진다. 미국 역시 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서면 돌아 나오는 길도 고통스럽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간 길은 결국 같은 상처를 남기며 되돌아 나와야 한다. 트럼프가 새겨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산 없는 전쟁을 ‘덜 비싸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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