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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옹호한 법학자의 감정서로,
평생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 온 학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가?"
도서출판 우리겨레가 펴낸 단행본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와 관련해 저자인 김광수 박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이 책에 대해 이적표현물 감정을 의뢰했고, 감정서는 책의 내용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람일보에 「통일을 말한 책은 왜 범죄가 되었나: 김광수 박사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감정서 반박」이라는 제목의 반박문이 게재됐다. 글은 이 책이 북한의 주장을 선전하기 위한 문건이 아니라,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를 정치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박문은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를 북한식 연방제 추종으로 단정할 수 없고, ‘조선’이라는 명칭 사용 논의나 한미동맹 비판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학문과 공론장의 영역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북한이 기존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상황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저작을 북한 노선 추종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글은 감정인의 중립성과 신뢰성 문제도 제기한다. 법원은 감정서의 결론에 기대지 말고, 실제 위험성과 이적 목적의 존재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법리를 제시해 논란을 빚은 법학자의 감정서로, 평생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 온 학자를 처벌하는 일이 국민주권정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글은 2025년 12월 국회에 발의되어 입법예고 절차에 오른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도 언급한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면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는 범죄의 증거가 아니라 국가폭력의 기록으로 남고, 김광수 박사는 피고인이 아니라 그 피해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때 경찰과 검찰은 무엇으로 기록될 것인지, 법원 역시 이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묻는다.
반박문은 이번 사건이 김광수 박사 개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넘어,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사상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을 통일 논의를 처벌해 온 반민주·반인권적 차별법으로 규정하고, 그 폐지를 요구했다.
아래에 사람일보에 실린 반박문 전문을 소개한다. / 편집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434828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 김광수 - 교보문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 이 책은 한반도에서의 통일이 정말 불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반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통일의 의미를 사회 역사적 모순의 해결이 담겨 있는 속뜻으로 해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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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말한 책은 왜 범죄가 되었나
김광수 박사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감정서 반박
도서출판 우리겨레가 펴낸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와 관련해 저자 김광수 박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이 책에 대해 이적표현물 감정을 의뢰했고, 감정서는 책의 내용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책의 전체 취지와 문맥을 벗어난 판단이다. 이 책은 북한의 주장을 선전하기 위한 문건이 아니다.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를 정치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작이다. 저자는 분단을 그대로 둔 채 한반도 평화가 가능한지, 통일을 말하지 않는 평화 담론이 지속될 수 있는지, 남북관계를 둘러싼 낡은 인식과 제도적 금기가 통일 논의를 어떻게 가로막아 왔는지를 묻고 있다.
학문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학문과 사상의 영역에 속한다. 국가보안법 제7조가 적용되려면 표현 내용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을 가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국가보안법 제7조의 적용은 이 같은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유지해 왔다. 또한 이적행위의 목적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며, 표현물을 제작하거나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김광수 박사의 저작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논쟁의 대상이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박하면 되고, 논리가 부족하다면 토론하면 된다. 국가보안법으로 겁박하고 처벌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안보가 아니라 검열이며, 법치가 아니라 사상의 처벌이다.
6·15 공동선언 지지는 이적행위가 아니다
감정서의 가장 큰 문제는 학문적 주장과 이적행위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저자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통일방안을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그것이 곧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이나 대남통일전략에 대한 동조를 뜻하지 않는다. 6·15 공동선언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식 문서이며,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 사이에 공통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통일을 지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령 6·15식 통일방안과 북의 연방제 사이에 비교 가능한 지점이 있다 해도, 차이와 공통점을 분석한 일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 북이 쓰는 개념과 일부 겹친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북한 연구와 통일 연구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과 비슷하면 답습이고, 답습은 곧 이적이라는 삼단 논법은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성립할 수 없다.
‘조선’ 호칭은 범죄가 아니다
감정서는 저자가 ‘북한’ 대신 ‘조선’이라는 명칭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도 문제 삼는다. 상대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 것인가는 남북관계의 성격, 상호 인정의 방식, 평화공존의 조건을 둘러싼 정치적·학문적 논의다. 연구자가 특정 용어의 역사적·정치적 함의를 분석하는 것은 학문적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 이를 대한민국 헌법 질서의 부정으로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정치학회는 2026년 4월 2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고, 이 행사는 통일부 후원으로 진행됐다. ‘조선’이라는 호칭을 검토했다는 이유로 김 박사가 범죄자가 된다면, 같은 주제를 논의한 학자들과 이를 후원한 통일부도 같은 잣대로 보아야 한다. 이런 결론은 상식과 법리에 맞지 않는다.
동맹 비판을 안보 위해로 몰 수 없다
감정서는 저자가 한미동맹을 비판적으로 서술한 대목도 문제 삼는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평화체제와 통일정책의 관계는 공론장에서 다투어야 할 외교안보 의제다. 주권국가에서 동맹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을 국익 저해로 보는 인식은 성립할 수 없다. 동맹은 맹신이 아니라 점검의 대상이다.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행위에는 침묵하면서,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비판만 안보 위해로 몰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주권국가의 안보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다.
북한 노선과 충돌하는 통일론
북한은 2023년 말 기존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대남사업 기구를 정리하며 통일 담론을 사실상 폐기했다.
그렇다면 통일의 필요성과 민족 담론을 강조한 김광수 박사의 저작은 오늘의 북한 공식 노선과 오히려 충돌한다. 북한이 통일 담론을 폐기한 지금, 통일을 주장한 책이 어떻게 북한 노선 추종의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통일을 말할 자유를 묻는다
북한 연구와 통일 연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분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상대의 체제와 논리, 그들이 쓰는 개념을 검토하는 일은 학문의 기본이다. 이를 ‘동조’와 ‘찬양’으로 몰아간다면 통일학과 북한학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 사건은 결국 통일을 말할 자유의 문제다. 통일을 말하면서 북한 연구를 금지하고, 평화를 말하면서 분단의 원인을 묻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검열이다. 우리는 묻는다. 이 사회는 통일을 바라는가, 아니면 금지하는가.
감정인의 중립성도 따져야 한다
김 박사의 저서를 이적표현물로 감정한 법학자의 행적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2·3 내란 이후 열린 ‘비상계엄선포가 내란인가’ 관련 세미나에 참여해 “대통령의 권한인데 사실 내란이라고 말할 필요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내란죄 관련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는 헌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세미나에 참석해, 탄핵심판 절차가 위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각하 또는 기각을 주장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범죄 혐의를 따져야 할 시기에, 오히려 내란 혐의를 덜어내는 법리를 제공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행적을 보인 인물의 감정서가 한 연구자의 저작을 이적표현물로 낙인찍고 형사처벌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은 감정인의 전문성뿐 아니라 중립성과 공정성도 엄격히 따졌어야 한다. 검찰은 그 감정에 기대어 기소했다. 법원 역시 그 감정이 특정한 정치적·이념적 관점에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감정 과정과 결론이 신뢰할 만한지 엄밀히 따져야 한다.
법원이 보아야 할 것은 위험의 실체다
법원은 감정서의 단정적 결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부 문장을 떼어 북한의 주장과 대조하는 방식으로는 저작의 전체 취지와 학문적 성격을 파악할 수 없다. 핵심은 이 책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일으켰는지, 저자에게 이적 목적이 있었는지다.
이 책 어디에도 헌정질서 전복, 북한 지령 수행, 반국가활동 선동의 내용은 없다. 표현이 날카롭고 일부 문장이 논쟁적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정치적 수사와 학문적 문제 제기의 영역이다. 추상적 불안과 이념적 혐오만으로 저술과 양심을 처벌할 수는 없다. 그 어느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무죄로 귀결되어야 한다.
"통일을 말할 자유는 모두에게 있다
김광수 박사가 금지된다면, 다음은 우리 모두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김광수 박사 개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넘어,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사상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법은 통일 논의를 처벌해 왔고, 국제 인권 기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반민주·반인권적 차별법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도 2025년 12월 국회에 발의되어 입법예고 절차에 오른 바 있다. 이 법이 폐지된다면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는 범죄의 증거가 아니라 국가폭력의 기록으로 남고, 김광수 박사는 피고인이 아니라 그 피해자로 기록될 것이다. 그때 경찰과 검찰은 무엇으로 기록될 것인가. 법원 역시 이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의 12·3 계엄에 맞서 이 땅의 주권자들은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서 내란을 막아냈다. 김광수 박사는 평생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연구하고 실천해 온 학자다. 그런 그를 내란 혐의를 덜어내는 법리를 제공한 법학자의 ‘감정’에 기대어 처벌하려는 일이 국민주권정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국가가 지켜야 할 것은 낡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주권자인 민(民)이다. 처벌해야 할 것은 사상이 아니라 실제의 위해다. 김광수 박사에게 내려져야 할 것은 유죄 판결이 아니라 무죄 판단이다.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국가보안법의 보완이 아니라 철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