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 앞에 나타나 결국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한 주물냄비. 열보존율이 우수하고 약한 불에서도 영양소 손실이 적으며, 무거운 뚜껑은 흡사 압력솥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것만 있으면 프로 주부들과 맞짱 떠도 꿀릴 것이 없겠다 망상하기에 이른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면 얼마나 산단 말인가. 이번 생에서 주물냄비만큼은 써봐야겠다며, 뽐뿌신이 들러 작두 위에서 뛰던 중, 아마존닷컴에서 반짝 세일하는 쿠진아트 제품을 주문하고, 국제 택배편이 도착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불면의 밤들은 보낸 끝에 드디어 그분이 도착. 1) 무겁다. 빈 주물냄비 무게 = 물을 2/3쯤 채운 일반 냄비 무게인 듯. 슈렉 계열의 상남자를 위한 냄비다. 2) 아름답다. 심연의 푸른색은 신비로운 기운마저... 냄비가 아니라 ..
업무차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다녀오면서 들린 정다운버섯샤브입니다. 대표 메뉴인 버섯샤브(17,000원) 2인분을 주문했는데, 서비스로 보쌈이나 피자를 고르라고 합니다. 3인분을 시키면 피자, 쟁반막국수, 고기 한판 중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양이 많으니 인원보다 적게 주문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한마디로 막 퍼주는 집입니다. 상차림은 정갈하고 공간도 널찍합니다. 보리밥과 쌀밥 중 보리밥을 골랐어요. 무려 놋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번들로 나오는 고르곤졸라 피자. 샐러드를 올려 타코처럼 싸먹으라고 권하는데, 맛 궁합이 좋습니다. 노루궁뎅이, 황금팽이, 느타리, 표고, 새송이와 신선한 야채가 가득합니다. 이 집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다른 샤브샤브를 먹고 행복해질 수 없어요. - _- 소고기는 ..
지난 연휴 교통 체증을 피해 월요일 저녁 8시까지 고사포 해변에 눌러 앉아 일몰의 여운을 마저 감상하고, 인근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 저녁을 먹고 서울로 복귀할 요량이었는데, 변산반도는 어지간한 음식점은 9시 전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국도를 헤매이다 결국 입맛을 다시며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했어요. 여행 철칙 중 하나가 '절대로 네버 에버 휴게소 음식을 먹지 않는다'인데, 아이들 성화에 군산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실눈을 뜨고 메뉴판을 스캔하다 짬뽕이 눈에 걸립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인 점이 미덥지 않지만, 그래도 '군산'을 믿고 '군산해물짬뽕'을 주문합니다. 가격은 8천원군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의 8,500원짜리 삼선해물짬뽕은 이렇게 나옵니다. 온갖 해물에 심지어 아구..
변산반도 격포항 어촌계회센터 B동의 B-14호 횟집의 회를 애정한다. 이거 맛보면 서울에서는 억울해서 회 못 먹는다.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자. 멋진 경관, 세련된 인테리어 없다. 이런 것들은 모두 비용에 포함된다. 도미 6만원 등 어종에 따라 정찰제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런 것 묻지 말고 성인 1인당 2만원씩으로, 가령 성인 3명이면 '6만원짜리 주세요' 하면 된다. 성인 2명이 4만원짜리를 주문하면, '만원 보태면 해산물을 더 준다'고 하는데, 딸내미 둘과 함께 갔기 때문에 그 5만원짜리를 주문했다. 옥수수 콘이나 냉동꽁치구이, 메추리알 같은 것 없이, 딱 먹을 것만 나오는데, 신선하고 맛있다. 이 백합탕을 맛보고 나면 다시는 다른 백합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알이 굵어서 전골냄비가 작아 보..
일요일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5분을 달려 군산을 한 바퀴 돌다가 숙소인 고사포 해변에 도착했다. 많은 캠퍼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소나무 숲 끝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사포 해변은 노송이 우거진 넓고 넓은 부지로 땅주인이 각기 달라 어디는 유료 어디는 무료다. 설령 돈을 받더라도 캠핑장보다 좋고 훨씬 저렴하니 놀라지 마시라. 일부러 돈을 내고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나는 전기는 되지 않으며 화장실을 가려면 300미터를 걸어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한적한 편이 훨씬 좋다.새우를 닮았다 하여 하섬이다. 주로 해변을 거니는 보통의 풍경과 달리 해루질 장비를 들고 바다를 향해 곧장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다.울창한 숲속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몰고 ..
금오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비렁길 3코스, 그러나 험난하기로도 1순위로 꼽히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2코스 종점이자 3코스 출발점인 직포에 있는 직포식당이다. 트레킹 코스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듯 아침 일찍 문을 연다.이 집의 인기 메뉴는 단연 전복해물라면. 비록 전복이 들었다지만 서울에서 천리길을 와서 차마 라면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쏨뱅이 매운탕을 주문했다.먹을 것은 적고 가시가 억센 것이 민물매운탕과 비슷하다. 큰 것은 구이로도 먹는다고.방풍나물이 빠지지 않는 금오도 상차림. 총평금오도 비렁길의 핵심인 3코스의 기점이 되는 '절대 목'에 자리한 직포식당은 트레킹에 나서면 반드시 마주치는 음식점이다. 며느리로 추정되는 여성이 음식을 만들고, 시..
금오도와 다리로 이어진 안도의 백금포 해변에서 캠핑하던 중, 별 기대 없이 찾은 백송식당. 회를 시키기에는 배도 부르고 다음 날 귀경길에 군산에 들려 현대횟집에서 아점을 먹을 계획이기 때문에,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고 회덮밥과 전복죽을 주문했다. 가격은 만원씩. 전복죽을 미리 끓여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리 전화로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단다.신선하고 두꺼운 회를 아낌 없이 올리고, 신선한 해초도 곁들여 나온다. 외진 곳에 실력가들이 숨어있었다. 만원이라니 좋구나.회덮밥에는 국물이 달려 나온다.방풍나물 등 야채와 해초류가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이 금오도 상차림의 기본냉면기 크기의 그릇을 가득 채워 전복죽이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한테 '서울의 00죽과는 비교도 못하게 맛있어요' 했..
금오도 비렁길 4코스를 돌고 찾은 곳은 여남식당. 1인분에 10,000원 하는 백반도 있는데, 산을 탄 탓에 피곤하기도 하고 오늘이 금오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날이라는 생각에 아점 치고 살짝 과한 감이 있는 15,000원짜리 백반을 3인분 주문했다.상이 차려지는 사이에 자연산 소라가 나온다. 백반 에피타이저가 소라?끝까지 끊어지지 않고 쏙 빠져나오는 것이 생물 맞고 알도 굵다.이어서 차려지는 14찬. 생선이나 육류가 없는 그야말로 금오도 스타일.이 집도 맛 없는 반찬이 없다. 손맛이 끝내주는 주인 아주머니는 서울에 반찬 아카데미를 차려도 대성할 것 같다.겨우 비웠더니 잘 먹는다며, 갑자기 자객처럼 나타나 리필해주고 가셨다.된장국에는 오징어가 들어있다.많던 소라를 겨우 먹었더니 다시 리필. 소라만 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