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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교통 체증을 피해 월요일 저녁 8시까지 고사포 해변에 눌러 앉아 일몰의 여운을 마저 감상하고, 인근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 저녁을 먹고 서울로 복귀할 요량이었는데, 변산반도는 어지간한 음식점은 9시 전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국도를 헤매이다 결국 입맛을 다시며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했어요. 여행 철칙 중 하나가 '절대로 네버 에버 휴게소 음식을 먹지 않는다'인데, 아이들 성화에 군산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실눈을 뜨고 메뉴판을 스캔하다 짬뽕이 눈에 걸립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인 점이 미덥지 않지만, 그래도 '군산'을 믿고 '군산해물짬뽕'을 주문합니다. 가격은 8천원

군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싱싱해물짬뽕>의 8,500원짜리 삼선해물짬뽕은 이렇게 나옵니다. 온갖 해물에 심지어 아구까지 잔뜩 들어있고 홍합은 그저 거들 뿐, 한참을 먹고 나서야 밑에 깔린 면을 발견할 수 있죠. 양도 일반 중국집 곱배기의 곱배기입니다. 그릇 사이즈 자체가 달라요.

군산휴게소의 자랑, 군산해물짬뽕이 나왔습니다. 라면 한 그릇 분량에 알량한 냉동 홍합이 들어있군요. 어찌나 무성의하게 식재료를 다듬었는지, 제 그릇에서도 딸내미 그릇에서도 깨진 홍합 조각이 계속 나와, 먹을 때마다 혀로 전수 검사를 해야 합니다. 얼린 것을 급하게 해동하면서 이리 치고 저리 치면 이렇게 되죠. 이런 개나리 십장생 말미잘 오징어젓 다리 ㅁ;ㅣㅁ히;ㅗ미;뇜;ㄴ오ㅓ리;ㅁ...

군산 여행길에서 군산휴게소는 오직 화장실만 들리시기 바랍니다. 화장실 품질은 오직 그것만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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