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와 을지로 골목에는 중구청 추산 5,400여 개의 인쇄업체들이 모여있고, 디자인, 원단, 출력, 제본, 재단, 톰슨 프레스, 라미네이팅, 실크 스크린, 접착, 디지털 인쇄, 레터 프레스, 레이저 가공 등 무려 15,000여 개의 관련 업체가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우리나라 인쇄문화산업의 중추를 담당한다. 서울시와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울시 미래유산 보존사업에 충무로 인쇄골목이 선정되면서, 충무로를 상징하는 기획물을 제작할 4인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어쩌다' 참여했다. 이 게시물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인쇄물 가장자리에는 재단선, 도련선, 맞춰찍기, 색상 막대, 페이지 정보 등을 담은 CMYK Printing mark가 인쇄된다. 이를 토대로 컬러를 맞추고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지난 세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찾은 현대미술관 과천점에서 백남준의 을 본 감흥과 영감은 대뇌피질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 회로 어딘가에 각인되고 30년이 흘러 의 기억이 이끄는 데로, 스테인리스 이중 진공 냉면기를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ࡇ¯; 초절임무, 겨자, 수육, 새우젓도 놓아야 하고, 앞접시도 있어야 할 터, 종류별로 4개씩 샀는데 과했다. 남는 것은 화분이나 수저통 받침으로 쓰면 되겠지. ~ __~ 제조 과정에서 묻은 연마제는 식용유로 닦고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어 끓이고 중성세제로 씻어내는데, 닦아도 닦아도 계속 나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명박이나 최순실 등 악질 흉악범은 매일 자기 전에 연마제가 안 묻어날 때까지 10개씩 닦는 형벌을 주도록 하자. 이마트 마감시간 정육코너에서 돼지..
어린 줄로만 여겼던 딸내미가 며칠 전에는 창문을 타고 들어온 큰 바퀴벌레를 잡아 놓더니, 코로나 19 여파로 늦게 등교한 새 학급에서 반장으로 뽑혀 돌아왔다. 해충 방역 성과를 치하하고 학급 대표로 선출된 것을 기념코자 창신동의 옌벤식 샤브샤브집을 방문했으나 하필 쉬는 날이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 했더니 생뚱맞게 동대문 엽기떡볶이란다. 거금 19,000원을 들여 주문한 메뉴는 흔한 매운 떡볶이 양념에 멸치육수를 넣고 치즈와 부속 재료 몇 가지를 띄운 게 전부라 성에 차지 않았다. "이거 내가 만들면 더 맛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먹게 될 것이야." 그리하여 며칠 뒤 아빠표 엽기떡볶이가 나오게 된다. 모짜렐라 치즈와 비엔나소시지, 신선식품 코너에서 반값에 사 온 주꾸미를 올렸고, 납작한 ..
지금은 규칙적인 반주와 습관적인 혼술을 끊고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무시무시한 먹부림과 더불어 연쇄음주마로 이름을 떨친 시절이 있었다. 나에 대한 친구 부인들의 평판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는데 '저 인간이랑 마시기만 하면 남편이 술로 떡이 되어 들어온다'며 싫어하는 그룹과 '저 인간은 유흥업소는 일절 모르고 오직 술만 마시기 때문에 늦게 귀가해도 안심된다'는 그룹이 있다. 여자사람친구의 외국인 남편 Joe는 나를 희대의 party animal이라 불렀고, 아이는 어릴 적에 술을 보면 '아빠물 아빠물'이라 했다.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내가 잔을 높이 들어 '의식이 있는 한~'이라고 외치고 전원이 건배사를 제창하며 절도 있게 원샷-원킬하는 모습은 세기말적 퇴폐와 환희 그리고 의리를 다 합친 그 무엇이었다. 평소..
에어프라이어는 내부의 열풍을 순환시켜 원재료에 포함된 기름을 이용해 조리하는 '에어오븐'이다. 재료 자체 지방을 이용하고, 기름에 담그지 않으며, 망 바스켓 안에서 조리되기 때문에 기름을 털어낼 필요 없이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튀김 요리 시 80%에 달하는 지방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식용유를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은 발라 구워야 맛있다. 밥솥과 커피포트를 콜라보한 디자인 재료통 안에 망 바스켓이 결합된 형태로, 본체 상단에서 아래 방향으로 뜨거운 열풍을 불면, 바닥의 홈을 따라 형성되는 와류를 순환시켜 음식을 익힌다. 비행기 터빈 엔진과 비슷한 작동 소음이 있고 직화 방식에 비해 조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닭날개 30분, 닭봉 40분, 치킨 1시간. 음식물이 조리되는 바스켓 ..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언론의 끈질긴 공격, 정치적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한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다음은 2009년 5월 23일 대한문 앞 상황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는 것을 방해하고, 차벽으로 막아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경찰 버스 안에서 캠코더 녹화가 이뤄지는 것을 발견한 시민들이 신문지로 막고 있고, 경찰이 이를 피해 더 높은 창으로 이동해 촬영 중이다. 빈소를 막은 경찰 버스에 조문객들이 국화를 걸었다. 누군가는 영정을, 누군가는 탁자와 돗자리를, 누군가는 양초와 종이컵, 과일을 들고 왔다. 시민 분향소가 모습을 갖췄다. 호외 신문 사진으로 영정을 세우면 누군가는 국화꽃을 놓았다. 촛불이 바람에 ..
미아사거리역 숭인시장 내 위치한 제일분식은 지구별 떡볶이 교도들의 성지순례지 중 한 곳이다.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조화롭고 어릴 때 먹던 떡볶이보다는 조금 더 매워 성인 입맛에 적합하다. 유명세를 치르는 떡볶이집 중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종종 보는데 어지간한 메뉴는 1인분에 2천 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손님들이 테이블마다 차있어서 몇 컷만 급하게 찍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게 되는데, 왼쪽으로 튀김류와 꼬마김밥, 맛탕 등이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는 오뎅 국물이 담긴 냄비와 순대를 찌는 솥이 있다. 낡은 도심의 매력을 간직한 제법 규모가 있는 시장은 여기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비 오는 날, 좋은 사람과 하루 종일 노니고 싶은 곳. 나는 재래시장이 참 좋다. 오뎅 국물도 맛있다. 김말이도 먹었는데 미..
나는야 도시 어부, 비바람이 모질게 부는 날이면 장바구니를 챙겨 대형 마트에 간다. 신선 식품 판매대는 나의 어장, 할인 태그가 붙기 시작하는 밤 9시가 물때다. 날씨가 궂으면 경쟁자들이 적어 해루질 하기 좋다. 자연산 광어를 반값에 잡아왔다. 죽과 미소국을 준비하고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초대리를 만들어 쌀밥과 조물조물 뭉치고 와사비와 회를 올려 꽉 쥐면 초밥이 된다. 유자청이나 매실청을 추가하면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 남은 회는 사각접시에 담고, 매추리알 대신 닭알, 생선 조림과 생강초절임, 구운김을 함께 올리면 완성. 오마카세 그까이 꺼~ 초밥왕을 향한 도시 어부의 도전은 계속된다. 실패담 링크는 여기 :-) macintoy.tistory.com/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