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와 을지로 골목에 자리 잡은 인쇄마을은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핵심기지이자 출판문화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담보하는 갯벌이다. 웹과 모바일로 미디어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인쇄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된 마당에 대형 업체들이 자본을 앞세워 일감을 독점하면서 소규모 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이들이 사라지면 인쇄물 가격도 뛰고 어떤 품목들은 아예 생산할 수 없게 되는데, 술로 따지면 장수막걸리만 남고 전국 곳곳의 양조장들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인쇄 생태계가 파괴되면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 인쇄인 스스로 재교육, 연구 및 협업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다 '인쇄인스터디포럼'이 ..
지금은 규칙적인 반주와 습관적인 혼술을 끊고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무시무시한 먹부림과 더불어 연쇄음주마로 이름을 떨친 시절이 있었다. 나에 대한 친구 부인들의 평판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는데 '저 인간이랑 마시기만 하면 남편이 술로 떡이 되어 들어온다'며 싫어하는 그룹과 '저 인간은 유흥업소는 일절 모르고 오직 술만 마시기 때문에 늦게 귀가해도 안심된다'는 그룹이 있다. 여자사람친구의 외국인 남편 Joe는 나를 희대의 party animal이라 불렀고, 아이는 어릴 적에 술을 보면 '아빠물 아빠물'이라 했다.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내가 잔을 높이 들어 '의식이 있는 한~'이라고 외치고 전원이 건배사를 제창하며 절도 있게 원샷-원킬하는 모습은 세기말적 퇴폐와 환희 그리고 의리를 다 합친 그 무엇이었다. 평소..
규칙적인 반주와 습관적인 혼술을 끊었더니 차를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지구별 음주계의 큰 손실이겠지만 이제 현역에서 은퇴하겠어. 단골 양조장도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요. 동네 대형마트 주류코너도 안녕~ 매출이 떨어져도 그리워 말아요. 난 은퇴했으니까. 보리차와 홍차를 사러 갔다가 국화차를 집어왔다. 꽃들이 펼쳐진 들판에 텐트를 세우고 집시처럼 살고 싶어라. 한 잔은 옆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는(척하는) 딸내미에게 마시는 일이라면 자신 있음. 알콜 섭취 분야에서처럼 차에서도 업적을 이뤄야지. ∖(- ㅂ-)/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제사의 규모도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온갖 음식들을 무리해서 만들고, 또 먹느라고 고생하니 여러모로 재고의 여지가 있다. 누군가는 노예급 노동을 하고 잉여인간들이 바다사자처럼 배 두들기며 거실에 굴러다니는 명절 풍경이 그 무슨 미덕도 아니고, 유래를 짚어 따져 보면 우리 민족 문화와 풍습에서도 상당히 벗어나 있다. 해마다 조금씩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과한 감이 있고, 다음 시대를 살아갈 딸내미들에게 가이드 라인이 필요할 것 같아, 지난 추석에 차례를 마치고 엄숙히 이야기를 꺼냈다. 나: 성인 남성의 평균수명을 고려했을 때, 아빠는 약 35년 뒤 전후로 죽게 된단다. 제사상에는 아빠가 좋아하던 음식 3가지만 놓으면 좋겠어, 아빠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한 기억들도 회상하면서..
3년 전 오늘, 강릉 당일치기 출장을 다녀왔더니 익일특급으로 등기 우편이 하나 와있었다. 수신인은 내가 맞는데 발신인이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 보안수사5팀이란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나에 대해 온갖 수사를 해왔다고 뒤늦게 통지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에 나는 블랙리스트도 아니고 무려 범죄 용의자였다. 믿기 어렵지만 레알 실제 상황이다. 계정 생성일부터 뒤졌다니 그야말로 비 오는 날 먼지 날 때까지 털었구나. 어림잡아 20년 어치 이메일 내용과 첨부 파일, 메신저 대화 내용, 인터넷에 올린 모든 글을 압수수색 당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내 미성년자 시절까지 검증할 기세다. 이메일 로그기록과 접속지, 유무선 전화 통화 내역은 물론이고 1년 동안 휴대폰 위치 추적까지 ..
미쿡 캘리포니아 네바다 산맥 남부의 세로고도라는 마을이 통째로 10억원이란다. 면적이 자그마치 38만6800평에 건물만 22채, 평 당 2585원으로, 미쿡 땅 6평에 한국 브랜드 치킨 한 마리구나. 1천만원씩 들고 100명이 깔끔하게 이주해서 오손도손 살면 되겠다. 내 집 마련의 꿈 그 까이꺼 ∖(- ㅂ-)/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20180615151609109 마을 전체가 영화 백투더퓨처3 배경 같다. 해가 기울고 어둠이 깔리면 네바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선인장을 껴안고 잎새주를 물고 신비스럽게 앉아 있으면 몸서리치게 좋겠지. 국호는 macintoy world이고, 어느 국제 군사동맹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국이며, 직접민주주의와 주민 자치를 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저희 000 텔레콤에서는..." 설마 이혼이 인생 목표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가정이 해체되고 가정법원에서 서류를 받아 나오고 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와중에 시도 때도 없어 걸려오는 스팸 전화로 고통받던 중, 이를 이용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비법을 공개한다. 1)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울릴 때, 칭찬받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2) '잘생겼다 잘생겼다' 2회 연속으로 칭찬받고 3) '사랑합니다'로 고백을 받는다. 그 직후 전화를 끊는다. (아주 중요. 밑줄 쫙) 4) 자존감이 높아진다. 다시 스팸 전화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통화 종료 버튼을 늦게 눌러, 고객님... 으로 시작하는 멘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