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양구군을 잇는 31번 국도에서 광치령 터널이 나오기 전 언덕에 위치한 황토로 마감한 넓은 실내 한켠에 근사한 화목난로가 자리 잡았고 넓은 창밖으로 정겨운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화초와 소품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나무로 올린 지붕이 정겹다.모든 식재료는 국내산, 장류는 직접 담그며, 야채는 텃밭에서 키운 것을 뽑아다가 조리한다. 심지어 저렴하기까지두부전골 2인분이 나왔다. 평소 별 감흥이 없던 밑반찬(이라 쓰고 일품 요리라 읽는다) 접시들에 계속 손이 간다. 누구든 '이거 조금만 더 주세요'를 외치게 될 것으로...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야 할 문제의 전골. 조미료 대신 마약이 들어있는 게 틀림 없다. (- ㅅ-)손님이 들어오면 텃밭에 나가서 야채를 뽑아 바로 만드니 맛있..
회현역 신세계 본관 길 건너편 골목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면 시간이 멈춰진 듯 1970년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회현동 제2시민아파트가 있다. 10층짜리 1개 동 315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중앙 난방과 개별 수세식 화장실까지 갖춰 건립 당시에는 정부 고위관료와 연예계 인사들의 거주지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지금은 흉물스럽고 안전 문제도 있어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으로 분류되어있고, 서울시가 46년 역사를 지닌 이 건물을 보존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에 대해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지역 주민의 여론을 수렴한 끝에, 철거 대신 리모델링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내년까지 주민들과의 보상 문제를 마치고 아파트를 비우기로 한 상황이다. 타임머신이 필요 없는 시간 여행... 남산 산책로 방문길에 근현대 서울의 모습을..
가면 갈수록 매료되는 마성의 맛집이 있는가 하면, 딱히 이유는 없으면서 지나다 간혹 찾는 음식점이 있는데, 여주 이포대교 남단 천서리에 몰려 있는 막국수집들이 그렇다. 장사는 무지하게 잘된다. 무난한 백김치 흠 잡을 곳도 칭찬할 곳도 없는 무김치 후추와 조미료를 아끼지 않고 맛을 낸 육수 ~ _~ 돼지고기 수육 16조각이 담긴 접시가 16,000원. 1점 당 1,000원 꼴로 맛있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다. ~ _~ '매일 이 막국수를 먹을 수만 있다면 앙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어요'급은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물막국수 8천원 비빔막국수 8천원. 맛있다. 김치나 육수, 사리 같은 것이면 모를까, 아님 주인장을 칭송해야 하는 착한 가격이라면 또 모를까, 물을 셀프로 가져다 먹으라면서 '마음껏 드세요'를 덧붙..
인쇄, 디자인, 영화 산업의 메카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충무로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들이 즐비한데 1968년 문을 연 사랑방칼국수도 전통의 강자 중 하나다. 벽에 걸린 '내용있는 음식, 실속있는 식사' 붓글씨가 맛과 저렴한 가격 외에 철학과 역사를 갖춘 특별한 집임을 말해준다. 낡은 노포의 대표 메뉴는 칼국수와 백숙 백반. 칼국수 6,000원. 곱빼기는 200원을 더 받는다. 하마터면 가격이 같을 뻔 (- ㅅ-)8천 원짜리 백숙 백반을 시키면 큰 닭 반 마리가 나와 '제대로 시킨 것 맞나' 당황스럽다.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제대로 삶아 내오는데 어지간한 미식가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어지간한 대식가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내용과 실속이 있는 식사란 이런 것.가슴살은 ..
월요일까지 끝내야 할 업무가 있어 이번 주말은 아쉽게도 방콕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고 작업이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닌 건 함정. 일상에 지친 뇌도 헹굴 겸, 푸른 하늘이 유혹하는 데로 딸내미들과 함께 남산으로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철새가 지나간다. 앵글 구석 어딘가에 국회의사당 지붕이 들어가게 찍을 수 있다면 딱인데 아쉽다. ~ _~비행기는 땅콩을 먹는 사람과 한 앵글에 담으면 딱인데 아쉽...해가 진다. 모처럼 삼각대를 가지고 왔는데 관광객들이 쿵쿵 걸어 다닐 때마다 나무 소재의 바닥이 흔들려서 야경을 제대로 담기가 어렵구나. 에잇서울타워는 탑신(135.7m)과 철탑(101m), 남산의 해발고도(243m)를 다 합쳐도 479.7m로, 제2롯데월드(555m)에 밀리는 신세다.정상은 바람이 많이 불고 ..
어디일까요?북악산, 북한산, 그 뒤에 도봉산입니다.여긴 어디일까요?관악산이군요.그럼 여긴?안산이겠군요.집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내 집 장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부지런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 배웠는데, 우리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은 가장 근면한 사람들이죠. 부지런한 순서대로 가난한 참 이상한 세계. 새벽에 첫 차를 타보면 알 수 있어요. 젊은이의 꿈은 '공무원', 연애와 결혼의 목표는 '돈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인생의 일대 목표가 '집 장만'이랍니다. 아파트는 황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우상. 그것을 얻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어요. 콘크리트 빌딩 숲에 가려 원래 서울이 산인 것을 잊고 살죠. 자욱한 먼지가 걷히고 나니 산이 보입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5분을 달려 군산 비응항에 도착했다. 환승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선유도행 2층 버스에 오른다. 아침 6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운임은 일반 시내버스 요금과 같다. 잽싸게 계단을 올라 맨 앞자리 명당을 잡았다. 2층 버스는 무조건 즐겁다. ♬ 2층 유리창에는 윈도 브러시가 달려있지 않았고 비가 마이 와서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의문의 몽유병 환자 체험 ~ _~ 빗방울이 점차 가늘어져 다행이야.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거쳐 장자도 종점에 내렸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는 순간부터 섬은 파괴된다. 다리 좀 그만 놓자. 여행의 재미를 위해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떠났다. 장자도 할매바위의 유래가 어쩌고 저쩌고~ 오호~ 산악회 리본이 달려 있다는 건, 여기..
업무차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다녀오면서 들린 정다운버섯샤브입니다. 대표 메뉴인 버섯샤브(17,000원) 2인분을 주문했는데, 서비스로 보쌈이나 피자를 고르라고 합니다. 3인분을 시키면 피자, 쟁반막국수, 고기 한판 중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양이 많으니 인원보다 적게 주문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한마디로 막 퍼주는 집입니다. 상차림은 정갈하고 공간도 널찍합니다. 보리밥과 쌀밥 중 보리밥을 골랐어요. 무려 놋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번들로 나오는 고르곤졸라 피자. 샐러드를 올려 타코처럼 싸먹으라고 권하는데, 맛 궁합이 좋습니다. 노루궁뎅이, 황금팽이, 느타리, 표고, 새송이와 신선한 야채가 가득합니다. 이 집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다른 샤브샤브를 먹고 행복해질 수 없어요. - _- 소고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