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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선 경찰서에 정보과(치안정보 기능)를 다시 두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 치안에 필요한 변화”라고 설명하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은 차갑다. “과거 정보경찰의 민간 사찰과 사회단체・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강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논쟁이 “윤석열이 없앤 정보과를 왜 이재명이 다시 만드나”로 번지면서 사실관계와 쟁점이 엉키는 양상도 나타난다.
윤석열 정권 시기에는 경찰서 단위 정보 기능을 줄이고 시·도경찰청 중심(광역정보팀 등)으로 끌어올려 운영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 기능을 다시 경찰서 단위로 돌려놓는(환원) 방향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글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빛의 혁명’ 시대 주권자가 요구하는 기준, 즉 △업무 범위 △투명성 △감시와 통제 등이 실제로 갖춰졌는지 따져본다.
윤석열이 정보과를 폐지했나?
“윤석열이 정보과를 없앴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윤석열 정권은 경찰서 단위 정보과를 줄이거나 없애고, 그 기능을 시·도경찰청으로 격상해 통합했다. 폐지나 축소가 아니고, 상향통합(광역 중심 운영)한 것이다. 따라서 정보경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경찰서에서 빠져 상급 조직으로 올라갔다”가 맞다.
윤석열 정부의 시·도경찰청 중심(광역정보팀 체계) 재편이 지휘·보고 라인을 집중시켜 비상 국면에 유리한 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시 운영 결과로 △관할이 넓어져 지역 밀착 정보가 약해졌고 △해외·초국가 범죄 대응에서 정보 공백 논란이 불거졌으며 △인력·업무가 위로 쏠리며 일선 부담과 내부 불만이 커졌다. “파렴치한 반국가단체”를 조작·수사하고 계엄 이후의 체제를 기획하기에는 유리했을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정보과, 이재명 정부가 되살리나?
이재명 정부는 이런 평가를 배경으로, 치안 환경 변화와 현장 대응력 강화를 내세우며 정보 기능을 경찰서 단위로 다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2월 16일 법제처에 입법예고된 경찰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경찰서 단위 ‘치안정보과’ 등 신설을 통해 정보 기능을 경찰서로 되돌려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경찰을 새로 만든다기보다 “정보경찰이 다시 동네 경찰서로 돌아온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경찰서 단위로 내려오면 정보 담당자가 지역의 직장, 단체, 집회 현장, 마을 네트워크 같은 생활 공간과 더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접촉면이 늘수록 ‘범죄 징후’를 넘어 ‘사람과 단체의 동향’까지 들여다볼 유혹도 커진다. 주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보과의 ‘환골탈태’ 가능한가?
지금까지 공개된 문서와 보도로 확인되는 변화는 조직 배치 방식이 ‘시·도경찰청 중심’에서 ‘경찰서 단위’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불법 수집을 하라”는 지시나 문제적 지침이 드러난 것은 없다. 오히려 정부가 “사찰 우려 불식”을 언급했다. 정보과가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이 약속은 당연히 검증 대상이다. 경찰서 단위 재배치가 다시 사찰로 번지지 않도록 막을 장치가 있는가. 말이 아니라 문서와 제도로 답해야 한다.
감시・정보수집의 표적부터 바꿔야
정보과의 순기능도 인정될 수 있다. 범죄를 막기 위한 징후 포착과 위험 신호 수집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 칼이 누구를 향해 휘둘러져 왔느냐다. 우리는 정보과가 주권자를 지키기보다 주권자를 겨냥한 감시의 도구로 변질되는 장면을 숱하게 봐왔다.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를 들여다보는 정보경찰은 익숙하지만, 극우・매국, 폭력과 혐오를 키우는 세력, 가령 성조기부대나 일베·펨코, 전광훈을 똑같은 잣대로 집요하게 추적·단속하는 모습은 낯설다. 논쟁의 핵심은 정보과의 임무 방향과 표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있다.
정보과는 개인 또는 단체의 성향이나 동향을 쫓는 조직이 아니라, 구체적 위해(범죄·폭력) 징후를 포착해 피해를 막는 조직이어야 한다. 수집 대상은 “누구 편인가”가 아니라 “무슨 위험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 조짐이 있는가”여야 한다. 정치·정책 정보, 신원조사, 시민사회·노조·집회 참가자에 대한 프로필 수집은 임무 밖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
대구 카페 ‘도청기 발견’…시민사회 사찰은 현재진행형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구촛불행동 회원이 일하던 카페에서 녹음장치(도청 의혹 장치)가 발견됐다. 누가 설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 사건만으로 정부나 특정 기관을 지목해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국정원·기무사·정보경찰을 먼저 떠올리는 건, 과거에 비슷한 일이 반복돼 왔고 정보경찰의 사찰 논란이 사회적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도청·감시 사건이 터질 때 정보경찰은 대개 ‘범인을 잡는 쪽’이었나, 아니면 의심의 대상이 되는 쪽이었나? 정부는 주권자들의 이유 있는 불신과 우려를 종식할 답을 제출해야 한다.
이재명 믿어도 정보과는 글쎄?…사찰의 귀환을 막는 약속
이번 개편은 정보경찰을 새로 만든다기보다, 윤석열 정권 시기 상향 통합됐던 정보 기능을 경찰서 단위로 다시 배치하는 성격이 강하다. 주권자가 요구하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경찰서로 내려오는 정보 기능이 과거처럼 주권자를 겨누지 않도록, 임무를 좁히고 통제를 강제할 수 있느냐다.
정보 기능이 경찰서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최소한 다음 다섯 가지는 “권고”가 아니라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
• 첫째, 정보 수집은 범죄 징후에만 한정해야 한다.
• 둘째, 수집 이유·승인·보관·폐기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 셋째,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감시 장치를 갖춰야 한다.
• 넷째, 권한을 남용하면 처벌하고, 피해자는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다섯째, 과거 정보경찰이 저질렀던 민간인 사찰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와 문서로 약속해야 한다.
이미 경찰 정보수집·처리의 원칙과 금지행위를 정한 대통령령이 존재한다. 그러나 “규정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규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의미가 있다.
인권위가 오래전부터 “정책정보 수집이나 신원조사를 정보경찰이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많은 사례에서 정보과는 선을 넘은 지 오래다. 그 끝은 언제나 주권자를 향한 공격이었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가 해야 할 약속은 분명하다. 다시는 정보경찰의 칼날이 시민사회와 활동가를 향하지 않도록, 임무와 업무 범위를 한정하고 기록·외부감사·처벌·구제를 의무로 묶는 장치를 제도와 문서로 먼저 내놓아야 한다. 이런 안전장치 없이 정보과 조직만 되살린다면, 그것은 결국 민주주의와 함께 갈 수 없는 과거의 망령을 다시 불러오는 선택이 될 것이다.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와 내란을 막아낸 주권자들은 정보과 재설치가 ‘사찰의 귀환’으로 번질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