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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36일 고공농성(2025년 2월~2026년 1월 14일)을 한 뒤 로비 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에게 검찰이 업무방해·퇴거불응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2월 2일 로비 농성 중 연행됐고, 함께 체포된 조합원·연대 시민 다수는 풀려났지만 고 지부장만 구금된 채 2월 4일 오후 3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4년 넘게 복직을 요구해 온 해고노동자에게 회사는 교섭의 문을 닫았고, 국가는 구속수사로 겁박하고 있다. 고 지부장의 요구는 한결같다.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익을 좇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시련을 감내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던져 항거했다. 그 대가로 오늘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구속은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재범 위험이 뚜렷할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1년 가까이 공개된 공간에서 농성을 이어온 사람에게 이제 와서 “도주 우려”를 들이대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사건의 핵심 증거는 이미 현장 기록과 진술로 남아 있다. 함께 연행된 이들은 풀려났는데 고 지부장만 구금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경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장서면 잡힌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김건희, 전광훈, 손현보에게는 그토록 관대한 법 집행이, 생존을 걸고 복직을 요구한 노동자 앞에서 유독 단호한 장면은 만인의 공분을 자아낸다. 이건 공정이 아니다. 법은 약자를 겁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검·경은 “로비 점거”와 “입점업체 피해”를 내세우지만, 로비가 소란스러워진 이유는 따로 있다. 복직 논의가 막혔기 때문이다. 원인을 외면한 채 결과만 처벌하면 해결은 더 멀어진다. 336일 고공에서 몸이 망가지도록 복직을 외친 노동자에게 지금 필요한 말은 “더 빨리 연행하라”가 아니라 “지금 당장 교섭하라”다.
세종호텔과 세종학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영상 필요”가 법원에서 인정됐다는 사실이 복직 논의를 영구히 면제하는 허가증은 아니다. 오래 일한 노동자를 ‘교체 가능한 부품’처럼 취급하고, 문제를 교섭이 아니라 공권력으로 떠넘긴 책임은 사측에 있다. 매출이 늘고 영업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때에도 “복직 불가”만 반복한다면, 회사 역시 사회적 신뢰를 잃게 되고 끝이 좋을 리 없다.
고 지부장은 “일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고공 10미터 위에서 폭염과 한파를 버텼다. 그토록 외친 것은 그저 “복직, 일할 권리”였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 도주도, 증거인멸도, “가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정도 뚜렷하지 않다. 사측과 정부도 답해야 한다. 해고노동자가 4년 넘게 거리에 서게 만든 책임을 직시하고, 고진수를 그가 일하던 자리, 다시 일할 수 있는 자리로 돌려보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