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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노알라’ ‘윤어게인’ ‘드럼통’ 같은 짤·숏폼이 돌아다니고, “우리 반은 우파가 더 많다” “보수 7, 진보 3”이란 말이 학생 입에서 나온다. 〈토끼풀〉과 〈시사IN〉이 수도권 중·고생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도는, 이 흐름이 “정치에 대한 호기심”이나 “철없는 장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조롱 밈을 주고받고,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인 장기 밀매” 같은 공포 괴담을 믿고 생활 속에서 대비한다. 지금 교실의 문제는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극우 성향을 가지게 됐나”가 아니라, 아이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따져볼 자리 없이, 친구가 ‘좋아요’ 누른 영상이 또 다른 영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휩쓸려 가짜뉴스와 왜곡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먹게 되는 구조다.
“마음은 극우인데 합리적으로 보면 혼란스럽다”는 어느 학생의 발언은 ‘확신에 찬 극단주의자’라기보다, 정치 얘기는 어디서도 제대로 못 배웠는데 영상은 끝없이 쏟아지는 시대를 사는 청소년의 고백에 가깝다. 실제로 인터뷰 대상 30명 가운데 교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눠본 학생이 “단 한 명”이었다는 대목은, 학교·가정이 정치 토론을 아예 금기처럼 피하는 동안 알고리즘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는 뜻이다.
1) 웃자고 한 조롱이 진짜 공포로
〈토끼풀〉과 〈시사IN〉 보도에서 학생들은 고인을 조롱하는 합성 “짤”을 “참신한 유머”로 소비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추천 목록을 타고 공포 콘텐츠가 붙는다. 여학생들까지 “밤길이 무서워졌다” “동생도 믿는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인 장기 밀매’ 괴담이 퍼졌고, 어떤 학생들은 “손소독제 스프레이, 커터 칼을 들고 다닌다” 같은 게시물이 학교에 돌았다고 증언한다. 장난(조롱)에서 시작해, 공포(괴담)로 넘어가, 확증 편향과 집단 혐오로 굳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 공포는 곧바로 현실의 정책 사안으로 연결된다. “무비자라서 중국인이 몰려오고 납치가 늘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2025년 9월 말 시행된 무비자 조치는 “사전 지정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한정되며, 온라인에 떠도는 ‘전면 무비자·여권 필요 없음’ 주장과 다르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다. 즉, 이런 공포는 사실과 무관한 과장·왜곡된 게시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런 혐오·조롱 콘텐츠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기성의 온라인 문화에서 만들어져 내려온다. 조롱·비하·매국담론으로 지탄을 받는 윤서인의 만화나 일베·펨코 등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그 대표 사례다. 웃음으로 교묘하게 포장된 왜곡과 조롱은 시간이 지나 숏폼·짤 형태로 재가공돼 청소년의 추천 알고리즘 안으로 흘러들어 간다.
2) 알고리즘이 정치 영상을 물어다 준 시점은 ‘‘계엄’
아이들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메커니즘에 노출되어 있다. ➀자극적인 정치 영상이 뜬다 → ➁친구들이 돌려본다 → ➂교실에서 ‘유행’이 된다 → ➃반박할 어른이 없다 → ➄‘그게 사실이래’로 굳는다. 플랫폼이 조회수 잘 나오는 정치·자극 영상으로 타임라인을 채우고, 교실은 그걸 그대로 받아 적는 구조다. “언제부터 이렇게 정치 짤이 많아졌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공통으로 “계엄 직후”를 꼽았다는 대목은 중요하다. 특정 시점 이후 정치 콘텐츠가 증가했고, 그 결과 “친구가 좋아요 누른 영상 → 내 추천”으로 번지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증언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인지전”이 가동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의도적 유입’이 실제로 벌어진 사례를 살펴보자. 2025년 12월, 이른바 애국대학(또는 로블록스 사이버행진 애국대학)은 아동·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로블록스(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안에 ‘YOON AGAIN(윤 어게인) 행진 맵’을 만들어, 아바타들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가상 집회를 열었다. 참가 경로는 디스코드 서버 등을 통해 공유되고, 계정 인증 뒤 관리자가 참여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아이들은 ‘정치 집회’가 아니라 ‘재밌는 맵’으로 먼저 들어가고, 그 안에서 슬로건과 낙인, 혐오가 ‘놀이의 말투’로 익숙해진다. 이렇게 익숙해진 말투는 교실로 옮겨와 “그게 원래 맞는 말”처럼 굳고, 결국 민주주의·인권 같은 가치를 비웃는 냉소를 키우며 혐오와 친외세·반주권 같은 위험한 담론을 ‘현실론’으로 포장해 준다.
3) 단속이냐, 대화냐
〈토끼풀〉과 〈시사IN〉이 함께한 공동기획의 미덕은 청소년을 “극우 괴물”로 낙인찍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다. 후일담 보도는, 학생 기자들이 “희망이 보이는 기사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생각이 다른 친구를 “결별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가 원고에 담겼다고 전한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보는 입장은 여기서 갈린다.
• 도덕 공황·단속을 중시하는 관점은 “요즘 애들 큰일”이라며 스마트폰 압수·처벌로 간다.
• 대화 부재·사실확인을 중시하는 관점은 “애들이 틀려서가 아니라, 제대로 확인할 곳이 없어서”라고 보고 토론·검증의 자리를 만든다.
취재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해법은 “동등한 대화”였다. 어른들은 극우·매국 담론에 빠진 아이들을 한심하게 볼 것이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4) 혐오는 ‘인터넷’에서 시작해 ‘친구’ 손을 타고 교실로 들어온다
청소년 혐오표현을 다룬 대규모 조사(전국 초·중·고 6,000명 설문 포함)는, 혐오·차별 표현을 가장 많이 겪는 곳이 인터넷·커뮤니티·소셜미디어(SNS)이고, 그 주체로 “친구”가 가장 많다고 정리한다. 즉, 혐오는 친구가 웃으면서 건네는 말로 퍼진다.
또한 청소년의 디지털 환경이 ‘상시 연결’로 바뀐 조건에서, 출처 확인·사실 검증 역량(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핵심 교육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청소년정책 분석기관의 정책리포트도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를 정책 과제로 제시한다. “가짜뉴스가 많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수업 시간에 실제로 ‘이 영상이 왜 그럴듯해 보이는지’ ‘출처가 뭔지’ ‘숫자가 맞는지’를 같이 따져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실 언어’ 자체가 가치를 뒤집어 놓는 장치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일베 문화에서 ‘싫어요’를 ‘민주화됐다’라고 부르는 조롱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말장난”이라며 웃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 표현을 반복해서 쓰다 보면, ‘민주화(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망했다/처벌됐다/나쁜 일’과 붙는다. 그다음부터는 “민주주의·인권·평등 같은 말은 다 가식”이라는 냉소가 들어올 자리가 생기고, 냉소가 자리 잡으면 혐오와 극단의 논리도 훨씬 쉽게 정당화된다. “약자를 배려하자는 말은 위선”으로 밀어내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게 답”이라는 감정만 남기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 습관은, 혐오를 ‘상식’으로, 친외세·반주권 노선을 ‘현실’로 포장하는 통로가 된다.
5) 젊은 남성의 우경화·젠더 분화, 한국만의 ‘특이현상’ 아냐
유럽 27개국·약 2만5000명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젊은 층에서 극우 지지의 성별 격차가 크고(젊은 남성 쏠림),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젊은 유권자에게서 전례 없는 지지를 얻었다고 보고한다. 이를 “Z세대 전체를 뭉뚱그려 우경화로 단정해서는 안된다. 젊은 남성의 불만, 갈라치기 정치, 온라인 동원이 결합하는 지점을 살펴야 한다는 신호다.
<로이터>도 여러 지역에서 Z세대의 젠더 정치 분화가 커지고 있으며, 선거에서 젊은 남성은 우파 쪽으로, 젊은 여성은 좌파 쪽으로 갈리는 장면이 늘었다고 전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요즘 애들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일자리, 주거 압박, 불확실한 미래와 같은 조건에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분노의 출구를 ‘약자 때리기’로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6)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공포의 일상화’와 ‘약자 사냥’
교실에서 돌아다니는 밈이 조롱을 넘어 특정 집단을 범죄자로 찍는 괴담으로 이어질 때, 진실보다 거짓이 힘을 얻고, 피해는 약자와 소수자에게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치’를 혐오와 공포의 동의어로 배운다. 대규모 조사에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혐오가 장차 사회문제가 되고 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정작 경험의 장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또래 관계망이라고 말한다. 문제인 줄 알지만, 친구 관계 때문에 웃어넘기며 같이 소비하게 되는 함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중 공포’ 같은 외부 적대 프레임이 붙으면, 분노는 위로(권력·정책) 향하지 않고 아래(이주민·소수자)로 흐른다. 이때 정치세력이나 극우 커뮤니티가 “네가 힘든 건 저들이 침입해서”라고 말하면,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희생양으로 치환된다. 이 구조가 굳어지면, 아이들의 분노는 삶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누굴 미워할지 고르는 놀이’로 소진된다.
7) “리터러시”만 외치지 말고, 교실·플랫폼·권리를 동시에 고쳐야
첫째, 학교를 ‘정치 얘기하면 문제 생기는 곳’에서 정치 얘기를 안전하게 해볼 수 있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원한 것은 “폰 뺏기”가 아니라 “동등한 대화”였다. 선생님이 정답을 주입하라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놓고 “그 근거가 뭐냐” “출처가 어디냐”를 같이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둘째, 리터러시 교육은 행사처럼 1회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이 영상은 왜 자극적인가” “이 통계는 어디서 왔나” “댓글이 사실을 증명하나” 같은 질문을, 국어·사회·정보 수업 곳곳에서 반복 훈련해야 한다. 정책리포트가 말하듯 디지털 리터러시는 주권자의 민주주의 역량이다. 아이에게 ‘속지 마’라고 말하기 전에, 속지 않는 법을 같이 연습시켜야 한다.
셋째, 플랫폼에게 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청소년이 정치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숏폼 추천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에서, “개인의 비판적 사고”만 강조하면 결국 아이에게만 ‘조심해’라고 떠넘기는 꼴이 된다. 혐오·공포 콘텐츠와 가짜 뉴스가 추천을 타고 연쇄로 이어지는 경로를 줄이기 위해,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외부 검증·청소년 보호 설계를 논의해야 한다.
넷째, 혐오를 “말버릇” 정도로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또래 사이에서 혐오가 ‘유행어’가 되는 순간, 피해자는 학교에 와도 안전하지 않다. 조사·면접 기반 연구가 차별·혐오 대응의 제도적 필요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웃자고 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학교를 그만두게 만드는 칼이 될 수 있고, 매국담론에 노출되어 형성된 어릴 적의 가치관이 평생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다섯째, “젊은 남성의 우경화” 같은 세계적 흐름이 보여주듯, 해법은 도덕 훈계가 아니라 불안의 원인을 해소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집값·일자리·경쟁·군사주의적 동원, 그리고 갈등을 선거 전략으로 쓰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교실의 밈은 계속 ‘약자 때리기’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극우의 탈을 쓴 매국·혐오 담론”이 청소년 밖에서 만들어져 안으로 유입되는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외국인은 위험하다” “약자가 문제다” “종북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라는 논리를 발명하는 게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 깔려 있는 조롱의 문법(예: 윤서인의 만화, 일베·펨코 등 비이성집단의 커뮤니티 문화에서 반복된 비하)이 숏폼으로 잘려 재유통되고, 그걸 아이들이 ‘유행’으로 배운다. 따라서 책임은 “요즘 애들”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돈과 표로 바꾸며 방치·활용해온 기성의 미디어·정치 생태계에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
결론: “10대를 고쳐 쓰자”가 아닌, 10대가 말할 수 있는 민주주의
여러 취재와 연구, 조사 결과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며, 권력과 정책을 두고 말다툼해볼 수 있는 자리를 어른들이 제대로 만들어줬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책임을 10대에게 떠넘길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단속이 아니라 대화이고, 훈계가 아니라 사실 관계와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훈련이며,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대신 플랫폼·교육·권리의 구조를 함께 손보는 일이다. 그렇게 할 때 “혼란스럽다”는 고백은 극우·매국 담론에 잠식됐다는 낙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아이들은 사회의 미래를 살아낼 당사자다. 가짜뉴스와 혐오·극단의 언어가 교실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막고, 사실과 토론의 기본을 되돌려줄 책임은 결국 어른들에게 있다.
참조 링크:
10대들 휴대폰 속 '윤 어게인'‥게임 플랫폼 논란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1200/article/6786506_36769.html?utm_source=chatgpt.com
‘10대 극우화’에 임하는 어른의 자세 [편집국장의 편지]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247
“내 마음은 극우인데, 조금 혼란스러워” 10대 우경화의 진실은?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76
중국인 무비자 입국 괴담 확산... 실제 제도는 제한적 적용
https://factcheckkorea.afp.com/doc.afp.com.77K38T8
[분석] ’윤서인의 뉴데툰’, 프레임 조작과 극우 온라인 심리전의 구조
https://cafe.naver.com/uri1993/1041
조롱·비하 속 퇴색한 표현의 자유...'논란 맛집' 윤서인 과거 발언들 |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210114134911395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 - 기본연구보고서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KISS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4050566
2024년 청소년정책리포트 제3호 청소년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제고 방안 < 청소년정책리포트 < 정책자료실 -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https://www.ypec.re.kr/board/view?linkId=2301&menuId=MENU00312
How a Gen Z gender divide is reshaping democracy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how-gen-z-gender-divide-is-reshaping-democracy-202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