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밥은 당기는데 만들어 먹기는 귀찮아 몸부림치던 중, 창의적인 레시피가 떠올랐다. 방금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초대리를 섞어 도마 위에 대충 깔고 연어 필렛을 철퍼덕 덮은 뒤 ¯ࡇ¯; 아몰랑~ 이대로 썰면 되는 거겠지. 오이피클 국물에 절인 양파, 초절임무, 생강편을 놓고 상어껍질강판에 생와사비도 올리고 종지에 회간장을 채운다. 코다리찜 한 토막으로 구색을 맞추고 재고가 넘치는 파를 과도하게 때려 넣은 미소국을 곁들이면 독창적인 신당동식 게으른 초밥 완성 \(- ㅂ-)/ 밥과 회의 비례가 극단적인데, 창의적이면 원래 좀 이상한 거다. \(- ㅂ-)/

생선초밥 만들어 먹어야지. ♪ 대형마트 신선식품 할인코너에서 반값에 구입한 생연어 필렛이 있고 백미밥은 없지만 까짓 잡곡밥이면 어때? 식자재마트에서 구입한 초대리를 부어주고 뒤적뒤적 손으로 조물조물 모양을 잡아 도마에 올린다. 생와사비가 똑 떨어져서 주문했는데 아직 안왔지만 괜찮다. 우리에겐 겨자가 있으니 회간장에도 와사비 대신 겨자 미소된장 대신 라면 스프를 묽게 풀고 팽이버섯과 파, 통깨, 후추를 뿌려 장국을 만들고 속 보이며 웃는 반숙계란도 준비한다. 생연어 필렛을 곱게 썰어 밥에 올리면 대망의 신당동식 연어잡곡겨자초밥 완성~ 무섭게 비우고 한 판 추가한다. 총 12피스를 맛있게 먹는데 들어간 비용은 생연어 필렛 2,000원 + 기타 부재료 1,000원 + 백화수복 2잔 2,000원 = 총 5,00..

초에 밥을 더하면 초밥, 초밥에 회를 얹으면 생선초밥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초 양념을 초대리(스시즈, 寿司酢)라고 부른다. 일식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초대리는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만든다. 전기압력밥솥 맨 위 고슬고슬한 밥과 초대리를 섞고 조물조물 뭉친다. 귀찮으면 식자재 마트나 인터넷에서 음식점 용량의 초대리를 사도 된다. 1.8리터에 7천원이니까 만수르 아니어도 살 수 있음. 일식집에서는 손으로 회와 함께 꽉 쥐어 내오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 요렇게 도마에 가지런히 배열하고 생와사비를 바르고 회를 올리면 완성 과정은 수상했으나 결과는 찬란한 초밥이어라. 맛도 빠지지 않는다. 어서 와~ 야매 일식은 처음이쥐? (- ㅂ-)/

나는야 도시 어부, 비바람이 모질게 부는 날이면 장바구니를 챙겨 대형 마트에 간다. 신선 식품 판매대는 나의 어장, 할인 태그가 붙기 시작하는 밤 9시가 물때다. 날씨가 궂으면 경쟁자들이 적어 해루질 하기 좋다. 자연산 광어를 반값에 잡아왔다. 죽과 미소국을 준비하고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초대리를 만들어 쌀밥과 조물조물 뭉치고 와사비와 회를 올려 꽉 쥐면 초밥이 된다. 유자청이나 매실청을 추가하면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 남은 회는 사각접시에 담고, 매추리알 대신 닭알, 생선 조림과 생강초절임, 구운김을 함께 올리면 완성. 오마카세 그까이 꺼~ 초밥왕을 향한 도시 어부의 도전은 계속된다. 실패담 링크는 여기 :-) macintoy.tistory.com/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