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삶의 질을 담보하는 행복한 노동이자, 저렴한 식재료를 값진 끼니로 변환하는 낮은 수준의 연금술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고기 뒤집고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으나 세월은 상남자를 주부로 만들었고, 들꽃과 갈대가 피어난 강변에 집을 짓고 큰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약간의 호연지기와 과도한 먹부림을 통해 어느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센 불로 연어를 굽고 미리 만들어 간 초밥 위에 와사비와 연어를 올리고 파슬리와 후추를 뿌리면 연어 타다끼 초밥 완성~ 양파와 버섯을 넣고 볶아 만든 국적 불명의 요리. 양파, 타르타르 소스, 초절임무, 무순을 곁들여 먹는다.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넣어 비옥하게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로 니글거리는 속을 달랜다. 까나리 액젓과 무가 들어가야 맛있다...
이런저런 일로 발목이 잡혀 비밀 아지트에 도착한 시간은 해 질 무렵, 머리에 랜턴을 달고 집을 짓고 나니 깜깜한 밤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한번 거른 끼니는 평생 다시 찾아 먹을 수 없다는데 에잇~ 전날 밤 이마트 할인코너에서 연어+참치를 반값에 털어 왔다. 회는 아침, 초밥은 점심이야. 넌 저녁밥 쫄깃한 빨판만 모아서 잘라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주방장 특선이라며 웃고 손뼉 치고 좋아했으나, 볼수록 이상하고 옳지 않은 느낌 왔구나. 왔어. 환공포증 이번엔 망원렌즈를 챙겨왔다. 안구 정화를 위해 달을 봐야지. 별도 본다. 가운데 동작 그만~ 누구냐. 너 성운이 망극한 밤 --- 절취선 --- 아침 밤사이 서리가 내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텐트 안은 난로로 난방을 하고 천장에 서큘레이..
생활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만수르 아니어도 누구든 실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한다. 캠핑 짐을 트렁크에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리를 살피다 어느 공원 주차장 옆에 자리 잡았다. 주말을 여기서 지내야지. 서울 신당동에서 금요일 17시에 출발해 1시간 걸렸으니 접근성도 용이하고, 덤으로 깨끗한 공중화장실도 있다. 좁은 텐트라 거실 인테리어는 촘촘히 일렬로 두 평만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왼쪽부터 가스레인지 식기보관통 식수대 냉장고 무선 인터넷과 블루투스 스피커, 노트북이 제공되는 침실. 야전 침대 위에 백패킹용 에어 매트리스를 올리고 뽀송뽀송한 이불을 깔고 경량 덕다운 담요를 덮는다. 난방과 함께 서큘레이터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 온도는 25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