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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지속가능한 겨울 캠핑의 추억

macintoy 2019. 12. 31. 09:10

생활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만수르 아니어도 누구든 실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한다. 캠핑 짐을 트렁크에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리를 살피다 어느 공원 주차장 옆에 자리 잡았다. 주말을 여기서 지내야지.

서울 신당동에서 금요일 17시에 출발해 1시간 걸렸으니 접근성도 용이하고, 덤으로 깨끗한 공중화장실도 있다.

좁은 텐트라 거실 인테리어는 촘촘히 일렬로

두 평만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왼쪽부터 가스레인지 식기보관통 식수대 냉장고

무선 인터넷과 블루투스 스피커, 노트북이 제공되는 침실. 야전 침대 위에 백패킹용 에어 매트리스를 올리고 뽀송뽀송한 이불을 깔고 경량 덕다운 담요를 덮는다. 난방과 함께 서큘레이터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 온도는 25도 이상으로 땀 흘리며 잤다. 겨울 캠핑은 추위와 맞서는 지독한 사람들의 극한 취미가 아니라, 춥고 척박한 외부 조건에서 따뜻한 숙소를 구축해 시간을 보내는 놀이다.

등유 난로가 뿜어내는 에너지로 실험적인 무모한 즉석 구운 치킨을 만들어보자.

냄비 뚜껑에 올려 데우다가

난로 상판의 열을 이용해 후끈하게 조리한다. 구운 프라이드 치킨 그까이 꺼

가스 토치로 겉면을 바삭하게 익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마무리했으나 별 감흥 없는 편의점 도시락 튀김 맛 ~ __~ 다음에는 걍 팬에 식용유를 둘러 조리해야겠구나.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쥐. 이번엔 수육이닷. 호주산 소고기 + 소금 + 국간장 약간 + 후추 + 양파 + 대파를 넣고 뚜껑을 닫아 은근하게 익힌다.

나 혼자 이렇게 잘 살아도 삶아도 되는 걸까?

요리는 삶의 지위를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시키는 행복한 노동이다. 사 먹으면 비싸지만 해 먹으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허허 이 집 수육 잘하네.

면과 육수, 깨, 절인 무, 삶은 계란, 겨자를 미리 가져왔는데 냉면 용기까지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의문의 쟁반 냉면 탄생~ 수육 잘하는 집이 냉면도 맛있다.

공원에서 혼자 노숙하면 무섭지 않냐고 하는데 깊은 산중이 아니라면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을 일이 없으니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아무도 없으면 실은 아주 안전하다.

공원에서 모닥불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불멍 대신 난로멍도 좋아라.

조명만 봐도 즐겁고 흔들리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하다. 전생에 나방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북-미평화협정 체결되고 국가보안법 없어져라.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 열리고, 황교안은 치질이나 걸려라~ 뿌잉뿌잉

LG가 WebOS를 인수해 자사 TV와 프로젝터에 적용하면서 스마트 기능이 꽤 쓸 만해졌다. Nature 앱을 다운받아 어느 멋진 바닷가도 가보고

기가 막힌 폭포도 소환했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된다. 계속 보고 싶으면 일 년에 7딸라 (- ㅅ-) 슈무룩

급 소심해져서 입맛만 다시며 마무으리. 다가오는 2020년에는 7딸라 더 벌어서 유료 결제하겠어.

파우치에 담긴 소머리국밥을 등유 난로 연소열로 데우고

파와 양파를 총총 뿌려 김치와 함께 차려 먹고 철수 준비~ 어느덧 2박 3일이 훌쩍 지나간다.

일인칭 휴가가 시점

여기서 계속 살 수는 없어.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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