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사는 사람'으로 보일까 홀로 장 보는 것조차 신경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경기 중에 물컵을 낚아채는 마라톤 선수의 스피드와, 살 건지 안 살 건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로 마트 시식 코너를 뛰어다니며 한 끼를 때울 정도로 뻔뻔해졌고, 두부 코너 아줌마와 눈 인사를 나누며, 밤 9시를 넘기면 하이에나 눈을 하고 신선 제품에 반값 할인 택이 붙기를 기다릴 줄도 안다. 신당동 중앙시장을 돌면서 반찬가게 주인장이랑 두어 번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언제나처럼 살 건지 안 살 건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안전거리를 두며 실눈을 뜨고 진열대를 염탐하던 중이었다. 마늘장아찌, 무말랭이, 우엉, 깻잎, 메추리알 장조림을 슥슥 골라, "요거 포장해 주세요" 했더니 "만사천원" 하신다. 지..
요리
2018. 6. 24.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