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5월 어느 날 서대문 친척집에 가다가 엄청난 시위 인파와 전경에 막혀 서울역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 걸어서 집까지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국민학생이었는데 하늘은 매캐한 최루탄 연기로 바닥은 깨진 돌멩이들로 가득 찬 종로를 지나 동대문을 거쳐 안암동까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어머니 손만 붙잡고 질질 끌려가다시피 걸어 간신히 도착했다. 흑백 TV에서는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고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었다. 왜곡된 보도였다. 지금은 광주로 편입된 송정리가 외가여서 어머니가 발을 구르며 걱정했던 장면도 떠오른다. 방학이 되어 외가에 가면 불 끄고 잠이 들 때쯤 '옆집 김씨 아들이 어떻게 죽었다' '군인들이 신문지를 말아 휘두르는데 맞으면 픽픽 쓰러져서 알고 보니 쇠파이프를 감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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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8.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