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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신비로운 해변을 찾아

macintoy 2020. 10. 2. 15:13

서울에서 쉬지 않고 4시간 반을 달려 신안군 자은도에 도착했다. 천사대교가 작년에 개통되어 배 없이도 갈 수 있다. 이제 현지 정보를 수집할 차례, 주유소에서 등유를 채우며 멋진 해변이 어디 있냐고 주인장에게 물었다.

'여기 다 좋지.'

슈퍼에서 돼지고기와 잎새주를 사면서 신비로운 해변을 아시냐 물었는데, 계산원이 관광지도를 건네주며 말한다.

'둔장해변으로 가세요.'

쏜살같이 달려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 믿었던 카카오 네비는 엉뚱한 장소를 안내하고 3G 신호 감도마저 약해 스마트폰 검색도 어려웠다. 차에 달린 네비게이터 켤 생각을 못함. 헤맴을 거듭한 끝에 포기하고 관광지도에 큼직하게 인쇄된 백길해변으로 향했으나, 유원지에서 흔히 보는 평상이 점령한 그저그런 해수욕장이다. 해는 저물어가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분계해변에 도달했다. 오옷. 난민촌 백길해변과 완전 딴판으로 조경도 잘 되어있고 호젓한 것이 흡족하다.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장, 식기세척대도 있고 1박에 5천원이란다. 어둠이 깔린 해변에서 텐트를 설치하는데, 매점 겸 관리실 언니가 혼자 오셨냐 묻더니 전과 미역국을 주고 가신다. 일 마치고 오느라 점심을 굶었는데 구원해주신 덕분에 허기를 지우고 숙소를 완성했다. 관리인 신분은 위장이고 진짜 정체는 천사로 추정된다.

한번 거른 끼니는 평생 다시는 못 먹는다던데, 밀린 점심을 해결했으니 이제 저녁을 먹어야지. 이마트 신선식품을 급습해 반값에 털어온 모듬회를 밀폐용기에 엎으면 야매 지라시회 완성이다. 초밥도 미리 만들고, 타르타르 소스와 회간장, 초장, 생와사비도 챙겨왔다.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도 나고 웃음소리도 들리는데 보이진 않는다. 꿈에 그리던 전용 해변에서 다섯 밤을 보내겠어.


--- 절취선 ---

지금부터는 온라인 집들이 :-)

마당에 넓은 해변이 있다. 먹을 것 떨어지면 삽 들고 여기저기 파면 되겠어.

하늘에는 키스를 보내주는 구름이 산다.

전지적 텐트 시점

무지적 도촬자 시점 - __-

1인칭 휴가가 시점

침실 뷰

로씨야 술이 넘치는 바

스타벅스 따위는 가지 않을 거야.

머리 위에서는 실링 팬이 돈다. 숯불 피울 때는 의문의 풀무로 변신

냅킨과 휴지 걸이. 큰맘 묵고 휴대용 변기를 샀는데 호화 리조트에서 묵게 되면서 필요 없게 되었다.

아이돌이 살 것 같은 샤방한 텐트에서 술에 쩐 중년 아저씨가 나오는 게 반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라가 어려운데 나 혼자 이렇게 잘 살아도 되는지 몰라.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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