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 분야는 과거처럼 남는 시장이 아니다. 심지어 오픈마켓에 2만원대 컬러 잉크젯 프린터까지 등장했다. 180dpi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가 백만원이 넘던 시절을 생각하면 최근 발매되는 프린터들의 가격은 거의 횡재다. 요즘 기준으로는 비싸고 과거 기준으로는 횡재인 HP의 Photosmart Pro B8850을 살펴본다.
‘HP Photosmart Pro B8850(이하, B8850)’은 내구성과 컬러 품질을 중시하는 디지털 사진가를 위한 전문가용 잉크젯 포토 프린터다. 첫인상은 육중하고 단단한 것이 몇 해 전만 해도 백만원 이하로는 판매될 것 같지 않은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전문가급 제품답게 무려 8개의 잉크 카트리지가 장착돼 있다. 포토 블랙(유광택) 카트리지는 ‘어드밴스 광택 포토용지(Q5461A)’, ‘아트지(Q8730A)’ 등 광택지에 대응하고, 매트 블랙(무광택) 카트리지는 ‘어드밴스 새틴 무광택 포토용지(Q5462A)’ 등 무광택지에 대응한다. 농도가 옅은 색상을 인쇄할 때 도트 밀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을 막고자 라이트 그레이와 라이트 사이언, 라이트 마젠타 카트리지를 추가했고, 용지 종류에 따라 카트리지를 바꾸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HP가 자랑하는 Vivera 안료 잉크는 광선과 공기, 습기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 물이 묻어도 번지지 않고, 2백년 이상 변색되지 않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기본 용지함은 A3+와 최대 33×48cm 크기의 용지를 여백 없이 출력한다. 33×48cm는 아트 포스터나 작품 사진 규격으로 널리 사용되는 크기다. 일부 포토 프린터들은 여백 없이 출력할 경우 가장자리 화질이 떨어지는데, B8850은 균일하게 소화해낸다.
HP의 최신작답게 디자인이 우수하고 마무리도 좋다. 표시 패널과 전원 조작부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가 편리하다. 요즘은 일반 사양이 돼버린 다중 메모리 리더기도 빼버렸는데, 작은 판형의 스냅 사진보다는 대형 포맷의 본격적인 사진 작업용 프린터로 쓰기를 바라는 것 같다. 스냅 사진을 커다란 용지에 쉽게 배치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도 Adobe Photoshop용 플러그인(단 CS2까지만 지원)을 제공한다. 컴퓨터 없이 메모리 카드를 프린터에 직접 연결해 출력하는 것은 편하기는 해도, 대형 포맷 프린터에서 고해상도로 출력하려면 강력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소프트웨어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 이는 가격 인상요인이 되기 때문에 필자는 HP의 판단을 지지한다. 게다가 이 제품에는 LCD 패널이 없지 않은가.
니콘 D700으로 촬영한 RAW 사진을 간단히 보정한 후 A3+ 용지에 출력해 보았다. 출력에 걸리는 시간은 최고 해상도에서 장당 5~6분 정도로 이만하면 시원스럽다. 반면, 스냅 사진은 작은 판형임에도 다소 굼뜬 느낌이다. 엡손 프린터들이 화사하고 경쾌하다면 이 프린터는 상대적으로 진득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다. 라이트 계열 잉크 덕분에 전 영역에 걸쳐 육안으로는 거의 도트를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계조 표현도 우수하고 건조 시간도 빠르다. 물을 묻혀 문질러도 번지지 않았다. 이 사진은 필자보다 더 오래 지구에 남아있을 수 있다.
피자 한판 값에 살 수 있는 잉크젯 프린터와 견주어보면, B8850은 확실히 비싸다. 그러나 예전 같으면 업무용 장비로 분류되었을 장비들이 만만한 가격에 나오는 것은 취미든 직업이든 디지털 사진가에게는 축복이다. 웨딩이나 프로필 사진을 출력하는 전문 분야 종사자에게 B8850은 아주 저렴하면서도 당장 실무에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다. DSLR 카메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2백년 동안 변치 않으며 8색 잉크를 채용한 A3+ 포토 프린터가 렌즈 한두 개보다 더 쓸모가 있을 수 있다. 단점이라면 덩치가 커서 책상 위에 올려놓기에 부담스럽고, 발군의 전용지 품질과 달리 일반 용지 품질은 요샛말로 안습이다. 갤러리 품질의 사진을 뽑는 포만감이 채워지기도 전에 8개나 되는 카트리지는 수시로 끼니를 달라고 보챌 것이다. 이건 고급 잉크와 용지로 고급 사진만 뽑으라는 HP의 계시다. 스포츠카가 비포장길 주행에 취약하다고 불평하지 말지어다.
전면부 알루미늄 덮개를 내리면 특수 용지를 급지할 수 있다. 최대 0.7mm 두께의 용지를 한 장씩 급지해 최대 33×111.8cm 크기의 대형 배너를 인쇄할 수 있다. 특수 용지함을 사용할 경우는 용지 길이만큼 뒷공간이 필요하다.
LCD 패널을 없앤 대신 프린터 유지보수와 세부설정은 도구상자 표시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HP 프린터 유틸리티’에서 조작하도록 했다.
개발 HP 공급 한국HP 문의 http://www.hp.com/kr/ 가격 590,000원(오픈마켓 최저가) 지원기종 PowerPC G4 이상, 또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Mac 지원OS Mac OS X v10.3.9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