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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펠은 야외에서 밥을 지어 먹을 때 사용하는 조립식 취사도구로, 독일말 코허(Kocher, 조리도구 또는 요리)에서 비롯되었다. 영미권의 Cooker와 같은 말로 일본에서는 곳헤루(コッヘル)로 불리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코펠로 굳어진 것으로 본다. 가정용 취사도구와 달리 가볍고 차곡차곡 포개 수납되어 부피를 조금 차지하는 것이 코펠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콜맨 스노우피크 스탠리 MSR 등 쟁쟁한 실력가들이 즐비한 아웃도어 용품 시장에서, 국산 '백마'가 경량 코펠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품목과 구성이 4차원 수준으로 복잡해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왕초 언니 밥통
왕초 밥통
JGR 언니 밥통
왕초 언니 밸브 밥통
JGR 삼겹살 불판
왕초 밸브 엄마 밥통
왕초 각설이 불판
...

어떤 규칙성이 있는지 규명해보자.

1) 우선 손잡이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왼쪽부터 왕초(접이식 금속 손잡이), JGR(탈부착 손잡이), 각설이(양쪽 손잡이)


2) 그릇이 깊으면 오빠, 넓고 낮으면 언니로 호칭한다. 따라서 왼쪽은 왕초오빠밥통, 오른쪽은 왕초언니밥통이 된다. 왜 그렇게 나누는지 내게 묻지 마시라. ~ __~


3) 팬의 바닥이 볼록해 기름이 가장자리로 모이게 한 삼겹살불판과 편평한 각설이불판으로 나뉜다.


4) 이것으로 끝나느냐. 그럴리가! 밸브의 유무가 있다. 왼쪽의 풀 네임은 JGR언니밥통, 오른쪽은 JGR언니밸브밥통이다. 밸브가 있으면 삼겹살을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쉽게 뺄 수 있는데 한국인의 식생활 습관에 맞게 개발한 제품군 되겠다. 왜 JGR인지도 모른다. '제기랄'이라는 해석도 있다.


5) 가지치기 모델들이 있다. 왼쪽부터 라면냄비, 캠핑팬, 밥그릇이다. 뚜껑 유무에 따라서도 모델명이 달라지는데 뚜껑이 있으면 왕초캠핑뚜껑팬, 없으면 왕초캠핑팬과 같은 식이다. 사진을 생략했지만 네모난 사각팬도 있다.


6) 구성 별로 다양한 세트 상품이 있는데 이런 식이다.

왕초 밸브 형아 밥통 3인용
왕초 첫사랑 밥통 2인용
왕초 엄마 밥통 4인용
왕초 애기 밥통 2인용
왕초 밸브 새엄마 밥통 6인용
...

구성품의 규모에 따라 애기부터 아빠, 심지어 새엄마 등의 호칭이 붙는데 일정한 패턴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까지 알아낸 바로는 밥그릇의 숫자, 번식, 가족 관계와 관련이 있다. 첫사랑밥통 시리즈는 밥그릇이 없고 애기밥통은 2개 형아밥통은 3개 엄마밥통은 4개 아빠밥통은 5개다. 


새엄마밥통은 밥그릇이 6개구나. 으응? 새엄마가 들어와 같이 사는 건가? 세컨드밥통 시리즈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밥그릇이 없다. 도대체 이게 다 뭐란 말인가? (-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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