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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

macintoy 2020. 5. 1. 10:55

우리나라의 노동과 근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노동(動動, 일해서 세상을 움직인다)은 근로(勤勞,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말로 왜곡 대치되었다. 노예처럼 부려야 하니 '근로봉사대'라 불렀고 '근로정신대' 이름을 붙여 '천황 폐하를 위해 열심히 일하라'며 강제 노역에 동원시켰다. 일제가 패망하고 미국은 우리나라를 전리품으로 획득한다. 해방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장기가 내려간 자리에 성조기가 올라가고, 일제시대 완장을 찼던 이가 미제시대에서도 완장을 찬다. <여명의 눈동자>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미 군정은 '정치색을 띤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승만과 어용 대한노총을 앞세워 전국노동조합평의회를 억압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조합원이 해고되고 검거된다. 어용 대한노총은 미 군정의 비호를 받아 성장하면서 1948년부터 노동절 행사를 주관하는데, 1957년 이승만은 '메이데이가 공산 괴뢰도당의 선전 도구이니, 반공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경축할 수 있는 참된 명절이 제정되도록 하라'고 명령하면서, 노동절을 어용 대한노총의 결성일인 3월 10일로 옮긴다. '정치색을 띠면 안 된다'의 뿌리는 일제시대에서 비롯된 것이고, 자유와 평화를 앞세워 기본권과 양심을 탄압한 것은 미 군정과 이승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노동절에서 근로자의 날로
4.19의 함성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지만 5.16군사 쿠데타로 박정희가 집권하며 독재정권이 이어진다. 일제시대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일본군 장교 박정희는 '세상의 주인임을 각성한 노동자' 대신 여왕벌을 먹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꿀만 나르는 꿀벌처럼 오로지 일 잘하는 '근로자'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껍데기만 남아있던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개명한다. 

 

어렵게 찾아온 5월 1일 메이데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지역 업종을 넘어 전국에 민주노조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그 결실로 '노동법 개정 및 임금인상 투쟁본부(이하 투본)가 결성된다. 투본은 제100회 메이데이를 앞두고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의 날로 규정하고 굴욕에 찬 지난 날의 근로자 인생을 청산하고 한국 전쟁이후 단절되었던 5.1절 노동절의 전통을 회복하겠다'라고 선언하며, 4월 30일 연세대학교에 모인 5천여 노동자, 청년학생들과 함께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를 개최 성사시킨다. 이후 전국의 노동자들은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투쟁해왔고,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근로자의 날은 3월 10일에서 5월 1일로 원상 복귀되었으나, 노동절이라는 이름은 되찾지 못한 상태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빼앗긴 이름을 되찾자
세상은 노동에 의해 굴러간다. 벽돌공이 없다면 벽이 없는 집에서 살아야 하고, 타이어를 만드는 노동자가 없다면 바퀴가 없는 차를 타야 할 것이다. 소방수가 없다면 스스로 불을 꺼야 하고, 청소 노동자가 없다면 스스로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가사 노동을 하는 주부도 노동자요, 의사도 선생님도 대통령도 노동자다. 세상 어느 곳 하나 노동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노동만이 세상을 움직이니 노동자가 진정한 세상의 주인이다.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 선 노동자들의 깃발이 휘날리는 노동절을 맞이하는 가슴이 뜨겁다. 빼앗긴 노동절 이름을 되찾고 노동의 신성한 의미와 노동자의 존엄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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