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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길들였기 때문에 어린 왕자의 금빛 머리카락을 닮은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 생텍쥐페리



솔캠 중 인기척이 느껴져 나가 보니 사막여우는 아닌 것 같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았는데 측은하게도 자정이 넘도록 거리를 두고 계속 맴돌고 있었다. 밖은 아직 추운데 환기창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온기와 음악 소리, 음식 냄새를 맡으며 긴 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허둥지둥 누룽지를 끓여 얼음물로 닝닝하게 온도를 맞춰 식기에 담아 줬으나 아침이 되도록 안 먹고 그대로 ~ _~



이 아이는 왜 저러고 있는 걸까? 하는 짓이 딱 '생각하는 사람'이라 '로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밥을 주고 서로를 길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1년에 고작 몇 번 찾는 나를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계속 보니까 로댕이 어쩌면 진짜 사막여우 같기도 하고



때마침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분이 계셔서 사정을 설명하고 간식을 구걸해 밥과 섞어주니 잘 먹는다. 스팸 통조림은 있었는데 삶아서 염분을 빼고 줄 걸 그랬다. 흰둥이는 간식을 빼앗길 줄 몰랐고, 나도 노지에서 개밥을 구걸할 줄 생각도 못 했으니, 개든 사람이든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밥 먹고도 계속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요 녀석 보고 싶네. 로댕이 나를 길들였구나. ~ _~ 달빛을 받으며 신비스럽게 잘 지내고 있지? 조만간 다시 보자. 나도 잘 지내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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