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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비를 트렁크에 싣고 무작정 금오도로 떠났습니다. 숙박 예약은커녕 흔한 관광지도도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날것의 금오도를 마주할 생각이니까요.  

385.5km를 달려 여수를 지나 신기항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운임은 성인 5,000원, 중고생 4,500원, 초등학생 2,500원, 승용차 13,000원으로 편도 요금입니다. 표를 끊을 때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미성년자는 등본이나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의료보험증 사본이나 사진으로 신분을 증명해야 합니다. 터미널에 무인민원서류발급기가 있고, 스마트폰에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 둔 서류도 인정해 줍니다.

25분을 항해하면 금오도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 천 리나 떨어진 섬

상록수식당에서 거나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해안도로와 산길을 달리면서 야영지 후보를 찾다가, 안도대교를 건너 안도해변에 도달했습니다. 하얗고 맑은 모래로 백금포라고도 불립니다.

마침 학교장 재량으로 징검다리 휴일을 쉬면서 긴 휴가를 맞이한 딸내미들, 셀카 찍고 서로 찍어주고 난리입니다.

화장실, 식수대, 캠핑 구역을 백금포식당이 모두 관리하고 있고, 아이스크림도 팝니다. 텐트 1동을 치는데 큰 것은 2만 원, 작은 것은 1만 원을 받습니다. 이렇게 해서 3박 4일 숙박료로 단돈 3만 원을 지불했어요. 올레~

샤워장까지 있으니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하나로마트가 있는 면 소재지까지 8km 거리로 장기 야영의 조건을 갖췄으니, 여기서 지내기로 합니다.

일몰 후 숙소로만 사용할 예정이라 타프 없이, 텐트와 테이블, 의자만 설치합니다. 미니멀 캠핑 + 감성 캠핑을 지향해요. 밀려온 쓰레기들로 해변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전망이 훌륭합니다.

이 날 텐트 수는 총 4동, 이용객은 십여 명으로 무섭지도 붐비지도 않은 이상적인 수준입니다. '층간 소음'도 없어요.

1인칭 휴가 시점으로 보면 요렇습니다. 라디오 애호가로서 이번 여행에는 TECSUN PL-660을 가지고 왔습니다. FM AM 수신은 물론 포터블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항공 통신과 아마추어 무선 통신(HAM)도 들을 수 있어요. (- ㅅ-) 아이 좋아.

1871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 <거울나라의 앨리스>

1955년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해변에 왔으니 텐트에 등대를 달아 줍니다.

그러자 배가 나타났...

남해의 섬들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안도 해변은 동쪽을 향하고 있어 '일출 목'이죠. 일몰 풍경도 봐줄 만합니다.

고운 모래가 단단하게 다져진 해변, 먼 바다에서 굽이치는 파도, 둥글게 안쪽으로 파인 지형의 상승 작용인지, 고즈넉한 풍경과 달리 파도 소리가 크다 못해 소란스러운 수준입니다. 아이들은 괜찮았다 하는데, 저는 밤새 파도 '소음'에 시달렸어요. 

안도해변 진입 전, 왼쪽 비포장 도로를 따라 1.1km를 들어가면, 예쁜 시골 마을이 나옵니다. 나만의 비밀장소를 찾은 것 같아 흥분했는데, 여기가 MBC <아빠 어디가>, SBS <불타는 청춘> 촬영지로 알려진 동고지마을이더군요. 두 프로그램 다 보지 않아서 몰랐죠. ~ _~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요. 에잇

국적 불명의 건축 양식을 지닌 펜션보다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런 민박집들이 훨씬 사랑스럽습니다. 싱싱한 해산물과 텃밭에서 자란 채소로 꾸민 '진짜 안도 정식'도 내어주실 것 같습니다. 

오른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때 아무도 오지 않는 '전용' 해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낚시에 취미가 있는 남편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엄마,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공존할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쓰레기 봉지를 나눠주고 양심껏 채워오면 보상해주는 '에코 마일리지' 제도 같은 것을 관광객 대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요?

숙소로 돌아와 모닥불을 피워 모기를 쫓습니다. 장마 전이라 벌레들이 많지 않아 다행입니다.

파도를 타고 떠밀려온 무료 땔감이 해안가에 널려 있습니다. 나무 쓰레기 소각도 되는 셈이니 일석이조.

새벽에 일어나 비렁길 트레킹을 돌고 나면 대개 점심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섬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다가 숙소에 들어와 일몰을 감상합니다. 3박 4일이 이렇게 갑니다.

폴딩 우드 스토브로 미니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안도의 흔한 일출 풍경. 안도해변에 내 마음을 두고 왔지요.

풍경만 낭만적이지, 철수하는 날 아침은 전쟁입니다. 모래와 물기를 털어내고, 빠뜨린 것은 없는지 짐을 챙깁니다. 대충 쓸어 담으면 부피도 늘어나고 결국 돌아와서 다시 끄집어내어 새로 정리해야 하죠. 배 시간에 맞춰 여객선터미널로 출발합니다.

항구에서는 파도처럼 늘 만남과 이별이 교차합니다. 새로운 여행객들이 들어오고 있네요. 작은 배는 후진해서 들어가 전진해서 나오는데, 규모가 큰 여객선은 배 내부에서 유턴할 수 있어서 전진해 선적합니다.

떠남과 동시에 금오도 앓이가 시작됩니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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