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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원순을 위한 변론

macintoy 2020. 7. 11. 09:32

박원순 시장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상실감에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 악의적인 흑색 선전과 언플만 무성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실체는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갑자기 떠난 노회찬도 정의연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도 악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진짜 악당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집중포화를 맞거나 스스로 책임을 지고 죽어나간다. 양심의 짱돌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악당 대가리에 정조준해서 가장 나쁜 놈 순서대로 던질 일이다. 

 

설령 박원순에게 무언가 잘못이 있다면 죽음으로 지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치열하게 달려 온 천리길이 신기루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잘한 일도 못한 일도 그대로 역사 속에 새겨진다.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자살해 무책임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가 살아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론과 검찰은 신이 나서 윤석열의 반란과 가족 비리를 덮으려고 그를 무차별 난도질했을 것이다. 노무현과 조국에게 그랬던 것처럼 박원순을 파멸시키고 나면 민주 진영을 정조준해 망나니 칼을 휘둘렀을 것이다.

스스로 법률가이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울 시장인 그가 자신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면서 죽은 박원순에게 아무렇게나 돌을 던지면서, 돼지발정제를 여성에게 먹였다며 활자로 찍어 떠벌리는 홍준표를 살려놓는 것은 우리 사회의 광기다. CCTV에 잡힌 고인의 어깨가 무겁고 쓸쓸해 보여 가슴을 친다.

 

고인은 늘 스스로를 낮춰 원순씨로 불리기를 원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 가치 있는 삶이었다. 촛불 항쟁으로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도 광화문 광장에 운집한 인민들을 지켜준 그가 있어 가능했다. 원순씨 부디 안녕히 잘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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