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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간극에 서 있는 이단아 같은 존재이다. 개구리처럼 어중간한 특징이 있는 이 기계 장치는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은 아날로그지만, 악보를 비트로 쪼개 미리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해두었다가 연주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적인 요소를 가진다. 오르골과 미디(MIDI)는 기계 장치냐 복잡한 전자 회로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 원리가 거의 같다.

Wintergatan, '은하수'라는 이름의 스웨덴 밴드는 이에 착안하여 흥미로운 악기를 개발했다. 오르골이 아주 간단한 프린터라면 온갖 기능이 더해진 복합기쯤에 해당하는데, 레고 블럭으로 악보를 입력하고 회전 손잡이를 돌리면 무려 2천 개의 구슬이 떨어지면서 베이스 기타, 비브라폰, 드럼, 심벌즈를 작동시킨다. 구동축에 악기축을 걸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재래시장의 떡 방앗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서 연주하는 wintergatan의 음악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름다운 선율과 눈부신 영감, 몽환적이고 때로 전위적이기까지 한 그들의 음악을 감상해보자.


댓글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8.07.01 21:26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cintoy.tistory.com macintoy 제가 작성한 글인데 또 어디서 보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초대장은 발송해드립니다. 2018.07.01 21:41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8.07.01 23:22
  • 프로필사진 lagom cindy 어제 이거 보고, 엄청 충격 받았습니다.
    이러한 창발성은 개인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스웨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능하게 한 것인가? ....
    (채소(최소아님)) 천재. 연주 끝나고, 퇴장 하는데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햄버거 먹고, 쟁반 반납하고 나서는 듯 퇴장하는 모습 보고, 두번 놀랬답니다.

    스웨덴 다시 가고 싶네요.
    2019.02.22 10:53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cintoy.tistory.com macintoy 스웨덴도 다녀오셨나요? 입시제도의 차이(실은 계급제도)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동영상의 주인공은 천재성은 유지, 외모는 역변이더랍니다. 뭐 그런 거죠. :-p 2019.02.22 22: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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