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 음악 작곡자로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엔니오 모리꼬네가 향년 93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대중들에게 영화 음악인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펫 연주자이자 전위파 성향의 현대음악가이기도 했고, 2019년 이탈리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열로 협주곡, 오라토리오, 관현악, 실내악 등 셀 수 없는 음악을 남긴 위대한 작곡가였다. 작업실에 컴퓨터는 물론 피아노조차 없었는데 오직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리며 연필로 종이에 곡을 써내려갔다고 전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oag1Dfa1e_E 엔니오 모리꼬네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명곡들은 지구별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나와 동시대에 있어주셔서 고마웠어요.
우리나라의 음반 심의는 1968년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서 시작했는데, 1975년 6월 대통령 긴급조치 9호로 강화되면서 온갖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보물같은 음반들을 금지곡으로 묶던 시절이 있었다. 퀸의 라든가 앨리스 쿠퍼의 음반들, 양희은의 , 신중현의 , 김민기의 , 심지어 도 들으면 안 되는 '나쁜 노래'였다. 금지곡들은 검열당국의 눈을 피해 몰래 원판을 들여오거나 해적판으로 유통되었는데 이를 빽판이라고 불렀다. FM 라디오와 레코드방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시절, 금지된 명곡들을 숨어서라도 듣고 싶은 자유인들에게 빽판은 해방구와도 같았고, 유통의 메카를 자임했던 곳이 황학동 장안레코드다. 국민학생 때부터 매일 라디오를 끼고 살며 테이프와 LP판을 모아 애늙은이 소리를 듣던 유년시..
충무로와 을지로 골목에는 중구청 추산 5,400여 개의 인쇄업체들이 모여있고, 디자인, 원단, 출력, 제본, 재단, 톰슨 프레스, 라미네이팅, 실크 스크린, 접착, 디지털 인쇄, 레터 프레스, 레이저 가공 등 무려 15,000여 개의 관련 업체가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우리나라 인쇄문화산업의 중추를 담당한다. 서울시와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울시 미래유산 보존사업에 충무로 인쇄골목이 선정되면서, 충무로를 상징하는 기획물을 제작할 4인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어쩌다' 참여했다. 이 게시물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인쇄물 가장자리에는 재단선, 도련선, 맞춰찍기, 색상 막대, 페이지 정보 등을 담은 CMYK Printing mark가 인쇄된다. 이를 토대로 컬러를 맞추고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1980년 5월 어느 날 서대문 친척집에 가다가 엄청난 시위 인파와 전경에 막혀 서울역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 걸어서 집까지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국민학생이었는데 하늘은 매캐한 최루탄 연기로 바닥은 깨진 돌멩이들로 가득 찬 종로를 지나 동대문을 거쳐 안암동까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어머니 손만 붙잡고 질질 끌려가다시피 걸어 간신히 도착했다. 흑백 TV에서는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고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었다. 왜곡된 보도였다. 지금은 광주로 편입된 송정리가 외가여서 어머니가 발을 구르며 걱정했던 장면도 떠오른다. 방학이 되어 외가에 가면 불 끄고 잠이 들 때쯤 '옆집 김씨 아들이 어떻게 죽었다' '군인들이 신문지를 말아 휘두르는데 맞으면 픽픽 쓰러져서 알고 보니 쇠파이프를 감추고..
Smells Like Teen Spirit을 부른 전설 니르바나(nirvana). 얼터너티브록의 전설로 불린다. 그렇다면 그대 노루바나를 아시는가? 불꽃처럼 강렬했으나 팀 명 nirvana(열반)을 따라 결국 열반에 이른 커트 코베인과 달리 노루바나는 부작용이 없는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이자 행복 처방이다. 카페인보다 짜릿하니 커피 대신 들어도 좋고 밀린 설거지를 하며 크게 틀어 놓아도 좋다. 볼륨을 최대로 키우고 헤드 뱅잉을 해야 하는데 흥이 오는데 2분 쯤 걸릴 수 있다. 그들이 손짓하는 아스트랄한 세계로 함께 나아가자.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한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인 E = MC²에 의하면 에너지와 물질은 상호 변환될 수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며, 무게로만 여겨졌던 중력도 실은 시공간이 휘어 생기는 현상이란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따라오다가도 양자물리학 영역에 들어서면 흥미를 잃고 정신줄을 놓기 십상이다. 양자물리학은 그만큼 모호하고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양자론은 원자 세계를 기술하는 이론으로 전자와 양성자, 광자, 그 밖의 다른 입자들로 된 미시 세계를 규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과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원자 구조를 배울 때 맛보기 시식을 한 적이 있다. 전자는 양성자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줄로만 알았는데 실은 구름처럼 두리뭉실하게 분포하며, 전자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
Parisienne Walkways, Still Got the Blues, Spanish Guitar와 같은 명곡을 우리에게 남긴 아일랜드 출신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Robert William Gary Moore)는 Thin Lizzy의 보컬 및 베이시스트였던 필 리놋(Phil Lynott)과 절친 사이로 각별했고, 새가 우는 듯한 주법으로 유명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Roy Buchanan)을 정신적 스승으로 삼으며 깊이 교류했다. 필 리놋이 약물중독으로 로이 부캐넌은 자살로 각각 사망하자, 홀로 남은 게리 무어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열여덟 번째 앨범에 로이 부캐넌의 명곡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수록해 떠난 이들을 추모한다. 그의 깁슨 헤리티지 기타는 쉰 목소리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펼치는 극한의 생존 미션을 687일간의 일지 형식으로 풀어가는 은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도 대단하지만 원작 소설이 제맛이다. 어린 시절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에 탐닉하고 컴퓨터공학 전공 후 프로그래머를 거쳐 소설가가 된 작가의 상상력과 치밀한 과학적 전개는 놀라움 그 자체이며, 영화에서 생략되거나 추가된 장면들을 읽는 즐거움도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미리 읽혀 문과인지 이과인지 적성을 알아보는 진단 시약처럼 사용해도 된다. :-p 책 정보 마션 / 앤디 위어 지음 /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