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이 다니면 불편하고, 마이 가지고 다니면 이고 지고 고생이니, 집과 살림을 통째로 가지고 다니는 캠핑은 늘 수납과의 전쟁이다. 백일 뒤부터 주말마다 집시로 살 예정이라, 열심히 여행용품 개비 중인데 룰루레몬에서 나온 여행용 더플백이 눈에 밟힌다. 가볍고 마감도 좋고 내부 파티션도 잘 되어있고, 노트북과 물병을 위한 공간도 있다. 어서 와. 신당동은 처음이지? 정가 178불, 세일가도 159불로 마이 비싸지만 이베이를 뒤져 60불보다 훨씬 저렴한 59.95불에 신품 구입. 나는야 신당동 연쇄할인마 ٩( ᐛ )و 시중에서 파는 여행용 파우치들은 무의미한 영문 문구가 거슬리고 몰개성해서 패스~ 순면 소재 파우치도 샀다. 30*40cm, 27*32cm, 20*25cm, 13*18cm 주머니 각 2개씩 + 종이..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여행 경비의 3요소는 교통비 식비 숙박비다. 연비가 좋은 차량으로 교통비를 지우고, 직접 해 먹는 것으로 식비를 지우며,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숙박비를 지우면, 평소 생활비와 다름없는 예산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이 가능하다. 만수르 아니어도 매 주말마다 여행 다닐 수 있으며, 삶은 확장된다. 캠핑 하면 수납공간이 넉넉한 SUV나 우람한 픽업트럭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는 승용차로 다닌다. 좁은 트렁크에 집과 살림살이를 구겨 넣으려면 전방위에서 짐을 줄여야 하는데, 경량화에 성공하기만 하면 승용 캠퍼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이고 지고 설치하고 철수하는 스트레스가 줄고, 연비도 좋아지며, 시원하게 뚫린 도로에서 으르렁대는 엔진 소리를 즐기며 맘껏 달릴 수 있고, 구불구불한 도로도 민첩..
요리는 삶의 질을 담보하는 행복한 노동이자, 저렴한 식재료를 값진 끼니로 변환하는 낮은 수준의 연금술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고기 뒤집고 라면이나 끓일 줄 알았으나 세월은 상남자를 주부로 만들었고, 들꽃과 갈대가 피어난 강변에 집을 짓고 큰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약간의 호연지기와 과도한 먹부림을 통해 어느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센 불로 연어를 굽고 미리 만들어 간 초밥 위에 와사비와 연어를 올리고 파슬리와 후추를 뿌리면 연어 타다끼 초밥 완성~ 양파와 버섯을 넣고 볶아 만든 국적 불명의 요리. 양파, 타르타르 소스, 초절임무, 무순을 곁들여 먹는다.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넣어 비옥하게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로 니글거리는 속을 달랜다. 까나리 액젓과 무가 들어가야 맛있다...
이런저런 일로 발목이 잡혀 비밀 아지트에 도착한 시간은 해 질 무렵, 머리에 랜턴을 달고 집을 짓고 나니 깜깜한 밤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한번 거른 끼니는 평생 다시 찾아 먹을 수 없다는데 에잇~ 전날 밤 이마트 할인코너에서 연어+참치를 반값에 털어 왔다. 회는 아침, 초밥은 점심이야. 넌 저녁밥 쫄깃한 빨판만 모아서 잘라 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주방장 특선이라며 웃고 손뼉 치고 좋아했으나, 볼수록 이상하고 옳지 않은 느낌 왔구나. 왔어. 환공포증 이번엔 망원렌즈를 챙겨왔다. 안구 정화를 위해 달을 봐야지. 별도 본다. 가운데 동작 그만~ 누구냐. 너 성운이 망극한 밤 --- 절취선 --- 아침 밤사이 서리가 내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텐트 안은 난로로 난방을 하고 천장에 서큘레이..
덩어리째 싸게 떼어 온 돼지 앞다리살은 도톰하게 잘라서 진공 포장기로 소분 숯불에 구우면 몸서리치게 맛있겠지. 시에라 컵은 미국에서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뮤어(John Muir)가 이끄는 시에라 클럽에서 자연보호 기금을 모으기 위해, 수납이 용이하고 야외에서 열원에 직접 올려 가열하거나 조리할 수 있는 컵을 고안해 판매한 것에서 유래했다. 겹겹이 포개져 수납이 용이하고 손잡이는 고리에 걸 수 있으며 밥이든 국이든 반찬이든 담을 수 있고 술잔이나 물그릇으로도 기능하니 참 요긴하다. 눈금자가 표시된 것은 개량컵으로도 쓸 수 있다. 참고로 일반 종이컵 용량은 180ml 새 식구를 들였다. 이 아이는 알콜 담당 샤방한 가죽 손잡이도 달아주었다. 우리 공화국에 온 걸 환영해. 이런저런 잡무를 분주히 마감..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한 샤방한 철가방 펼치고 조립하면 1인용 그릴로 변신한다. 여럿이 사용하면 극심한 먹이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고기는 참나무 맛~ 그릴이 작아서 장작을 잘개 쪼개야 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도끼랑 깔맞춤 혼자 왔으니까 대충 차려 먹자. 남의 살 굽기 미리 손질해 데쳐놓은 오징어도 굽는다. 타르타르 소스, 초장, 머스터드 3가지 맛~ 샤방했던 철가방이 점차 상남자로 변모하는 중 초밥용으로 초대리를 먹인 밥은 김가루와 깨, 참기름을 합치고 동글동글 말면 주먹밥으로 변신 나는 어쩌면 전설의 닭발집 사장인데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몰라. ~ _~ 불타는 주꾸미 추가 일식 어묵탕 삼선해물볶음짬뽕과 로씨야 보드카 보냉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녹진녹진해진 피자는 냄비 바닥에 망을 깔고 ..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신비로운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아래가 뾰족 튀어나온 구름을 보면서 '말 풍선'이 떠올랐다. 너 참 특이하게 생겼구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니? 토네이도였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바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강하게 불 때 대기가 뒤틀리면서 강한 회전이 발생하는데, 해수면에서 막 솟구쳐서 구름 위로 올라간다. 자연산 광어는 하늘을 날았을까? 용오름(토네이도) 줄기를 따라 해수면으로 내려가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오 망원렌즈 가져오는 건데. 염불해야 하는데 목탁이 없구나. 이렇게 하면 잘 보인다. 토네이도 경로를 따라 해수면의 물보라도 함께 이동한다. 빠른 속도로 왼쪽으로 지나가는데, 텐트를 향해 곧장 왔다면 어쩌면 이게 내 마지막 사진 ¯ࡇ¯; 저기서 반대쪽을 향..
잎새주를 물고 야전침대에 누워 석양을 감상하는데 해변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돈 주고 폭죽 사 본 적은 없어도 공짜 불꽃 놀이는 좋구나. 짐을 줄인다고 망원렌즈까지 놓고 온 것이 후회된다. 24-70mm 규격의 표준 줌렌즈로 담은 자은도 해변 불꽃놀이의 추억이다. 극장에서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장면 같기도 하고 음 이건 조커? (- ㅂ-) 여기저기서 빵빵 터진다. SF적 감수성도 있다. 엑스 파일? 워메~ 6일간 전라도에 머물면서 동화됨. MIRV(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미사일) 시험 발사? 해변의 환타지로 시작했다가 의문의 샤머니즘 + 묘하고 불량스러운 분위기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