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서울 마장동' 하면 도축장과 시외버스터미널로 유명했다. 지금은 둘 다 이전하고 없지만 마장동 480-818번지 25,000평 부지에 조성된 마장축산물도매시장은 3천여 개의 점포, 12,000여 명의 종사자, 연간 2백만명의 소비자로 붐비는 지구별에서도 매우 규모 있는 축산물도매시장으로 21세기 명성을 이어간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장동먹자골목도 빠질 수 없는데 골목 초입에 종필엄마집이 있다. 전통의 강자들이 즐비한 마장동시장에서 족발을 가장 많이 파는 곳이니,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유명한 족발집이다. 주종목은 족발, 미니족, 편육, 꼬리, 순대 가격표 18,000원에 족발을 포장해 왔다. 두껍게 썰어 많지 않아 보이는데 무게를 재어보면 1.4kg이나 된다. 3인이 배터지게, 4인이 맛있..
미아사거리역 숭인시장 내 위치한 제일분식은 지구별 떡볶이 교도들의 성지순례지 중 한 곳이다.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조화롭고 어릴 때 먹던 떡볶이보다는 조금 더 매워 성인 입맛에 적합하다. 유명세를 치르는 떡볶이집 중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종종 보는데 어지간한 메뉴는 1인분에 2천 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손님들이 테이블마다 차있어서 몇 컷만 급하게 찍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게 되는데, 왼쪽으로 튀김류와 꼬마김밥, 맛탕 등이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는 오뎅 국물이 담긴 냄비와 순대를 찌는 솥이 있다. 낡은 도심의 매력을 간직한 제법 규모가 있는 시장은 여기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비 오는 날, 좋은 사람과 하루 종일 노니고 싶은 곳. 나는 재래시장이 참 좋다. 오뎅 국물도 맛있다. 김말이도 먹었는데 미..
광주송정역에서 광산구청으로 가다 뒷길로 들어서면 떡갈비 골목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를 단연 원조로 꼽는다. 등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지만, 1976년도에 문을 연 이래 육식인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떡갈비계의 강자다. '닥치고 한정식'으로 쫙 깔리는 남도의 음식점치고는 상차림이 빈약한 편이지만 맛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갈하고 소박한 집밥 느낌으로 야채 질도 남다르다. 돼지등뼈를 푹 고아 내놓는데 감자탕이 매운탕이라면 이건 지리에 가깝다. 소고기무국처럼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 한우와 돼지고기를 섞은 떡갈비(13,000원/1인) 2인분. 단맛과 짠맛이 조화롭고 푸석하지도 질기지도 않은 적당한 식감에 내부가 촉촉하고 은은한 불 맛이 살아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먹기에는 평..
신당동 중앙시장 입구 건너편 골목으로 진입해 100미터 남짓 걸어가다 보면 '남원닭발'이 나오는데, 남의 발 먹는 즐거움이 충만하고 24시간 문을 여니 밤을 잊은 취객들의 성지다. 극악무도한 먹부림 속에서도 끝까지 버틴 음주인들의 기억을 삭제하고 조류로 만들어 가족들 품으로 돌려 보내는 최종 학살지이기도 하다. ~ _~ 나는 간에 재능이 있으니까 뼈 없는 닭발 1인분을 먼저 주문한다. 식으면 맛이 덜하기 때문에 여럿이 가더라도 시간차로 한 접시씩 주문해 먹는 게 좋다. 손질한 닭발을 삶고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주문하면 프라이팬에 볶고 다시 석쇠에 올려 연탄불로 구워 내오는데, 캡사이신 범벅이 아니라 맛있게 맵고, 양념이 밴 속은 야들야들하며, 불맛이 든 겉은 탱글탱글하다. 이런 닭발을 먹으면 불행해질 수..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양구군을 잇는 31번 국도에서 광치령 터널이 나오기 전 언덕에 위치한 황토로 마감한 넓은 실내 한켠에 근사한 화목난로가 자리 잡았고 넓은 창밖으로 정겨운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화초와 소품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나무로 올린 지붕이 정겹다.모든 식재료는 국내산, 장류는 직접 담그며, 야채는 텃밭에서 키운 것을 뽑아다가 조리한다. 심지어 저렴하기까지두부전골 2인분이 나왔다. 평소 별 감흥이 없던 밑반찬(이라 쓰고 일품 요리라 읽는다) 접시들에 계속 손이 간다. 누구든 '이거 조금만 더 주세요'를 외치게 될 것으로...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야 할 문제의 전골. 조미료 대신 마약이 들어있는 게 틀림 없다. (- ㅅ-)손님이 들어오면 텃밭에 나가서 야채를 뽑아 바로 만드니 맛있..
가면 갈수록 매료되는 마성의 맛집이 있는가 하면, 딱히 이유는 없으면서 지나다 간혹 찾는 음식점이 있는데, 여주 이포대교 남단 천서리에 몰려 있는 막국수집들이 그렇다. 장사는 무지하게 잘된다. 무난한 백김치 흠 잡을 곳도 칭찬할 곳도 없는 무김치 후추와 조미료를 아끼지 않고 맛을 낸 육수 ~ _~ 돼지고기 수육 16조각이 담긴 접시가 16,000원. 1점 당 1,000원 꼴로 맛있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다. ~ _~ '매일 이 막국수를 먹을 수만 있다면 앙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어요'급은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물막국수 8천원 비빔막국수 8천원. 맛있다. 김치나 육수, 사리 같은 것이면 모를까, 아님 주인장을 칭송해야 하는 착한 가격이라면 또 모를까, 물을 셀프로 가져다 먹으라면서 '마음껏 드세요'를 덧붙..
인쇄, 디자인, 영화 산업의 메카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충무로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들이 즐비한데 1968년 문을 연 사랑방칼국수도 전통의 강자 중 하나다. 벽에 걸린 '내용있는 음식, 실속있는 식사' 붓글씨가 맛과 저렴한 가격 외에 철학과 역사를 갖춘 특별한 집임을 말해준다. 낡은 노포의 대표 메뉴는 칼국수와 백숙 백반. 칼국수 6,000원. 곱빼기는 200원을 더 받는다. 하마터면 가격이 같을 뻔 (- ㅅ-)8천 원짜리 백숙 백반을 시키면 큰 닭 반 마리가 나와 '제대로 시킨 것 맞나' 당황스럽다.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제대로 삶아 내오는데 어지간한 미식가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어지간한 대식가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내용과 실속이 있는 식사란 이런 것.가슴살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