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미국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2025년 9월 「일본과 한국, 트럼프가 아닌 자국 산업에 투자하라(Japan and Korea Should Hand Money to their Exporters Rather than Donald Trump)」라는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한국에 제시한 이른바 무역 합의가 실질적으로는 막대한 금액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불합리한 요구임을 지적한다.

그는 단순한 경제적 계산만으로도 미국이 요구하는 수천억 달러가 보호하려는 수출 규모와 전혀 맞지 않으며, 그 일부만 자국 산업과 노동자 지원에 사용해도 훨씬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트럼프가 언제든 합의를 번복할 수 있는 인물임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거래가 경제적 손실을 넘어 정치·외교적 위험까지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이 글은 미국의 강압적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선택인지를 드러내며, 주권과 경제적 타산을 지켜야 할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있다. / 편집자


일본과 한국, 트럼프가 아닌 자국 산업에 투자하라

2025년 9월 11일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소 수석 경제학자
(Dean Baker,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

도널드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과 맺은 무역 합의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두 나라는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가로, 일본은 5,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를 그가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의 설명이 조금이라도 사실에 가깝다면, 두 나라가 그런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간단한 산수만 해도 그 이유가 드러난다. 작년 일본은 미국에 1,48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만약 관세가 15%로 적용돼 수출이 5%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수출액은 약 1,400억 달러가 된다. 이는 일본 GDP의 3.5% 수준이다. (트럼프가 동시에 대부분의 수입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관세-수입 반응 계산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올려 25% 관세를 매긴다면, 대미 수출은 추가로 10% 줄어든다. 그러면 140억 달러가 줄어드는데, 이는 일본 GDP의 0.3% 남짓이다.

결국 트럼프는 일본에 매년 140억 달러어치 수출을 지키기 위해 5,50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그게 과연 좋은 거래일까?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는 어떤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는 내년, 내후년, 혹은 세 번째 임기 도중에도 언제든 일본에 다시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 그의 사업 파트너들이 뼈저리게 배웠듯, 트럼프에게 합의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도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32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이는 GDP의 7.3%에 해당한다. 관세 15%로 인해 수출이 5% 줄면 1,250억 달러가 된다. 트럼프가 25% 관세를 매기면 추가로 10%가 줄어들어 125억 달러 감소, 즉 GDP의 0.7% 감소가 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125억 달러어치 수출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다.

어떤 나라가 이런 합의를 받아들이겠는가, 하물며 트럼프 같은 사람과 말이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금액의 20분의 1만 써도, 줄어든 수출 때문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훨씬 더 이익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우발적으로 떠올린 황당한 아이디어나 극우 인플루언서의 선동 때문에 눈치 볼 필요도 없어진다.

일부는 이런 합의를 통해 중국에 맞서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보장받으려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더욱 어리석은 전략이다. 중국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존재로 트럼프를 믿는다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구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가?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은 일정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으로 그런 합의를 고려할 수 있다. 유럽의 GDP 총액은 러시아의 5배가 넘는다.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군사력을 확충하고 조정해 러시아를 스스로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렇지 않다. 대만까지 합쳐도 이들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의 군사력을 따라잡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현실을 고려하면, 결국 중국과 일정한 타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미국의 지원에 기대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이들 나라 지도자들이 맞닥뜨린 질문은 이것이다. 아무런 실익도 없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수천억 달러를 바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원문 링크:
https://cepr.net/publications/japan-and-korea-should-hand-money-to-their-exporters-rather-than-donald-trump/

댓글
«   2025/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