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은 각각 남과 북의 한반도 정책을 집약해 보여준다. 두 정상의 발언을 종합해 분석하면,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남, 핵 없애야 평화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80주년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인권·연대의 가치 회복을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이어 남북관계와 관련해 ‘상대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의사 부재’라는 세 가지 원칙을 천명하고,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END 전략을 통해 남북 간 신뢰와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D(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계획으로 배치되었다. 한국은 다자 협력의 중심에서 중재와 조정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북, 핵은 평화 담보, 대화 대상은 미국뿐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은 남측을 향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인 타국’으로, 남북관계는 대화 상대가 아닌 ‘양립 불가의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단절을 공식화했다. 북은 핵 보유를 헌법과 「핵무력정책에 관한 법」으로 상위 규범화해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못박았다. 이에 따라 비핵화 요구는 ‘위헌 강요’로 받아들여진다. 한미·한미일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핵전쟁 리허설’로 규정되었고, 이에 대응해 상시 핵억제 운용과 지휘체계 마비 시 자동타격 방안까지 채택했다. 대화의 문은 남측이 아닌 미국에만 열려 있으며, 이조차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버릴 경우에만 가능하다. 북의 메시지는 ‘대남 단절―대미 직통―핵 법제화’다. 이는 남측의 관계 정상화 구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비핵화 전제의 벽과 협상의 한계
이런 차이는 END 전략의 작동을 구조적으로 가로막는다. 한국은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로 삼지만, 북은 핵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남측이 추진하는 교류와 관계 정상화도, 북이 대화 불가의 이유로 지목한 한미일 공조와 군사훈련이 계속되는 한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더욱이 북의 노선은 헌법과 기본법에 못박혀 있는 반면, 한국의 END는 하나의 정책 제안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둘이 충돌하면, 제도적 기반이 약한 정책은 협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북은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만 남겼다. 그 결과 한국은 안보 비용만 지고 협상 과정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한국 패싱’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파국과 전환의 갈림길
북이 ‘적대적인 양국체제’를 법으로 못박는 순간, 과거 9·19 군사합의 같은 긴장 완화 장치나 연락 채널의 여지는 완전히 사라진다. 여기에 한미 군사훈련이 이어지고,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무력 증강과 삼각동맹이 강화되며, 북이 핵 단추를 늘 대비 태세에 두는 상황이 겹치면, 우발적 충돌은 언제든 핵전쟁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남측이 다자 외교와 글로벌 의제를 내세워도, 북측 눈에는 앞에서는 유화책을 흔들면서 뒤에서는 칼을 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대화의 전제가 어긋난 채 북의 레드라인과 충돌하는 한 실질적 협상은 불가능하다. 결국 END 전략은 전제와 환경, 규범이 모두 맞지 않아 작동 불능에 빠지고, 남북관계는 멀어지고 한반도 위험은 커지며, 아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만에 하나 한국에 윤석열과 같은 매국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굴러가며, 그 후과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의 대전환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군사 대결 구도를 유지한 채로는 평화의 입구조차 열리지 않는다. 남북이 교류하고 공존하려면, 한미일 삼각공조와 군사훈련, 동맹 현대화, 국가보안법 같은 적대 장치부터 걷어내야 한다. 낡은 한미동맹을 재검토하고 남북 평화동맹으로 전환하는 대담한 선택 속에서만 경제·문화·사회 전 분야에서 협력이 뿌리내리고, 평화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이 글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이며, 간절한 바람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의 실현이다. 입구를 막는 걸림돌로 전락할 ‘D 전략’을 과감히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이 함께 걸어갈 대로, 공존과 번영의 미래는 그 길 위에서 시작된다.

댓글
«   2025/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