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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심리전, 극우 담론, 그리고 청년 세대의 포획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의 저서 『사이버 내란–댓글 전쟁』은 온라인 극우 담론과 혐오 문화의 확산을 단순한 인터넷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를 국가 권력이 주도한 장기 심리전의 산물로 규정한다. 그 기원은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 그리고 뉴라이트 세력이 결합하여 수행한 조직적 여론조작에 있다. 당시 국정원은 심리학자와 언어학자까지 자문으로 끌어들여 치밀한 ‘심리전 매뉴얼’을 설계하였고, 그 중 대표적 사례가 노무현을 대상으로 한 ‘모욕주기 3단계’ 전략이었다. 이는 권위를 훼손하고, 측근을 고립시키며, 마지막으로 기억과 상징을 왜곡·말살함으로써 인물을 정치·사회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이 불씨는 곧 온라인 커뮤니티와 플랫폼의 구조 속에서 증폭되었다. 초기의 조직적 개입이 멈춘 뒤에도 디시인사이드, 일베저장소, 에펨코리아와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는 자발적 콘텐츠 생산과 반복 노출, 그리고 수익 구조의 결합을 통해 혐오와 조롱을 놀이와 유행, 상품으로 전환하였다. 황희두는 이를 ‘멸칭 → 병맛 콘텐츠 → 중독 → 유행 → 상품화’라는 단계적 과정으로 설명하며, 결국 단순한 댓글의 문제가 아니라 민의 인식과 감정을 관리하는 ‘인지전’으로 변질되었음을 강조한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10·20대 남성의 정서가 전략적으로 포획되었다는 사실이다. 열등감과 공허함, 사회적 소외를 경험한 청년들에게 극우 커뮤니티는 조롱과 우월감, 공격성을 통해 대리적 만족을 제공하였다. 특히 ‘페미니즘 공격’을 매개로 한 성 평등, 계급·세대 갈등은 애국 진영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는 단순한 세대 불만이 아니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극우 단체가 확대 재생산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중대하다.

저자는 이명박 정권에서 심어진 씨앗이 윤석열 정부에 이르러 다시 싹을 틔웠다고 분석한다. 이명박 시기의 인적 네트워크와 전술이 재가동되었으며, 검찰·언론·재벌·관변단체가 얽힌 카르텔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지속성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했던 공격의 패턴이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반복된 것도 이러한 연속성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혐오와 왜곡이 일상의 규범으로 자리 잡는 순간이다. 혐오가 놀이가 되고, 조롱이 문화가 되며, 왜곡된 정보가 상식으로 유통될 때 민주주의의 토대는 무너진다. 내부의 반대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는 언어가 일상화될 때, 사회는 합의 능력을 상실하고 국익을 해치는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매국을 양산하는 심리전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즉, 매국노란 타고난 정체성이 아니라 설계된 정보환경이 길러낸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대안은 분명하다. 법과 정치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며, 교육과 시민 사회, 그리고 개개인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국정원 개혁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조직적 여론조작의 청산을 제안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비판적 미디어 교육과 ‘대항 공론장’의 조성을 강조한다. 특히 민주·진보 성향 청년 남성들이 안전하게 발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청산과 대항 생태계의 구축은 반드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이버 내란–댓글 전쟁』은 단순한 폭로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기원과 전술, 증폭과 재생산의 과정을 해부하고, 청산과 대응의 방향을 제시하는 설계도이다. 온라인 공간은 더 이상 가벼운 잡담의 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존립과 국가 이익을 좌우하는 전장이 되었다. 혐오와 왜곡이 유행과 상품으로 둔갑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는 정신적 영토를 지키기 위한 각성과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저자의 목소리는 “댓글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일탈한 국가 권력과 플랫폼 자본, 그리고 극우 담론이 얽혀 만든 장기 심리전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는 혐오의 놀이화와 조롱의 유행이 결국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붕괴시키고, 국가 이익을 해치는 매국적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사이버 내란–댓글 전쟁』과 그의 인터뷰는 분노의 진단서이자 복구의 설계도다. 정신적 영토를 되찾기 위한 구체적 실천에 나서기 위해, 그의 주장에 귀 기울여보자. 

https://omn.kr/2fcni 

 

'사이버 극우' 추적 10년의 결론..."이명박이 뿌린 씨앗, 윤석열 만들었다"

최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문제를 일찍이 인식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뿌리를 추적해온 인물이 있다. 바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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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mn.kr/2ff38

 

"사이버 내란 뿌리는 이명박...'혐오 놀이화'로 청년세대에 침투"

[인터뷰①] '사이버 극우' 추적 10년의 결론..."이명박이 뿌린 씨앗, 윤석열 만들었다" (https://omn.kr/2fcni) 온라인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익명의 놀이터가 아니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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