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길고 긴 불면의 밤, 리모컨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재미 들인 메이저리그 야구. 여기에 류현진과 추신수 등 한국 선수가 가세하면서 '저 선수 강점이 뭐네, 약점은 뭐네' 분석하고 이리저리 빠져들다가 사인볼을 모으게 되었다. Randy Johnson 랜디 존슨은 통산 303승 166패, 100완투 37완봉, 4135 1/3 이닝 동안 4875개의 탈삼진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208센티의 이 장신 투수는 은퇴 후 사진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휴식과 감동, 멋진 작품이 함께 하는 그의 노년을 기대한다. Nolan Ryan 통산 325승. 올스타전 8번 출장. 통산 5714개의 탈삼진으로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놀란 라이언은 통산 7회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텍사스 레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달라 소원을 빌었지만 나를 간택한 건, 개 고양이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 침을 삼킬 때마다 편도선이 콕콕 찌르듯 아프다. UFC 파이터한테 목만 집중적으로 까이는 기분.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백색 가루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고통을 날려줄 궁극의 painkiller를 내 자신에게 처방했다. 영화에서 보면 작고 가느다란 관으로 코에 흡입하는데 뭐 말도 안 되고, 주사로도 맞는 모양인데 바늘은 참 무섭다. 현실에서는 머그잔에 넣고 물과 혼합한 다음 입 속에서 가글을 반복하는데, 고농도라 마시면 큰일 난다. 암튼 이 백색 가루는 염증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잠을 잘 수도 깨어 있을 수도 없는 불면의 길고 긴 밤, 목이 아프면 외로움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외..
고1 딸내미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72년생 싱글대디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제가 키웠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났어요. 공대를 나와 언론 출판 분야를 거쳐 작은 디자인 사무실을 16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만수르보다는 소년 가장에 가까운 삶을 살았죠. 팔자는 고쳐드리지 못하고, 남의 주머니로 호강을 누릴 생각도 전혀 없어요. 쪼들리지는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이고, 물려받은 재산 없이 제 앞가림하고 지내왔답니다. 독실한 무신론자이고 음악 여행 캠핑 사진 등을 좋아하며, 오랜 이야기를 간직한 노포나 소소한 숨은 맛집들을 애정합니다. 인문학이나 예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인격의 바닥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따뜻하고 성숙한 사람이 좋아요. 여행 경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숙박..
어느새 3년 전 일. 누워있다 일어나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어이구' 하면서 쓰러졌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지러움이 아니라 마치 거인에게 잡혀 최고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세탁기 탈수 코스에 던져지는 느낌인데, 이 미친 회전감은 사람에 따라 수 초에서 1분 이하로 경험하게 되며 나는 10초 정도였다. 극심한 어지럼증은 첫 증상이 나타나고 하루에 몇 번씩 발작적으로 찾아온다. 일단 시작되면 눈을 감고 이를 악물며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그 짧은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고, 멀쩡하던 컨디션이 순식간에 무너져 심지어 구토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에 3~4번 이상 증상을 경험하면 멘붕에 빠진다. 하루 종일 배멀미에 시달리는 셈이고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르니 불안 + 무력감을 느낀다. 남들 보기엔 멀쩡하..
가스레인지 후드가 고장나 방치된지도 2년이 지났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 남을 불러 고치자니 민망하고 직접 하기는 또 귀찮았던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최저가로 주문하니 불과 하루 만에 도착. 설치부터 감격의 시운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떼어낸 고물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려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고철로 생계를 꾸려나갈 고단한 이웃을 위해 분리수거하기로 했다. 전동 공구로 경쾌하게 제거되는 나사들, 플라스틱과 금속, 기타 전선 뭉치 등으로 나누는 기분이 상쾌하다. 역시 남자는 공구! 이때였다. 장수하늘소만 한 죽은 바퀴벌레가 나왔다. 워어~ 하늘이 노래지고 심장이 무섭게 뛴다. 바퀴는 참 무섭게 생겼구나. 나랑은 얼마나 같이 살았을까? 복근도 있네. 헬스했나? 술렁이는 평정심을 붙들어 매고 끔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