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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도가니 수육

macintoy 2018. 6. 24. 09:17

쫀득쫀득하고 보들보들하면서 양념 간장에 찍어먹으면 몸서리치게 맛있는 도가니 수육. 요거 혼자 시켜먹으려면 뻘쭘하고 양도 많다. 딸내미랑 둘이서 먹자니 쳐다보기도 아까운 도가니를 맨 입에 먹을 수 없는 노릇이고, 딸내미 앉혀놓고 졸졸 소주 따라 먹자니 그림이 좀 이상해진다. 측은하거나 망한 분위기? 그래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삶아 썰어내는 수육류 제조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한 고기를 삶을 줄 알면 열 고기를 삶을 수 있으니 기술을 연마하고 응용하게 되면 온갖 포유류를 스스로 삶아 먹을 수 있다. 잘 익은 김치만 있다면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 친구들과 저렴한 비용으로 파티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홍어를 놓으면 삼합이 된다. 각설하고 맛있는 도가니찜을 만들어보자.

한우 도가니(무릎 연골) 한팩에

스지(힘줄)도 한팩 구입했다. 육식 스피릿을 일깨우는 고기들, 아우우~

위생장갑을 끼고 수돗물로 깨끗하게 박박 씻고, 흐르는 물에 두어시간 담궈놓아 핏물을 빼내야 잡내가 나지 않고 국물이 깨끗하다.

뭐 좀 삶으려고 인터넷 레시피를 뒤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월계수잎과 통후추. 없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니고 주로 잡내 제거 용도로 쓰인다. 

마늘과 파뿌리, 소금 약간, 먹다 남은 소주를 넣고 끓인다. 처음에 한소끔 끓어 넘치려 할 때 국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받아 삶으면 더 맑고 개운한 국물을 얻을 수 있다. 도가니 무릎뼈에서도 국물이 우러나지만 잡뼈와 사골로 우려내는 하얀 국물이 아닌 갈비탕 비슷한 국물이 얻어진다. 남은 국물은 일식 오뎅탕 베이스에 추가하거나 미역국 육수로 사용하면 좋다.

도가니 수육을 만드는 것은 코스 요리를 주문한 것과 같다. 처음엔 스지에 붙어있는 고기가 먼저 익으니 소고기 수육이고, 스지가 부위별로 부드럽게 익어가면 스지 수육, 그리고 도가니 수육이 탄생한다. 일찍 건지면 질기고 늦게 건지면 흐물흐물해져 쫄깃한 맛이 덜한데, 건져내서 바로 먹지 말고 찬바람을 좀 쐬면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난다. 가장 질긴 부위가 부드럽게 익기까지 총 4-5시간 걸리는 길고 긴 여정은 함정.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는 계절에 시도하면 온종일 집에서 곰탕집 냄새가 진동하니 주의하자.

어디까지 익었을까 수시로 꺼내 찔러보다가, 안 익었으면 도로 집어넣고 익었으면 후룩후룩 먹게 되는, 결국 냉장고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술병을 공수해와 밤새 퍼마시는 수가 있겠다. 사랑하는 딸내미를 위해 만든 도가니 수육이라지만 같이 먹는 부분은 늘 나중에 익는 부위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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