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온 페달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뿌듯뿌듯. 프리앰프/디스토션/공간계 이펙터들과, 와우/볼륨 페달, EQ, 튜너 등 구성도 야무집니다. 이건표님의 조언을 따라 볼륨 페달 - 와우 페달 - RC 부스터 - 마이크로 앰프 - BB 앰프 - TS808 - 퍼즈페이스 - 빅 머프 - 디스토션 - 코러스 - 페이즈 - 아날로그 딜레이 - EQ 순으로 물려있고, 페달트레인 프로 보드 밑면에 부두랩 파워 서플라이 2개가 절묘하게 숨어 있습니다. :-)
데이지 체인에서 하나라도 줄이고자 튜너는 볼륨 페달에 따로 연결했고, 맨 앞에 볼륨 페달부터 배치해 게인 컨트롤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페달 간격이 넉넉해 위치를 바꾸거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에 수월합니다. 연주 편의성과 신호 경로 단축 등을 우선해야 하는데, 디자인 종사자 답게 그리드에 집착해 배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정장 입혀놓은 락커처럼 어색하게 단정한 페달보드가 탄생했습니다. -_-) 일부 겹치는 페달들은 스트라토캐스터와 레스폴, 팬더 블루스 주니어와 블랙스타 헤드+캐비넷과 조합해 실험해본 뒤, 방출할 생각입니다.
벨크로가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는데, 모듈들을 보드에 부착할 때 사용한 3M 듀얼락 벨크로가 물건입니다. 한번 붙였다 하면 떼어낼 때 으라차차 '차력'을 써야 됩니다. 드문드문 아껴 붙였기 망정이지, 튼튼하게 시공한다고 맘껏 발랐으면 임시 고정이 아니라 영구 고정이 될 뻔 했지요.
패치 케이블은 Bullet Cable Slug 커넥터 킷입니다. 요목조목 14개나 되는 컴퍼넌트를 연결하려면 한 무더기의 단자와 케이블이 필요한데요. 피복을 잘라내고, 심선이 훼손되지 않도록 플라스틱 자켓을 벗기고, 선을 꼬고, 납땜질을 하고, 수축 튜브로 마감하는 일이 꽤 고단합니다. 그런데 Bullet사의 패치 케이블 킷을 사용하면 눈깜짝할 사이에 끝낼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간단하냐면요. 1)원하는 길이로 케이블을 자르고 2)1/4" 폰 플러그에 끼운 뒤 3)렌찌로 조이면 끝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단자 안을 들여다 보면 시그널 핀이 바늘처럼 튀어나와 있어, 전용 케이블을 밀어넣을 때 중심부 심선이랑 접촉되어 땜질이 필요없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라운드선은 렌찌로 나사를 끝까지 조이면 나사끝이 피복을 뚫고 접촉이 되는 영리한 구조입니다. 덕분에 케이블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지만요. 기대보다 빈약한 번들 케이블 내부 심선의 품질이 의심스럽고, 비록 편리하더라도 땜질한 것이 낫지 않을까 했는데, 일일히 저항값을 측정해보고 자세히 들어봐도 톤 손실도 적고 만족스럽습니다. 전기는 도체 표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접촉면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땜질이 굳이 필요없지요. 중립성과 무손실이 특징인 투명인간 타입의 카나레 GSR-6나, 두터운 중저역대 + 매끈한 질감의 카다스 계열 케이블로 실험해보려는 계획은 접었습니다.
퍼즈 페이스는 던룹사의 지미 헨드릭스 에디션인데요. 유독 전원 소켓이 달려있지 않아, 금속 케이스 사이에 플라스틱 클립을 밀어넣어 틈을 만들고 배터리 소켓을 밖으로 빼내 전원을 연결했습니다. 어지럽게 널린 선들을 정리해 케이블 타이로 묶어 완성. 틈날 때마다 느긋하게 작업하다 보니 3일이 걸렸습니다.
공연할 일까지 있겠느냐만, 크기와 무게상 휴대 불가입니다. 날라리 기타리스트에게 페달보드가 생기니 신이 납니다. 구하기 힘든 품목들을 멀리서 공수해주신 승진씨와 선영씨, 가까이서 조언과 조력을 아끼지 않은 건표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