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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macintoy | 2009.02.26 00:00


 

서울 지하철 3호선 구룡역에서 내려 북쪽을 바라보면 도곡동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뒤를 돌아보면 판자로 벽을 치고 슬레이트와 타이어로 지붕을 올린 판자집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서울의 대표적인 판자촌인 구룡마을로 이어지는 우울한 거리. 폐지를 잔뜩 올린 유모차가 비틀거리며 내 앞을 지나갔다.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가 유모차를 세우고 굽은 허리를 달래는가 싶더니, 그만 비닐 봉지를 놓치면서 사과가 시멘트 바닥을 굴러갔다. 배수구로 돌진하는 사과를 정신없이 건져보니 딱 네 알. 낯선 호의가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는 내가 주워온 사과들 중 가장 크고 온전해 보이는 녀석을 골라 건넸다.

'젊은이 이거 하나 먹고 가.'
 
그 사과를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저것이 하루 양식은 아닐까. 그런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거래처라 끊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길어지는 사이 할머니는 자리를 떠났다. 2006년 12월 구룡마을과 그렇게 만났다. 정글 같은 사회에서 불운이 겹치고 병든 사람들이 몰락을 거듭하다가 흘러들어오는 이곳, 서울의 남쪽 하늘 아래 구룡마을이 있다. 그곳에 4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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