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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식재료 용기에 가장 이상적인 재질이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보기 쉽고,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내용물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쉽게 흠집이 생기지 않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렵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식재료, 음식, 물, 기름, 술, 음료, 양념에 이르기까지 모든 용기를 유리로 천하통일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마이 든다.
오늘날 유리병은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폐기물 중 하나이기도 한데, 소주병 맥주병 등을 빼면 세척 후 재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분리수거 후 재처리 과정을 거친다 해도 비용과 탄소 발생을 수반하기에 환경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버려지는 공병을 살려 주방에 적용하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우선 적합성 테스트. <화요>는 표면의 글자가 지워지지 않아 탈락, <서울의 밤>은 실용량이 작아서, <동해>는 노골적인 소주병 형태라 탈락. <황금보리>가 면접을 통과했다.
투명 라벨을 떼어내고 보면 병 전체가 불투명한데, 라벨을 붙이면 다시 투명해진다. 습기가 찬 욕실 거울에 물을 뿌리면 잘 보이다가 다시 뿌옇게 흐려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 되겠다. 마술에 응용해도 되겠어.
반투명보다 투명한 병이 내용물을 구분하기에 더 적합하다.
와인병은 간장이나 식초 등 '거대 액체류'를 담을 때 유용하고
파스타 소스병도 이제는 버리지 않기로
기존에 쓰던 유리병 규격이 제 각각이라 보기 싫은데
인터넷에서 병 뚜껑만 따로 판다.
28파이 알루미늄 캡은 150원
금속마개는 38파이(80원)부터 89파이(250원)까지 구경 별로 갖추면 쓸모가 있다.
뚜껑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옷이 날개
보드카 등 로씨야 술병들은 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가짜술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인지 온갖 특수 제작 기법이 총망라되어 재활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 모든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고
공병을 씻고 라벨을 지우는 수고를 감내할 수 있다면
주방은 샤방해지고, 인간과 지구별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