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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간극에 서 있는 이단아 같은 존재이다. 개구리처럼 어중간한 특징이 있는 이 기계 장치는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은 아날로그지만, 악보를 비트로 쪼개 미리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해두었다가 연주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적인 요소를 가진다. 오르골과 미디(MIDI)는 기계 장치냐 복잡한 전자 회로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 원리가 거의 같다.

Wintergatan, '은하수'라는 이름의 스웨덴 밴드는 이에 착안하여 흥미로운 악기를 개발했다. 오르골이 아주 간단한 프린터라면 온갖 기능이 더해진 복합기쯤에 해당하는데, 레고 블럭으로 악보를 입력하고 회전 손잡이를 돌리면 무려 2천 개의 구슬이 떨어지면서 베이스 기타, 비브라폰, 드럼, 심벌즈를 작동시킨다. 구동축에 악기축을 걸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재래시장의 떡 방앗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서 연주하는 wintergatan의 음악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름다운 선율과 눈부신 영감, 몽환적이고 때로 전위적이기까지 한 그들의 음악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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