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에 밥을 더하면 초밥, 초밥에 회를 얹으면 생선초밥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초 양념을 초대리(스시즈, 寿司酢)라고 부른다. 일식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초대리는 식초 7, 설탕 3, 소금 1 비율로 만든다. 전기압력밥솥 맨 위 고슬고슬한 밥과 초대리를 섞고 조물조물 뭉친다. 귀찮으면 식자재 마트나 인터넷에서 음식점 용량의 초대리를 사도 된다. 1.8리터에 7천원이니까 만수르 아니어도 살 수 있음. 일식집에서는 손으로 회와 함께 꽉 쥐어 내오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 요렇게 도마에 가지런히 배열하고 생와사비를 바르고 회를 올리면 완성 과정은 수상했으나 결과는 찬란한 초밥이어라. 맛도 빠지지 않는다. 어서 와~ 야매 일식은 처음이쥐? (- ㅂ-)/
날계란은 싸지만 구운계란은 비싸다. 계란을 구운계란으로 변환하는 것은 가사노동을 통해 저장성과 상품성을 높이는 낮은 단계의 연금술이다. 삶는 것보다 찌는 것이 유리하다. 증기로 익히면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덜 깨지며 에너지까지 절약된다. 끓기 시작해 10분이면 반숙, 15분이면 완숙, 더 삶으면 흰자의 황과 노른자의 철 성분이 결합해 황화철이 되어 녹색으로 바뀐다. 계란이 완전히 익었는지는 바닥에 놓고 돌려 보면 알 수 있다. 잘 익은 놈은 오뚜기처럼 서서 돌고, 덜 익은 놈은 천방지축으로 땡깡을 부리며 굴러다닌다. 전기압력밥솥에서 고온 + 고압으로 찌면 집에서도 맥반석 계란을 만들 수 있다. -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을 깨끗이 씻는다. 껍질 표면의 닭 응가가 밥솥 구석구석을 야무지게 오염시키는 참사를 막을..
내 인생 치킨집은 서오릉에 있는 신호등장작구이다. 찹쌀과 온갖 재료로 속을 채우고 참나무 장작으로 구워 기름은 쏙 빠지고 속은 촉촉 겉은 바삭한 요 치킨을 한번 먹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치킨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집에 화덕도 없고 참나무 장작불도 피울 수 없지만 에어프라이어로 비슷하게나마 만들 수는 있다. 손질된 닭을 우유에 담궈 비린내를 제거한다. 필수는 아님. 인류는 인삼초음파세척기를 발명해놓고 그간 안경세척기로만 썼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찹쌀과 흑미는 6시간 이상 불려야 설익지 않는다. 닭 속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마늘 인삼 잣 대추 은행을 함께 넣고, 날개가 걸리거나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명주실로 묶어 150도에서 1시간 40분 돌리면 완성이다. 쌀과 물을 1:2 비율로 전자..
폭우가 쏟아지는 날은 반값 할인 택이 붙은 신선식품 잡으러 대형 마트로 출항하는데, 어제는 블랙타이거 새우와 주꾸미, 낙지, 모시조개, 문어, 참치 등에 빛나는 조업 성과를 달성했다. 적게 벌어 마이 쓰려면 이 방법이 좋다. 영수증에서 *표가 붙은 게 할인 품목인데 생물 주꾸미 한 팩에 4,050원, 생낙지 2마리가 4,230원이다. 삼선해물짬뽕 만들어 먹어야쥐. 고명으로 삶은계란,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파, 양파, 청경채, 새우, 편육 등을 인스턴트 짬뽕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주꾸미와 낙지, 모시조개도 잔뜩 들어있으니 군산의 이름난 짬뽕집 부럽지 않다. 일품요리 그까이 꺼~ 반백년 가까이 살면서 연체동물 마이 잡아 묵었는데 혹시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면 나 때문일지도 몰라. ( ̄∇ ̄)a
어젯밤 주꾸미 잡으러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출동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참치회 두 팩을 낚아 왔다. 정상가는 한 팩에 19,800원인데 하이에나의 눈을 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 10,800원짜리 할인 택이 붙는 순간 카트에 담았다. 적게 쓰고 잘 살려면 이 방법이 좋다. 코로나 시대 집밥의 진화, 오늘은 참치 정식 편이다. 누룽지죽과 미소국, 꽁치조림, 새우, 계란찜, 명란 등을 곁들였다. 평소 만원 미만으로 꾸미는 행복한 식단을 추구하는데 1인당 만원을 살짝 넘겼지만 정찬인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들 어려운데 나만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지 몰라. 플라스틱 일회 용기째 먹자니 모양이 빠지고 그렇다고 폼 나는 접시에 그대로 옮기자니 일이 많은데, 이럴 땐 포장을 거꾸로 개봉해 접시를..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장기 불황에도 대응하려면 집밥이 최고다. 삶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 식단의 품질을 개선하고 품종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대형 마트 타임세일에 맞춰 우사인 볼트의 속도로 줄을 서 장어 3마리를 만원에 사 왔다. 이걸로 장어 정식을 차려야지. 우럭으로 지리를 끓여 먹고 남은 국물이 있어서 새우를 고명으로 띄우고 파를 썰어 넣어 재활용했다. 내친 김에 초밥도 만든다. 먹다가 장어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김으로 벨트를 채워 높은 수준의 안전등급을 달성했다. 장어는 먹기 좋게 잘라 양파와 얼갈이 배추(응?)를 깐 접시에 올리고, 반찬으로 김과 명란젓, 생강초절임, 무초절임을 곁들이면 완성이다. 이 시점에서 돌솥밥 욕심이 생기는구나...
지난 세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찾은 현대미술관 과천점에서 백남준의 을 본 감흥과 영감은 대뇌피질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 회로 어딘가에 각인되고 30년이 흘러 의 기억이 이끄는 데로, 스테인리스 이중 진공 냉면기를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ࡇ¯; 초절임무, 겨자, 수육, 새우젓도 놓아야 하고, 앞접시도 있어야 할 터, 종류별로 4개씩 샀는데 과했다. 남는 것은 화분이나 수저통 받침으로 쓰면 되겠지. ~ __~ 제조 과정에서 묻은 연마제는 식용유로 닦고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어 끓이고 중성세제로 씻어내는데, 닦아도 닦아도 계속 나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명박이나 최순실 등 악질 흉악범은 매일 자기 전에 연마제가 안 묻어날 때까지 10개씩 닦는 형벌을 주도록 하자. 이마트 마감시간 정육코너에서 돼지..
어린 줄로만 여겼던 딸내미가 며칠 전에는 창문을 타고 들어온 큰 바퀴벌레를 잡아 놓더니, 코로나 19 여파로 늦게 등교한 새 학급에서 반장으로 뽑혀 돌아왔다. 해충 방역 성과를 치하하고 학급 대표로 선출된 것을 기념코자 창신동의 옌벤식 샤브샤브집을 방문했으나 하필 쉬는 날이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 했더니 생뚱맞게 동대문 엽기떡볶이란다. 거금 19,000원을 들여 주문한 메뉴는 흔한 매운 떡볶이 양념에 멸치육수를 넣고 치즈와 부속 재료 몇 가지를 띄운 게 전부라 성에 차지 않았다. "이거 내가 만들면 더 맛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먹게 될 것이야." 그리하여 며칠 뒤 아빠표 엽기떡볶이가 나오게 된다. 모짜렐라 치즈와 비엔나소시지, 신선식품 코너에서 반값에 사 온 주꾸미를 올렸고, 납작한 ..